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애매하고 난감한’ 질문을?

다음 문장을 읽고 OX로 답을 해보세요.

“어린이들에게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굳이 답을 하라니까 할 수는 있지만, 질문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왜냐면 대부분 O라고 답할만한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X의견을 낸다면 뭔가 엄청난 다른 배경이나 맥락이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질문/문장은 평범하게 해놓고, 너무 많은 걸 숨기면 재미가 없지요. 이 문장은 쟁점적인 인권교육의 OX토론이나 스펙트럼 토론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너무 당연한 ‘주장’이기 때문에 논쟁적인 토론을 이끌 수는 없습니다. 인권교육안을 구성할때는 안 보였던 것이 직접 대답을 해보면 이렇게 주춤하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인권교육가를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인권교육활동가들이 ‘그동안 문장/질문을 잘못 던졌나봐’라며, 나눠주신 소감을 듣게 됐습니다. 저도 언젠가 ‘뭐 그런 누리끼리한 질문이 있냐’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교육안을 짜면서 들은 말이라서 뭐가 문제였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말이에요. 참여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문장은 어떤 것일까요? 기억하고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20190604

 

참여자가 다양한 의견을 밝히며 토론하는 인권교육 방법 중에 OX토론이나 스펙트럼토론이 있습니다. 인권교육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거나 흥미를 돋우는 교육활동에서도 활용되는 토론 방식입니다. 인권교육에서는 찬성반대의 결론을 맺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의견을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접하면서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활동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따라서 정보제공차원이라면 명확한 답이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토론을 위한 활동이라면 논쟁적인 내용으로 문장이 구성되고 생각할 수 있는 추가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결론은 아니지만 인권적 지향을 다각도로 살피는 토론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의 엘리베이터는 누구나 이용한다”

초중고, 학교에서 이 문장을 가지고 토론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탈 수 있어. 나 타봤어’ ‘언제?’ ‘한 번도 못 탔는데’ ‘난 전에 무거운 들고 계단으로 갔어.’

‘어쩌다 탄 거잖아. 맨날은 못 타’ ‘안돼, 선생님이랑 손님만 타’

‘맨날 잠겨있어’ ‘고장난 거 아냐?’ ‘열쇠 선생님이 가지고 있어’ ‘누구? 개인용이야?’

‘울 학교는 다 타요.’

사실 확인을 위해 이보다 더 많은 얘기가 동시에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교실은 후끈 뜨거워지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윙윙 거리거나 혹은 말 한 마디로 정리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문득 이 토론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참고로 이 문장은 인권교육가를 위한 워크숍활동 중에 만들어진 문장인데, 예시로 많이많이 ‘써먹으라’고 아낌없이 내준 문장이에요.^^ 학생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에서 위와 같은 문장을 가지고 토론한다면 무엇을 생각해보기 위한 것일까요?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의 다른 대우, 권력의 차이와 차별이 큰 범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차별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미 충분히 분노하고 있는 소재에서는 논쟁보다 울분이 토로될 것 같습니다. 목적이 분노와 울분 표출이 아니라면 학교내 권력관계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게 필요하겠지요. 동아리 예산 결정, 축제 등 학생회 결정, 학교규정에 재개정에 대한 학생 참여 등. 학생이 주인이라면서 주인대접 하지 않는 많은 것들 말입니다.

“학칙 재개정에서 학생의 의견을 참고해서 반영해야한다.”

이 문장에서 학생 참여자들은 무엇을 집어낼까요? 학생의 의견을 청취만 하거나, 청취도 안하는 현재 학교의 모습을 애매한 ‘참고’라는 말과 연결해 보기도 합니다. ‘참고만’해서 학교가 이 모양이 됐다는 여러 의견들 말입니다. 혹은 ‘반영’이라는 말에 낚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가 반영이냐’는 질문 아닌 주장도 이어집니다. 또 반영의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학생의 의견반영 정도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여야할지’ 고민하는 참여자의 의견도 들립니다. 참여가 참고로는 부족한데 그렇다고 결정권이 주어져도 되는지, 망설이는 마음들도 보게 됩니다.

찬성과 반대의 결론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결을 토론을 통해 함께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OX토론이나 스펙트럼토론은 참여자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묻는 활동인데, ‘답할 수 없게’만드는 문장을 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짝쿵’ 돌아봤습니다.

*작성: 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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