십 대 밑바닥 노동- 야/너로 불리는 이들의 수상한 노동세계

십 대 밑바닥 노동- 야/너로 불리는 이들의 수상한 노동세계

도서 정보

기획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저자 이수정, 윤지영, 배경내, 림보, 김성호, 권혁태
펴낸 곳 교육공동체 벗 | 발행일 2015년 1월 5일
정가  12,000원 | 쪽수 230쪽

상세 설명

청소년 노동 세계의 저류를 읽다

배달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사람들로부터 늘 편견 어린 시선을 받는다.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다치고 욕먹고 해고당하는 일은 끊이지 않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노동하는 것을 ‘예외적’이거나 ‘임시적’인 상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청소년 노동자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오히려 더 고약해졌다.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일자리였던 커피숍,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어느새 대학생, 퇴직한 50~60대, 경력 단절 여성의 몫이 됐고, 청소년들은 더 은밀하고 열악한 노동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럴수록 청소년들의 노동자로서 권리 찾기는 요원해진다.

《십 대 밑바닥 노동》은 청소년 노동자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술된 르포르타주를 통해 ‘나이’와 ‘성별’의 위계 속에서 일상적 모욕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불안정 노동이 만연화된 노동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청소년 노동 세계의 오늘을 살핀다. 이를 통해 사회는 물론 교육운동과 노동운동 안에서도 하나의 의제로 진입하지 못한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구고자 한다. 이는 청소년 노동을 둘러싼 정책 대안의 번지수를 찾는 데에도 주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 책의 내용과 구성

청소년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은 받더라도 주휴수당이나 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하루 장시간의 ‘빡센’ 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시급 5천 원을 ‘세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들이 경험하는 임금 수준은 바닥이다. 그 바닥 수준의 임금조차 벌금이다 뭐다 각종 명목으로 떼이고, 손님들의 하대와 모욕적 언사에 웃음으로 응대해야 한다. “한마디로 팔려 가는 거잖아요. 부려 먹기 쉽고 말 잘 들으니까”라는 한 청소년의 말마따나 ‘부려 먹기 쉬운 존재들의 밑바닥 노동’이라는 청소년 노동의 현실은 10년째 여전하다.

청소년의 노동은 이제 또 다른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삶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노동도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노동 세계에서 가장 주변부에 몰려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이 세상의 변화가 덮쳤다. 청소년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 자체가 대폭 줄고 고용이 불안정한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소년 노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업체에 직접 고용되는 방식에서 간접 고용 또는 특수 고용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1부 <더 은밀하게, 더 잔혹하게>에서는 이렇게 불안정하고 위험해진 청소년들의 노동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호텔 서빙,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이벤트 피에로, 배달 대행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청소년들로부터 전해 듣는, 불안정 노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이들 일터의 노동 풍경은 생경하다. 직업 소개 업체인지 불법 파견 업체인지도 불분명한 업체에 간접 고용돼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하는 호텔 서빙,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용역업체의 일용직으로 소모되는 택배 노동, 홍보 파견업체에서 언제 일을 줄지 몰라 항시 대기 상태로 불안하게 생활해야 하는 피에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힘든 특수 고용 형태로 건당 배달료 몇천 원을 받으며 목숨 걸고 일하는 배달 대행……. 불안정 노동은 고용 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노동 조건의 후퇴, 관계성과 생활의 불안정화를 동시에 수반했다. 필자들은 청소년들의 일과 어려움을 단지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제를 달아 이러한 노동 형태가 함의하고 있는 문제점을 짚는다.

2부 <밑바닥을 맴돌다>에서는 성별이나 가족 형태 등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인권활동을 하는 청소년, 탈가정 여성 청소년, 기초생활수급가정 청소년, 탈학교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네 명의 청소년들을 인터뷰했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은 밑바닥을 맴도는 ‘지옥의 문’을 여는 경험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관계의 갈등을 풀어 나가고 당면해 있는 삶의 문제를 극복하는 전략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삶과 일 경험에 대한 증언은 청소년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청소년 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청소년 노동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어렴풋하게 드러낸다.

