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콧구멍에 손가락 넣을 때 무서워하지는 않잖아요?”

생리를 하는 날은 낮도 밤도 힘든 날이었다. 낮에 일할 때는 샜을까 계속 신경 쓰였고, 큰 생리대를 하는 밤에도 평소의 자유분방한 자세로는 못 자고, 축축한 느낌에 혹시 이불에 생리혈이 묻었을까 한두 번은 깼다. 화장실을 가기 어려운 일정이 있을 때는 탐폰과 생리대를 같이 한 채로 종일을 지내기도 했다. 복잡한 일상에 신경을 끌 수 없는,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걱정을 안겨주는 이벤트가 생리였다. 그나마 나는 생리통이 하루밖에 없고 양이 많지 않다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조건이랄까.

면생리대를 삶아 빠는 것이 귀찮아져 건너 건너 전해 들었던 생리컵을 본격 검색해 본 것이 5년 전이다. 생각보다 정보도 많고, 권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번 사면 오래 쓴다지만 혹시나 맞지 않으면 남 줄 수도 없는 버리는 물건이라는 생각에 구입이 망설여졌다. 게다가 실리콘 재질의 컵은 탐폰보다 훨씬 크고, 손에 피를 묻히며 질에 넣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된 검색 중 누군가가 자신의 생리컵 사용기를 올린 글 속 한 문장이 내게 용기를 줬다.

“콧구멍에 손가락 넣을 때 무서워하지는 않잖아요?”

‘그러게… 별거 아닌데 너무 겁냈네.’ 하도 후기글을 많이 읽어서 어떤 제품이 내 몸에 맞을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생리 컵을 사는데 5년이 걸렸다. 막상 실물을 받아보니 잘 접히는 말랑한 컵이긴 하지만 크긴 컸다. 실제로 사용할 때가 되자 또 한 번 망설여졌다. 그때도 ‘그래. 코 후비는 거나 이거나.’하는 생각이 맘을 편하게 해 줬다. 그리고 그날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리하는 날 한 번도 안 깨고 숙면을 취했다. 그야말로 신세계!!

나는 생리양이 적은 편이라 한 달에 3일 정도가 신경 쓰이는 날이다. 3일씩 12번이면 36일. 이제까지 1년 열두 달 중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불편하게 사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분통 터졌다. 5년 전에라도 망설이지 말고 도전했다면 내가 온전하게 쓸 수 있는 일상이 5개월은 더 늘었을 텐데 아이고 아까워라. 돈 받는 것도 아닌데 생리컵 후기를 공들여 쓰는 그녀들의 마음이 이해됐다. ‘내가 겪는 힘듦을 당신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좋은 건 함께 알아야죠!’

생활 패턴과 생리양 등의 개인적인 차이로 누군가에게는 생리컵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집 밖에서 생리컵을 비우고 다시 넣는 일은 나도 아직 못해봤다. 그래도, 여러 이유로 종일 생리컵을 사용하기 힘들다면 잘 때만이라도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 달에 3일, 일 년의 1/12을 나머지 날들과 같은 컨디션으로 살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할만한 일이니까 말이다.

 

작성: 햄(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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