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이주민 할당제’를 상상하다
-다문화사회,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1.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 (정헌률 익산시장,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

#2.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것이 없다.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종소‧중견기업 대표와의 조찬간담회)

두 발언 모두 인종차별적이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대하는 우리사회의 반응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발언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모욕이고 차별이라는 데 의심이 없는 반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건 불합리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입니다. 차등지급은 차별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놓인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고려이며, 인종 때문이 아니라 (내국인에 비해)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외국인)에게 능력에 따라 지급하는 게 공정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을 뒷배 삼아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다른 접근과 해석을 낳은 것일까요? 다문화‘가족’이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온 어쨌든 한국인(이런 이유로 위 발언이 차별이라 여겨도, 바로 그 인식자체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만^^‘;)과 외국인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였을까요? 아직은 여리고 ‘순수한’ 어린이, 그래서 언젠가는 한국사회에 기여할 존재와 자기 필요에 의해 ‘돈 벌러 온’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다른 감각을 자극했기 때문일까요? 청년실업, 취업대란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어려움이 특정 타겟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다문화, 다양성, 반차별을 지향하던 우리는 어느 지점에선가 삐걱거리는 것 같습니다.

 

나의 다문화수용성 지수는?

지난 6월~7월에 걸쳐 진행된 성남시청 시민인권지킴이 교육은 전년도 참여자들과 신규참여자들이 반반 정도로 섞인 까닭에 주제중심으로 교육을 구성, 진행하였습니다. <차별금지법(안)을 통해 보는 인권>, <청소년 ‘서프러제트’를 통해 본 청소년인권>, <스쿨 미투를 통해 본 학생인권>, <정상성의 규범을 통해 본 시민권> 그리고 마지막 5회차 <‘세계시민’을 통해 본 이주민인권>이었습니다. ‘다문화’교육이 한 국가나 사회 속의 다른 인종, 민족, 계급 등 여러 집단의 문화의 공존이라는 즉,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 자세, 가치관이라면 세계시민은 그 가치를 지구적으로 확장하여 빈곤, 인권, 평화 등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릇 세계시민이라면 다문화,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은 기본 아이템이 아닐까요. 사회적으로 다문화나 세계시민에 대한 화두가 확산되는 한편으로 앞서 언급한 차별 장면들 또한 확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차별에 반대하지만 무엇이 차별인지 알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양성과 다문화를 지향하고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현대인의 덕목이라 여기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 반대편에 서 있곤 합니다.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다문화 사회, 다양성이 무엇인지에 살폈습니다. ‘다름이 존중되는 사회’,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국적이나 인종이 다르다고 차별받는 않는 사회’라는 정답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누구도 부정할 리 없는 이 아름다운 가치 속에는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양성이 보장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국적과 인종에 따라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하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한 관심과 실천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만이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의 대우나 안전 등의 노동조건은 어떠한지, 어디에서 사는지, 휴일에는 누구와 무엇을 하거나 할 수 있는지 등 삶의 조건들에 대한 질문들 말입니다. 그래서 참여자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나의 다문화, 다양성 관련 의식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개발한 <2018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질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머리(인정)과 가슴(두려움) 사이

질문지는 크게 다양성차원의 척도, 관계성차원의 척도, 보편성차원의 척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이주민에 대해서는 가지는 편견과 고정과념, 이주민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문화수용성척도

” 2018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중

 

질문지 체크결과를 학술적으로 분석, 통계를 낼 것이 아닌지라 질문내용을 조금 간략하게 조정하여 참여자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충분히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드린 후 나의 답과 실제 나의 마음이 다르게 작동하는 질문들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외국인이라 위험하다거나 범죄자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줄 아는데 솔직히 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가기는 꺼려진다.”, “그 영화 못 보셨어요? 그거 보고 나서 **동은 무서워서 안 가게 된다.”, “여기 ○○시장 뒤쪽으로도 중국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모여 산다. 조금 …”, “아무래도 못 사는 나라 사람들보다는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더 호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많이 모여 살면 아무래도 위협감이 들죠.” “같이 사는 게 맞는데, 내가 아는 유치원 원장님 말로는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많은데 한국인 부모들이 그 아이들과 같이 배우는 걸 꺼린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 반을 나누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다문화가족 아이들은 언어가 안 되잖아요. 그리고 애들이 인지능력이 떨어져요. 그러니까 따로 가르치는 게 낫죠.” 머리로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느껴지는 거리감,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참여자들 스스로도 이 막연한 두려움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만났던 나쁘거나 몰상식한 이주민 사례나 현실적으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애를 어떻게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교육하냐는 원장님의 하소연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습니다. 윽!!!

고백과 성찰의 말하기의 긴장이 느슨해지는 순간 우리 모두 익숙한 사고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분명 처음 질문지를 접하며 가졌던 어떤 올바른(?) 생각, 그 때 나의 마음과 가슴의 거리, 그리고 지금 나의 위치는 너무도 다르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척도지의 “한국국적을 가진 외국 이주민에게 투표권은 인정하더라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는 문항을 마주할 때만 해도 모든 사람에게 선거권/피선거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선거, 참여는 시민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접근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 이라거나 현실의 이주배경 의원들을 보면서 신뢰를 거둬들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각의 참여자들이 반응하는 지점들 또한 서로 달랐는데, 그만큼 각자가 접하는 정보가 얼마나 상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팩트체크가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주민을 다루는 뉴스가 보다 공정성을 갖춘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안의 이상과 현실 혹은 머리와 가슴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좁혀질까요. 누구나 낯선 존재나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때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이나 공포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적극적으로 만나야겠죠.”, “더 알아가려고 노력해야죠.” 뾰족한 대안이나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이 존엄하다는 선언만으로 우리가 존엄해지는 것이 아니듯이 다문화사회라는 말만으로 소수의 문화나 다양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나 할까요. 나의 마음자리를 두려움에서 환대로, 고정관념에서 이탈하는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는 것, 때로는 이주민 임대아파트 분양이나 (국회의원) 이주민 할당제 같이 가치나 바람을 현실의 제도로 구체화하는 노력과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글쓴이: 묘랑(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