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있는 것들을 안으리”
- 이상은, <삶은 여행>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있는 것들을 안으리" -이상은, <삶은 여행>

몇 년 전에 슬럼프 혹은 번아웃이 심했을 때의 일이다. (돌이켜보니 당시엔 내가 소진된 상태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활동을 하다가도 문득 밀려오는 좌절감, 나만 헌신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억울함, 활동을 그만두고 떠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서 오는 자괴감 등 온갖 감정들에 뒤섞인 채 허우적댔다.
그 때 나를 크게 괴롭혔던 생각은 “다들 떠나가는데 지금 난 뭐하는 거지?”, “난 활동가인가? 활동가로서 내가 잘하는 게 뭐지?”, “과거의 나는 이런 글(이야기)도 썼(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못하지? 난 너무 부족한 거 같아”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때 당시 나는 완전 저소득이었고(지금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상태였다. 덩달아 마음 상태도 여러모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었던 말이 있었다. 하나는 지금도 좋아하는 이상은 노래 중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라는 가사였고, 다른 하나는 “왜 나는 활동하면서는, 예를 들면 ‘인권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정작 나와 주변 활동가들에게는 ‘자격’을 따지고 이렇게 야박하게 구는지” 라는 이야기였다.
그러게, 활동가의 자격은 뭘로 따질 수가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활동가란 뭐길래? 활동가라고 해서 뭐든 잘해야 하는 것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뭘 그렇게 잘하고 싶었던 걸까. 왜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거, 잘하고 있는 건 봐주지 않았을까. 그러다 나한테 그러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너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한테 있는 것, 나의 역량 혹은 장점을 찾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장점은 ‘꾸준함’ 그리고 ‘꿋꿋함’이다. 활동가로서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점도 물론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글쓰기를 힘들어하고 마감을 어긴 적도 참 많다. 세상이 이렇게 저렇게 굴러가는 거에 대해서는 어찌 보면 큰 관심이 없기도 하다. 큰 흐름이나 전망 같은 거에 확신이 부족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끈기 없다’는 말을 듣고 지낸 내가 이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이런 활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나의 ‘꾸준함’이 뿌듯하다. 이제는 활동과 내 삶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해졌다. 지칠 때도 많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활동가의 자격을 묻는다면, 지금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다 활동가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갖고 있다. 그리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 자체 또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운동을 자신의 일로 여기고, 때로는 견디고 버티면서도, 우리가 살고 싶고 보고 싶은 세상을 위해서, 꾸준히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하고 특별하다. 세상은 우리 존재를 알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때로는 우리를 부정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면 좋겠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의 수고를, 서로 알아주고 존중하면서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

*작성: 난다(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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