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짓는사람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③

□  전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뤄낸 공동체

단감: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를 나눠볼까요?

개굴: 새로운 시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쪼개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해보는 거.

호연: 네,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 고민이 많았어요. 기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쪼개도 되나 하는 의문에서부터, 쪼개다보면 전체 스토리가 담고 있는 맥락이 쉽게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죠. 구성적으로 어떤 사람의 어떤 이야기를 배치해야 할지 결정하느라 계속 뺐다 넣었다를 거듭하기도 했고요. 분량을 동일하게 맞추지는 않더라도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르게 넣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 책이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재난을 묻다』 이후로 작가기록단이 낸 네 번째 책이거든요. 네 번째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동안 일의 합을 맞춰온 경험이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데까지 우리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운 시도였어요.

개굴: 나는 끝까지는 다 못 읽었는데, 3장 “416가족의 탄생”을 보면서 굉장히 중요한 꼭지가 들어갔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이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책 아닌가 해서,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순간에서 A를 선택하는 몇 가지 우연들이 쌓이고, 그러면서 또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호배움과 역동, 그리고 갈등을 통해서 이분들이 길을 덜 잃었다 는 점이 선명히 느껴져서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모르던 이야기, 쉽게 접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배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호연: 책을 쓸 때마다 사실은 어떤 새로운 얘기를 담아야 할까, 세월호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는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한 기획과 고민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특히 3장 416가족의 탄생과 4장 가족의 재구성은 다양한 사람들이 깊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세월호가족들이 지금까지 싸워왔기 때문이잖아요. 그분들이 흩어졌으면 사실 할 수 없던 작업이에요. 끊임없이 싸우기 위해서는 고립되지 않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분들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기 얘기를 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끝없이 불안하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감정이 계속 이어져왔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람들을 만나려 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넓게 맺으려고 했었던 시간이 세월호 싸움이 가진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도 이 싸움을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 분들이 연대라는 이름으로 다른 유가족들을 비롯해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거든요.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연대의 경험을 쌓아왔던 거죠. 

개굴: 김미숙 님이 북토크에서도 하셨고 시사인 인터뷰에서도 하셨던 말씀 중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거든. 표현은 좀 다를 수 있는데 ‘아이가 험한 곳에서 목숨을 잃었고 그 부당함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피켓을 들었고 그런 점들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라고 하셨던 인터뷰였어. 그분이 이번 북토크에 오셨을 때에도 ‘삶과 죽음을 오가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좀 봐달라고 피켓을 들었던 거 아니냐’ 는 말씀을 다시금 하시더라고. 그걸 보면서 보통 자녀를 그렇게 잃으면 우리 아이가 힘든 곳에서 일하다가 희생되었고 내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게 되기 쉬운데, 이분은 자식이 피켓을 들었다, 우리 좀 봐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자식의 목소리를 유지로 받들면서 거기에서 자신의 삶의 좌표라든가 살아있는 이유를 발견하시는 모습이셨거든. 그것을 매우 의미 있는 위치로 자기를 받아들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이 책에서도 ‘이럴 때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물어본다’ 고 하시는 구절을 보면서 이런 부분에서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런 마음들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는 책이었던 거지.

호연: 산업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유가족들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거 같아요.

단감: 저는 이번 책에서 또 새로운 걸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작가기록단의 책이 계속 세월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해주려는 기획을 해왔잖아요. 처음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는 유가족의 마음을 깊은 곳까지 들을 수 있는 인터뷰를 통해서 ‘자식 잃은 불쌍한 부모’로 고정된 상에서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줬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슬퍼하면서 이 사회와 싸우고 있는 유가족에는 부모만 있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들, 그리고 동세대의 친구와 이웃도 있다는 걸 보여줬잖아요. 또 이번 책에는 한 가지 테마에 관해 여러 유가족 분들의 이야기가 짧게나마 한데 모여있으니까, 이분들이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이 다 다르고 그 속에서 생각과 입장도 제각기 다 다른 분들이구나 하는 게 확 와 닿는 거예요. 늘 함께 모여서 싸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유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뭔가 한 덩어리로 생각하며 공통된 경험이나 생각을 당연히 공유하고 계시겠거니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유가족 분들이 왁자지껄하게 모여 있는 이 책의 형식이 다층적인 유가족의 성격을 다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느낌이었어요. 지금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사태를 해석하시고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시고 각자의 방식으로 옆 사람과 공존하며 자신의 삶을 재건해오시던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더라고요. 안명미 님이 북토크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기도 했잖아요. 지금까지 유가족분들은 자기에게 맞는 자리,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서 버텨온 시간이었고, 설령 그 방식이 싸움을 접고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 해도 본인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개굴: 근데 그렇게 다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이렇게 모여서 공동체를 이뤄내고 있는 거지. 그토록 절박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게 곁을 내주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단감: 정말 그래요. 그렇게 공동체를 만들어온 역동적인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접한 거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여러 분들의 얘기가 짧게 짧게 이어지니까, 사실은 읽다가 너무 슬프거나 마음이 먹먹해서 책을 더 읽기 힘들어지고 그런 일도 좀 덜했어요. 유가족 한 분의 손을 잡고 그분의 이야기를 진진하게 듣는 느낌이 아니라, 넓은 자리에서 여러 분들과 모여 앉아 다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체적인 서사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호연: 그건 정말 다행이다. 아무래도 사긴 샀는데 읽기가 힘들다,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씀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아서 그 점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었거든.

 

어느 일요일 호연, 개굴, 단감이 저녁 식사를 하며 짧게 나눈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북토크 후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싸워온 것은 물론, 작가기록단 작업을 하거나 ‘재난사고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왔던 호연과 개굴이 지금까지 걸어오며 발견하고 다듬어 온 고민과 성찰을 빼곡히 들을 수 있는 자리였어요.

굳이 나서서 일을 맡지 않는 제가 이렇게 북토크 후기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한 이유는, 올해에는 세월호 싸움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생활인으로 살다 4월을 놓쳐버리면 또 세월호 싸움에 같이할 계기를 찾기가 애매해지기 쉽더라고요. 그렇게 어정쩡하게 살다가 갑자기 또 4월 됐다고 불쑥 나서서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니 그것도 괜히 쑥스럽고, 그러다보면 도대체 ‘잊지 않겠습니다’의 삶이라는 게 뭐야? 그냥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살면 되는 거야? 싸움의 방향이 잘못된 거 아냐? 하면서 남 탓을 하게 되고… 그래도 다행히 들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고민하고 함께할 일을 찾아주실 분들이 많으니, 그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구독자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었어요. ‘잊지 않겠습니다’의 삶이 이렇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가방에 리본을 달고,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만들자고 서명하는 삶이라면, 그런 삶은 저도 살 수 있는 것 같아서요. 혹시 아직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를 읽어보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같이 읽어보아요!

* 정리 및 작성: 단감(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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