에필로그에서는 ‘왜 청소년의 노동 세계는 이따위인지’를 다시 묻고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점검한다. 필자들은 청소년 노동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예비 노동’, ‘용돈 벌이’, ‘일탈’ 같은, 청소년 노동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편견과 오해의 세계를 먼저 깰 것을 주문한다. 더불어 청소년 노동자를 더욱 취약한 조건으로 내모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노동자의 ‘밑바닥 노동’을 끌어올리는 일은 전체 노동자의 인권과 사회 전반의 존엄을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 책 속에서

한때 청소년 노동의 대표 얼굴이었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지를 둘러봐도 더 이상 청소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그곳들은 생활고에 내몰린 이십 대 청년들이나 장년들로 채워지고 있다. 예전과 똑같은 일자리라고 해도 고용의 형태가 달라졌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나 계절에만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남은 일자리들은 이제 책임을 물을 고용주가 누구인지도 알기 힘든 간접 고용, 내일 일이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일 고용, ‘사업자’가 되었으나 노동법의 적용조차 기대할 수 없는 특수 고용 등 불안정한 일자리들로 대체되고 있다. 더 적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열심히,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야 하는 노동의 시대, 그야말로 ‘근로 빈곤’의 시대가 청소년 노동도 덮치고 있는 셈이다.

– 프롤로그 <부려 먹기 쉬운 존재들의 밑바닥 노동>, 14-15쪽

저항할 대상도 불분명하고 힘을 규합할 동료도 사라진 노동. 관계 맺기 자체가 삭제된 노동. 그리하여 저항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노동. 이렇게 불안정 노동의 확산은 안 그래도 열악한 청소년 노동자의 지위를 더욱더 흔들고 있다.

– 프롤로그 <부려 먹기 쉬운 존재들의 밑바닥 노동>, 17쪽

손님이 앉기 편하게 의자를 빼 주고, 물을 따르고 다시 병풍 뒤로 와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병풍 하나를 두고 밖과 안의 분위기는 천지 차이다. 병풍 너머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우아하게 고급스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그래서 병풍 뒤 바닥에 앉아 있는 우리의 신세는 더욱 처량했다. 어둡고 좁고 바닥은 딱딱하다. 마치 다용도실에 처박혀 있는 물건들 같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꾸역꾸역 처박아 놓은 물건들. 주인이 찾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물건들.

– 1부 <화려해서 더 처량한>, 33쪽

위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 음식점 주인, 사무실 사장한테서 욕을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먹고살 수가 없다. 내가 여기서 처음 일할 때는 길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호 지켜 가며 일했다가 하루 종일 겨우 6천 원 번 날도 있었다. 그 다음 날 진짜 굶었다.

– 1부 <목숨 걸고 달린다>, 72쪽

“성수기가 딱 끝나니까 출근하는 길에 문자가 온 거예요. 이제 나오지 말라고. 충격이었죠. 한 달도 못 채웠는데 3명이 동시에 잘렸어요. 제가 책이랑 휴대전화 충전기를 사무실에 두고 와서, 마지막으로 인사도 할 겸 제 물건 찾으러 가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오지 말래요. 택배로 붙여 주겠다고. 미안했나 보죠. 그렇게 짐작은 돼도 기분은 많이 안 좋았어요. 배신당한 느낌? 일회용품이 된 것 같은 기분? 내쳐진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 2부 <‘지옥의 문’을 열다> 100쪽

“아는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가 죽었어요. 졸음운전을 하는 트럭이 정면으로 받아 가지고 즉사했대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무서워요. 괜히 오토바이 타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고요. 저도 사고 났었죠. 비가 엄청 왔어요. 헬멧 유리막이 되게 뿌연 거예요. 앞에 노란불이었는데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냅다 뛴 거예요. 그래서 사람 2명하고 부딪혔어요. 또 한번은 사람이 도로에 떡하니 서 있는 거예요. 받을 것 같았어요. 진짜 받으면 어떻게 못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혼자 넘어졌죠. 그 사람이 괜찮냐고, 학생이 운전을 잘해서 안 받았다고 그러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만 원 주고 갔어요.”

– 2부 <숨겨진 노동, 숨겨진 권리>, 161-162쪽

“다시 가출하고 나서 다른 친구랑 지내고 있었는데요, 진짜 너무 돈이 궁하고 갈 데가 없었어요. ‘이건 안 되겠다, 진짜 못 살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유흥업소 알바를 했어요. 주민등록증 사서. 그 친구가 예전에 한 번 일한 적이 있다고, 한번 해 보지 않겠냐고 그러는 거예요. 돈이 궁하니까 그냥 알바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고 해서 했죠. 노래방 도우미였어요. 좀 잘사는 사람들이 저희를 데리고 술을 마시는 거예요. 하루에 20~30만 원은 기본.”

