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이요르는 일부러 보여 주려는 듯, 이빨로 풍선을 물어 올려서 조심스럽게 단지 안에 집어넣었어.”
앨런 알렉산더 밀른 저, 전하림 역, <<곰돌이 푸>>, 보물창고, 2018.

<곰돌이푸>의 이요르의 생일 삽화

<<곰돌이 푸>>는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 정도의 장난감들이 숲에 모여 살면서 여러 가지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당나귀 이요르의 생일 일화가 특히 재밌었어요. 이날 이요르에게 꿀단지를 선물하려던 푸는 가는 길에 배가 고픈 나머지 꿀을 먹어버리고 그냥 단지만 선물하기로 합니다. 빨간 풍선을 선물하려던 피글렛은 빨리 주려고 뛰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풍선을 터뜨려버리고요.
친구들에게 빈 단지와 터진 풍선 조각을 생일 선물로 받은 이요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와! 이건 내 풍선을 넣으면 딱이겠는걸!”
“안 돼, 풍선은 단지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크거든. 풍선은 단지에 넣는 게 아니고 손에 쥐는 거야.”(푸)
“내 건 아니야.”(이요르)
이요르는 일부러 보여 주려는 듯, 이빨로 풍선을 물어 올려서 조심스럽게 단지 안에 집어넣었어. 그러고는 그 풍선을 다시 단지에서 빼서 땅 위에 올려놓았다가 또 한 번 들어 올려 도로 단지에 집어넣었어.
“정말 기쁜걸. 이 단지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뭔가를 줄 수 있다니 말이야!”(피글렛)
하지만 그런 말은 이요르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어. 풍선을 단지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무척이나 바빴거든. 이요르가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또 있었나 싶어.

푸, 피글렛, 이요르가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은 게 많은 푸와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피글렛은 사랑을 전하려던 도중 모종의 실수를 하고, 그래서 선물이 조금씩 망가집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비록 선물은 망가졌지만 마음만은 고맙게 받을게’로 끝나지 않아요. 이요르가 꿀이 없는 단지에 터진 풍선을 넣으면서 정말로 단지는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유용한 그릇’이 되고 풍선 조각은 ‘단지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풍선’이 되었으니까요. 처음에 주려던 꿀단지도 아니고 손에 쥘 수 있는 풍선도 아니지만, 새로운 장난감이 된 단지와 풍선조각은 푸와 피글렛의 사랑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이요르도 친구들이 준 멋진 선물을 가지고 놀며 온전히 행복해하게 됩니다. 각자 조금씩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함께 노력한 끝에 마침내 사랑하는 마음이 제대로 보내지고 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권력관계가 개입하지 않는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한, 실수를 할 기회는 오직 권력자에게만 주어지고 약자에겐 그저 노력을 해야 할 의무만 남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만일 우리가 모두 실수를 할 수 있는 관계라면, 이렇게 모두가 함께 애를 써서 실수를 고쳐가며 속에 있는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받는 데 이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한계 속에서도 우리가 소통을 완성해나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작성: 단감(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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