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짓는사람+들] 좌절 속에 작은 보람을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
- 윤혜경(마디)님의 이야기

장면1. 복사기를 사용하기 위해 동주민센터 1층으로 내려가는데 복지업무 민원대 근처가 소란스럽다. 민원대 앞에는 주민이 어리둥절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고 사무실 안쪽에선 팀장이 한 손은 허리에 얹고 한 손으로 삿대질하듯이 휘저으며 행정용어를 사용하면서 위압적인 말투로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설명이라기보다는 야단치는 분위기로 보였다) 나는 지나가야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복지급여 신청을 하러 오면서 서류를 제대로 가져오지 않고 담당자에게 불만을 제기하자 뒤에 있던 팀장이 앞에 나와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장면2. 아래층 복지상담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갑자기 2층으로 뛰어오더니 사무실 가장 안쪽에 근무하는 직원 옆자리에 몸을 숨긴다. 나는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 하는데 다른 직원들은 별일 아닌 듯 “또 왔구나~~”하면서 태연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아래층에서 누군가 “갔어요~~”하고 알려주니 숨어있던 직원은 일을 하러 내려간다. 나중에 들어보니 흔히 말하는 악성 민원인이 있는데 주민센터에 올 때마다 그 직원한테 괜히 시비걸고 욕을 하기도 한단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 다른 직원이 옆에서 말리거나 하면 더 큰소리가 나서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피신을 시킨다고 한다. 처음 주민센터에 방문했을 때 만난 직원이 그 직원인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한다.

장면3. 옆자리의 직원이 전화를 받더니 청소담당자에게 넘겨준다. 청소담당자가 통화를 하다가 “그 정도는 직접 치우셔야…”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저편에서 큰소리가 나자 “아~~ 예, 예,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나갈 채비를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대문 앞에 길고양이가 죽어 있다고 당장 와서 치우라고, 안 치워주면 구청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했단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찾아가는동주민센터 마을사업 담당자로 주민센터에서(임기제) 공무원 생활을 했다. 2년 동안 주민센터에서 일을 하며 장면4,5,6…. 많은 상황을 보고 듣고 직접 겪기도 했다. ‘공무원 갑질’, ‘민원인 갑질’, ‘구의원 갑질’… 다양한 갑질의 현장을 봤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났던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공무원들은 말이야~~”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모습과 상황은 같지 않다. ‘갑’에 위치에서 주민들에게 큰 소리 치다가, 또 금방 ‘을’의 위치에서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하고, 모두에게 만족한 행정을 하려다 보니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되고, 주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청장, 구의원에게 지적 당하기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고, 매일 같이 야근을 하다 병가로 휴직을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은 과연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직원도 있다. 공무원도 주민도 고정된 모습이 아니다. 장면1의 주민이 장면2의 민원인이 되기도 하고, 장면2의 공무원이 언젠가는 장면1의 팀장이 될 수도 있다.

이미지 설명: 2019 광진구 마을한마당 "춤추는 마을 꿈꾸는 자치" 홍보물.

이미지 설명: 2019 광진구 마을한마당 “춤추는 마을 꿈꾸는 자치” 홍보물.

 

계약기간이 끝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와 행정(공무원들)과 협력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공무원 경험을 하기 전에도 행정과 함께 일을 했지만 현장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 당연히 달라진 점이 많은데 가장 큰 변화는 복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함께 논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담당자와 싸워봤자 그 사람은 나한테 한소리 듣고 미안하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강력하게 얘기할 수도, 그렇다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싸워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다. 개인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누구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이 (이 나라의 주인인) 주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하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더 많은 주민들이 행정에 관심 갖고 참여하고 정보를 갖는 것이라는 것을 2년 동안의 경험에서 알게 됐다. 그렇다면 그 누구의 한 사람인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두 달 전부터 시작한 업무 중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일이 있다.(제도 자체와 실행과정에서의 한계는 접어두고…) 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주민자치’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이 마을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해야 하며,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것은 봉사가 아니라 참여이자 권리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교육이나 워크숍 내용에도 담고, 마을축제 행사에서도 참여자가 주인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할지 끊임없고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과 밀당을 하고 있다. 좌절과 작은 보람을 오가면서….

윤혜경님의 모습이 나온 사진입니다.

*작성: 윤혜경, 마디(활동회원, 마을자치활동가)
**최근 동네 모임에서 ‘마디’라는 별칭을 갖게 됐습니다. 모임에서 ‘맏이’이기도 하고 살면서 마디가 많이 생겼고 그 마디가(대나무의 마디처럼) 나를 서 있게 하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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