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팝콘 한 줌과 해고, 노동자 안전과 건강 문제

노동 안전과 건강권을 주제로 교육할 때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어떻게 (사람한테) 그러지?’다. 8월 말 광명인권센터에서 진행한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는 정말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낙담하다 문득 튀어나오는 말은 ‘어떻게 (사람한테) 그래?’다.

“팝콘 한 줌 집어 먹었는데 바로 해고됐어요”
“말도 안 돼, 무슨…. 어떻게 (사람한테) 그래?”

영화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관한 노동 안전 인권 실루엣 활동을 하던 모둠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다. ‘팝콘 해고’사례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지 영화관에서 일한 모둠 구성원 덕에 영화관 아르바이트 노동 이야기가 생생하게 오가던 중이었다. 팝콘 먹은 일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사유의 정당성 여부와 해명 기회도 없이 바로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절차의 정당성 여부, 그런 일로 해고까지 해야 하느냐는 징계 양정의 문제 등 짚고 싶은 게 있었지만, 이에 관한 토론은 잠시 미루고 팝콘과 해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살폈다. 그 사이를 따라가다 보니 영화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처한 안전과 건강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육에서 나온 참여자들의 모둠 토론 결과물 모습입니다.

 

우선, 노동자 감시와 일방적인 규율 문제였다. 노동자가 팝콘 한 줌을 집어 먹는 장면은 매장 곳곳에 노동자 감시를 위해 설치 한 CCTV에 바로 포착된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본 관리자가 곧바로 매장으로 와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면 바로 짐 싸 들고 영화관을 나와야 한다고 했다. 판매용 팝콘에 손을 대는 것은 엄격한 규제 대상이고, 이를 어기면 이유 불문 즉시 해고하는 것이 사내 방침이라는 이유였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그랬겠어요.”
“맞아요. 팝콘 냄새가 또 얼마나 자극적이에요. 배고플 땐 더하죠.”
“그래도 회사 방침이 그렇다는 걸 알고 그랬다면 잘못한 거 아닌가요?”

‘배가 고파 그랬을 거다’, ‘한 번 실수에 해고는 너무한 거 아니냐’며 노동자의 처지를 살피다가도 노동자가 회사 방침을 미리 알았다는 말에 노동자의 부주의로 쟁점이 옮겨 갔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규율이지만 노동자가 이를 알고 입사했다면 일단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기울었다. 다시 노동자가 처한 조건을 살피는 일로 돌아가게 한 건 휴식시간 문제였다. 영화관은 6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휴식시간 30분을 보장했고, 밥 먹는 시간도 30분에 포함했다. 법대로 따지자면 문제 삼기 어려웠지만, 밥도 먹고 쉬어야 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자 다른 문제가 엮여 나왔다.

“30분이면 밥 먹고 쉴 수 있지 않나요?”
“일이 너무 빡쎄서 그 시간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참, 밥 먹는 공간은 따로 있어요?”
“따로 없고요. 영화관에서 주는 도시락을 먹게 되면 영화 필름 돌리는 데, 거기 옆에서 먹어요.”
“거기 공간이 조금 있긴 하죠?”
“아니죠. 거기가 무슨 밥 먹는 공간이에요?”

휴식시간 30분은 밥 먹고 휴식까지 취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충분한 휴식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가능한데, 밥 먹는 공간이 따로 없다니 그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영화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다 휴식시간이 되면 밥보다는 잠깐 눈 붙이는 게 더 간절하다고 했다. 밥맛을 잃을 정도로 노동강도가 센 이유는 영화관의 상영시간과도 연관이 있었다. 영화관 상영시간 사이 여유시간은 약 10분이라고 했다. 이런 시간 배치는 노동자를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정한 노동시간 배치와 업무처리 속도가 어떻게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노동자는 10분 동안 몇백 석이 넘는 의자 사이를 훑으며 고객이 흘리고 간 팝콘과 음료를 치우고 자리를 정돈해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이려면 복장이 편해야 하는데 영화관에서 지정한 유니폼은 편한 복장과는 거리가 멀다.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몸에 붙는 디자인의 유니폼, 굽 높이와 색깔까지 지정한 구두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이 더디고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함께 치울 사람도 몇 안 되다 보니 더했다. 고객의 눈에 보기 좋은 복장이 노동자의 건강과는 상극일 수 있다는 점, 10분 간격도 문제지만 적은 인원을 배치해 노동강도를 높이는 문제도 함께 짚었다.

“상영시간 사이가 10분밖에 안 되는지 몰랐어요.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있었는데 이젠 빨리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에요, 그건 고객이 (빨리 나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예요!”
“맞아요. 적어도 20분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10분 안에 객석을 정리해야 하는 노동자가 느긋하게 앉아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걸 즐기는 관객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지 생각해 봤는지 한 참여자가 얘기했다. ‘이젠 자막 다 올라가기 전에 빨리 나와야겠어요.’ 이 말을 듣고 영화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 참여자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건 구조의 문제예요!’ 관객 한 명의 선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영화관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중심으로 노동환경을 바꾸지 않고서는 반복될 문제라는 생각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객석에 떨어진 팝콘을 치우고 다시 팝콘과 음료 판매를 위해 돌아오면 팝콘이 징글징글하겠지만, 식사를 못 해 배고픈 경우 팝콘 한 줌으로 허기를 달래고 싶은 마음이 왜 생기지 않을까? ‘팝콘 한 줌’과 ‘해고’ 사이에 벌어진 일을 살피는 중에 영화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노동강도와 고객 만족을 이유로 만든 일방적인 지침, 노동자 감시와 통제를 위한 장치와 규율, 충분하지 않은 휴식시간과 공간의 문제, 음식 제공의 문제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게 됐다. 노동 존중이라는 추상적인 관념만으로는 이 많은 문제를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도.

*작성: 수정_이갈리아(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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