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시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쓰려 한다.”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지음, 아시아, 2018

‘문제적’ 일지도 모르는 책 한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목은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이라는 기자 출신의 작가가 1990년대 북의 고난의 행군시기를 다룬 책입니다. 르포에 가까운 형식이지만 소설처럼 쓰인 장르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책인데요. 실제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기를 겪었던 북이탈주민의 글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은 인터뷰하면서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로서 역할보다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독자가 잘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첫 장을 펼치기 전에 책에 대한 기대가 생겼습니다. 말로만 들어봤던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기를 실제로 겪은 사람은 어떤 시기를 보냈을지 남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듬거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시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쓰려 한다.”

이게 전부인 책이라면 ‘문제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뽑은 문장은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잘 정리한 것으로 보여서 꼽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같은 서론에는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 남한의 독자들이 아무 잘못 없이 굶어 죽은 이들의 비극에 대해 슬퍼하길 바라며 이 참사의 원인 보다, 책임자를 찾는 것보다 슬픔 자체에 주목하길 바라는 말이 제가 뽑은 문장 바로 뒤에 적혀있습니다. ‘작가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슬픔 자체에 주목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슬픔과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떨어질 수 있는 일일까?’ 책의 도입부를 읽자 마자 여러 생각이 떠오르며 저는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펼쳤던 책은 일단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흡입력이 아주 강한 책이었거든요. ‘팔과 다리의 가격’은 제 기대보다 더 충실하게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기를 묘사했습니다. 흔히 굶주림의 문제는 가난의 결과이자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에 비해 굶주림 자체에 집중하면서 개인, 가족, 공동체의 공간을 그리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또한 남한 사회에서 북의 문제 상황을 체제 선전으로 환원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는 ‘이게 아니었나…?’ 싶어지더라고요.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인 북이탈주민 지성호씨는 현재 남한에서 ‘북한 인권’단체의 대표를 맡은 사람입니다. 남한에서 특히 북이탈주민이 ‘북한인권’을 외치는 맥락을 작가가 파악한다면 조금 더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 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성실함에 비해 작가의 불성실함이 문제일지, 아니면 작가의 교묘한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횡설수설했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추천하는 책입니다. 다만 사지 말고 빌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추천이랄까요. 보기 드문 내용을 보기 드물게 다룬다는 측면에서 일단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가진 찜찜함과 의심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저도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아주 짧은 책이니 도서관에 들를 일이 생기신다면 한 번쯤 찾아보세요.

*작성: 디요(들 후원인,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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