– 2부 <인생 역정 속에서 길러 낸 삶의 근력>, 185쪽

청소년의 노동을 일탈로 바라보는 관점은 청소년의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할 에너지를 오히려 청소년이 노동 현장에 있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데 쓰이도록 만든다. ‘청소년의 노동 조건’이 아니라 ‘노동하는 청소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 에필로그 <청소년 노동의 세계는 왜 이따위인가>, 209쪽

노동은 청소년 인구의 상당수가 경험하는 삶의 문제다. 경제 구조와 사회 문화의 변동에 따라 청소년 노동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청소년을 ‘미래의 노동자’가 아닌 ‘지금, 여기, 바로 우리 곁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바라볼 때, 청소년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노동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에필로그 <청소년 노동의 세계는 왜 이따위인가>, 204쪽

청소년 노동은 노동 현장에서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기에 청소년 노동자의 ‘밑바닥 노동’을 끌어올리는 일은 전체 노동자의 인권과 사회 전반의 존엄을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생애 최초의 노동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노동을 어떻게 경험하고 노동에 대한 어떤 의식을 갖게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가장 주변화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청소년 노동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 에필로그 <청소년 노동의 세계는 왜 이따위인가>, 219-220쪽

 

+ 목차

 

유스리포트를 펴내며

프롤로그 • 부려 먹기 쉬운 존재들의 밑바닥 노동
: 청소년 노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1부 • 더 은밀하게, 더 잔혹하게

빼꼼, 청소년 노동의 세계를 열다

화려해서 더 처량한
: 호텔리어 혜정이의 하루
해제 •내 사장은 누구인가

나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 택배 노동자 가람이의 하루
해제 •당일 배송 잔혹사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걸까
: 키다리 피에로 민관이의 하루
해제 •열정팔이 노동

목숨 걸고 달린다
: 배달 대행 노동자 원석이의 하루
해제 •따뜻하지만 위험한 배달 음식

| 두리번 두리번 | 청소년 노동 현황

2부 • 밑바닥을 맴돌다

‘지옥의 문’을 열다
: 노동법 좀 아는 건진이의 고군분투 알바기

| 두리번 두리번 | 청소년 노동정책의 엇박자

‘말 잘 듣는 여자애’가 아닌 ‘홍서정’으로 살기
: 여성 청소년 노동자 서정이의 위장

| 두리번 두리번 | 청소년 노동 관련 조직은 무엇이 있을까?

숨겨진 노동, 숨겨진 권리
: 기초생활수급가정 청소년 경수의 단단한 노동

| 두리번 두리번 | 국가에서 매달 생활비를 준다면?

인생 역정 속에서 길러 낸 삶의 근력
: 탈가정 청소년 효진이의 홀로서기

| 두리번 두리번 | 청소년을 위한 일자리는 어디에

에필로그 • 청소년 노동의 세계는 왜 이따위인가
: 청소년 노동인권을 찾는 질문들

 

+ 저자 소개

이수정 공인노무사
여성,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 내면서 개운치 않게 남아 있던 지난 경험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활동의 방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성 노동, 청소년 노동, 비정규 노동을 고민하며 읽고, 쓰고, 교육하는 활동에 흔들리며 살고 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없애는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비영리단체NGO에서 일하고 있다. 청소년, 이주노동자, 중고령 노인, 여성 등 불안정 노동자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뭘 하든 10년은 파야 한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부당한 질문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부당한 질문 자체를 해체시키는 일에 매료돼 1998년부터 지금껏 인권운동을 이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듣고 기록하는 행위’에 관심을 갖고 여러 구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서사는 마음을 몽실, 뭉클, 달뜨게 한다.

림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일하고 있을 때는 내가 노동자인 줄 모르다가 노동자라는 걸 알게 된 후 월급 노예로 살지 않으려고 탈출했다. 여성으로 살아왔으면서도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후에야 여성이라는 자각이 생겼고 내 안의 소수자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권교육센터 ‘들’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청소년인권, 청소년노동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활동가.

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사무국장
변화의 출발도 마무리도 발 딛고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역에서의 활동을 꾸려 가며 노동, 공동체, 청소년, 생명 등의 주제를 배우고 있다. 현재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권혁태 노무법인 비젼 공인노무사
학창시절, IMF 사태에 큰 충격을 받고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졸업 후 잠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민주노동당 상근자로 진보정당 활동을 했다. 지금은 노무법인에서 일을 하면서 양천마을넷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불어 지역 차원의 청소년노동인권운동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