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이 분노는 남편을 향한 것이었지만 대개 아이들에게 표출되었다.”
『분노와 애정』 (도리스레싱·에이드리언리치 외 저)

분노와애정 표지이미지입니다.

나쁜 엄마 모임 (제인 라자르)
너무 빨리 생겨버린 얼굴 주름은 깊은 분노의 표시였다. 이 분노는 남편을 향한 것이었지만 대개 아이들에게 표출되었다. 그건 옳지 않은 행동이었기에 결국 분노의 칼날은 방향을 돌려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p.104

분노와 애정 (에이드리언 리치)
아이들은 내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격렬한 고통을 안겨준다. 양가감정이라는 고통이다. 나는 쓰라린 분노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더없는 행복에 대한 감사와 애정 사이를 죽을 듯이 오간다. p.135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가부장제와 심리학이 결합해 여성다움의 정의로 만들어버린 일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 보통 엄마와 아이 사이의 권력 관계는 그저 가부장 사회의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네게 무엇이 좋은지는 내가 잘 알거든”이라는 말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이라는 말과 구별하기 어렵다. p.158~159

페미니즘과 엄마됨 (수전 그리핀)
엄마가 자신의 자아를 희생하면 아이도 자아를 희생한다. 엄마의 사랑은 아이를 집어삼킨다. 엄마의 평가는 억압이 되고, 엄마의 보호는 지배가 된다. 왜 여성에 관해서 우리는 언제나 사회구조가 아닌 개인을 비난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실패를 개별적인 삶 속에서 찾고 “이러한 상황 자체”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가. p.83
기너트 박사는 아들에게 화를 터뜨리고 만 엄마가 “자신의 화를 한 문장으로 제한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한하다”라는 단어를 읽고 생각한다. 제한된 분노, 제한된 섹슈얼리티, 제한된 이동성, 제한된 사고, 그리고 기너트 박사의 칼럼에는 오직 아이들의 이름만 나온다는 것. p.85

『분노와 애정』 (도리스레싱·에이드리언리치 외, 시대의 창, 2018) 중에서

나는 종종 ‘어린이를 한 명의 온전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애쓰고 있는 나를 탓하는 ‘걱정 어린’ 말들과 모든 것이 나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의 잘못은 엄마의 잘못이라는 프레임은 엄마를 압박하고, 그 화는 ‘가르침과 꾸짖음’이 되어 다시 어린이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서의 훌륭한 기법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안의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 건지, 왜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를 알게 되기 전에는 그랬다.

엄마뿐만 아니라 돌봄 관련 노동을 하는 사람들(보육교사,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은 인간을 존엄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열악한 처우와 업무환경, 경직된 조직문화가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개인적으로 힘을 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돌봄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부당한 현실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일상의 분노는 해결되지 않고 지속해서 약자를 향할 것이다.

엄마를 향한 혐오 표현인 ‘맘충’, 어린이들을 제한하는 말인 ‘노키즈존’ 과 같은 언어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나는 이런 제약들에서 자유롭기 위해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난다. ‘좋은 엄마’의 가면을 벗고 솔직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내 안을 들여다본다. 각자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우리 삶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처한 불합리한 구조를 파악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한 방법들을 함께 찾아가며 일상을 버틸 힘을 얻는다. 그리고 모두가 인간답게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라는 말은 오히려 어린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임, 보호와 통제, 과도한 기대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누가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보는 관계, 함께 하루를 사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인권과 페미니즘을 만나고 누군가를 탓하는 말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존의 질서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나는 피곤한 존재가 되었다. 그렇지만 긴 터널 안에서 혼자 헤매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좋은 엄마, 좋은 활동가이기 이전에 ‘그냥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성: 구름(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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