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꿈이 없으면 공부라도 잘 해야 해”

“봉사 동아리는 재밌어? 어떤 봉사를 하는건데?”
“지역 센터에 나가서 초등학교 5학년들 공부도 봐주고 이야기도 같이 하고 하는 거예요.”
“만난 초등학생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했어?”
“수학도 좀 가르쳐주고, 공부를 왜 해야 하냐고 물어서 답해줬어요.”
“헛! 나는 그런 거 누가 물으면 답하기 어렵던데 나도 알려줘!”
“꿈이 없으면 공부라도 잘해야 하는 거라고 했어요.”

올해 3월 말쯤에 제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학생과 한 대화의 일부예요. 학생의 마지막 말에 한 3초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가, 획기적인 답이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청소년에게 기대하는 희망적이고 거창한 자기 계발의 서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전복적인 통쾌한 무언가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통쾌함 말고도 그 자리에서는 표현하지 못한 다른 감정과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이 말을 비청소년이 청소년에게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 같아서, 그리고 그런 말을 할 때의 상황이라는 것이 그려져서 그랬습니다. ‘일단 점수라도 잘 받고 생각해보자’라던가 ‘일등급을 목표로 하자’ 같은 말들인데 저도 강사를 하며 했었던 말이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매번 듣는 말이거든요. ‘왜’ ‘지금’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당장 눈에 보이는 ‘점수를 올리자’는 다그침만 계속했다는 생각에, 그 ‘긴 시간’이 걸리는 내용의 대화가 삼각치환 적분법보다 더 중요한 건데도, 스스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게 시야를 좁히라고 만나는 내내 강요한 것은 아닐까 미안했습니다.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나도 구체적인 꿈 없이 살고 있는데 (심지어 신년 계획 이런 것도 잘 안하는데) 뭘 그렇게 청소년들에게는 꿈이 있기를 기대하는 걸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른데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같은 나이에 학교에 가고 졸업해야 할까, 꼭 있어야 한다면 기다릴 수는 없는 걸까, 100세 시대 20년도 안 산 이들에게 왜 자꾸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가… 제도권 교육의 문제, 입시제도의 문제, 학력과 학벌의 문제, 실패하면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 등 머릿속이 꼬여갔습니다. (답 아시는 분 답 좀..)

여전히 정리된 문제는 없지만, 일단 앞으로는 뭐하고 살고 싶냐는 질문을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답을 들어도 제대로 반응을 못하면서 어설픈 꼰대질 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하면서, 그들이 말하면 성실히 듣고 공감하는 자세로 살아보겠습니다.

*작성: 햄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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