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저 운동해도 될까요?”
『아무튼, 피트니스』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2017

한참을 헥헥거리며 운동하던 언니가 빨개진 얼굴로 바로 옆에서 퍼질러 누워 티비보는 나에게 한 마디 한다. “아! 요즘 정말 살 것 같아! 내가 왜 이제야 피티를 시작했을까 싶어. 너도 좀 하라니까!!!”

언니는 올해 초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려 찾아간 병원 의사로부터 “심장에는 문제가 없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운동을 하세요” 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증상만 있지 원인을 모르니 약도 없고,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아들 둘 때문에 마음 편할 날 없고, 육아에 일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란 삶을 살고 있으니 운동할 시간은 더더군다나 없다고 생각한 언니는 몇 개월을 쿵쾅거리는 심장 때문에 괴로워했었다. 그러다 도저히 참기 어려울 시점, 신의 도움인지 마침 집 앞 1분 거리에 피트니스샵이 오픈을 했고 (오픈할인가에 혹해) 언니는 큰 맘먹고 피트니스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3개월, 심장 쿵쾅거림이 사라진 언니는 그 사이 ‘운동전도사’가 되어있었다.

“너 맨날 야근하고, 술 마시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목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해쌌코, 어쩔라고 그러니… 돈 없어서 그래? 언니가 돈 꿔줄게. 운동하면 정말 좋다니까!”

“아! 진짜!!!!!! 알았어! 알았다구!!!!!”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짜증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낯선 이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주 화요일에 오세요!” 언니에 의하면 ‘포기를 모르는’ 그 피티쌤이었다.

막상 문자를 받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운동하면 안될 것 같은, 운동하면 혼날 것 같은, 중간에 포기할 것만 같은, 그래서 시작조차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운동울렁증.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완벽히 타의에 의한 피트니스여도 아무튼, 해야한다!

책 <아무튼, 피트니스> 표지사진 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꺼내 들었다. <아무튼, 피트니스>. 2년 전 운동(movement)을 핑계 삼아 밀어놨던 운동(exercise)을 시작해야겠다, 다짐하게 만들었던 책! (물론 그 다짐은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으니 지금 이리 불안한 것이겠지만) 지난 번 밑줄 쳐 놓은 문장들을 휘리릭 살펴본다. 그리고는 딱 눈에 들어온 이주의 한 문장!

“저 운동해도 될까요?”
운동을 하다 안 하다 반복하는 친구들을 보면 못된 애인과 ‘밀당’하는 것 같았다. 해도 괴로워 안 하면 더 괴로워, 하고 나면 피곤해서 다른 걸 할 기운이 없어, 체력 키우려고 운동하는데 운동이 더 피곤해, 시간에 쫓겨, 안 하면 쑤시고 결리고 소화 안 돼…. 밀당은 필요 없다. 사랑에 밀당 따위 필요 없다. 그냥 사랑하면 된다. – 류은숙, 「아무튼, 피트니스」 34p

이 문장이 불안했던 내 마음을 꽉 잡아준다. 그래, 밀당은 그만두자! 아니 밀당은 필요 없다. 운동(movement)이든, 운동(exercise)이든! 언젠가 교육에서 만난 어떤이가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인권)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운동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 같아서요.” 그때 내가 했던 답을 내 자신에게 다시 해본다. “네. 그럼요.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요.”

누가 알아? 3개월 뒤, 16번의 피티가 끝나면 “여성, 중년, 비혼, 비만, 활동가”인 나에게도 “삶에 피트니스가 일으킨 홀가분한 깨달음들”이 찾아올지?

+ 이주의 또 여러 문장들!
이런 만남 속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공을 패스하고 슛을 넣는다. 우리 몸은 아주 많이 다르다. 이 몸들 사이를 흘러 다니는 다양한 감정과 행위가 우리의 사회적 건강을 이룬다. 신체와 마음의 근육을 늘리는 일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둘의 근력을 강화하고 유연성과 협력하는 능력을 늘리려면 (스포츠건 사회운동이건) 운동이 필요하다. 몸을 힘차게 움직이는 삶에서 누구도 스스로를 배제하거나 타인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 느리고 모자라더라도 계속 움직이기, 그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나는 깍두기이면서 다른 깍두기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 류은숙, 「아무튼, 피트니스」 144p

*작성: 정주(활동회원)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