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닌!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필요한 자격?

청소년노동인권교육강사2급 응시자격요건이 기술된 이미지입니다. 구체적 내용은 본문 텍스트에 담겼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강사 2급 응시자격>

– 연령 : 해당 없음
– 학력 및 경력
1. 대학(또는 이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는 기관)에서 상담․교육․법률 관련분야를 전공하고 청소년 교육활동을 1년 이내 10회 이상 강의한 실무경력자
2. 대학원(또는 이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는 기관)에서 석사학위 취득(예정)자
3. 위의 1호 내지 2호에 규정된 자와 동등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본 법인이 인정한 자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여성가족부는 마치 그 ‘자격’을 알고 있는 것처럼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자격 검정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여성가족부가 위탁한 청소년근로보호센터 운영 기관에서 시행한다. 올해 2월 9기를 모집하고 있으니 꽤 오래 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여성가족부가 교육청에 보낸 협조 공문에 따르면, ‘자격’을 얻으려면 4과목 8시간 교육을 듣고 나서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필기시험 후 다음 날 시연하고 이에 통과하면 ‘자격’을 준다. 교육 과목은 ‘청소년 노동의 이해’, ‘청소년 노동의 이슈’, ‘청소년 노동 관련 법률’, ‘청소년 노동 유형별 대처법’이다. 청소년 노동 관련 법률은 청소년보호법과 근로기준법 2가지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자격시험 과목이 나와 있는 이미지입니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자격시험 과목>

 

능력주의 사회에서 자격증으로 ‘자격’을 보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청소년노동인권 활동을 오랜 기간 해 온 입장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자격증을 보는 마음은 낯설고 복잡하다. 응시 자격이 ‘1년에 청소년교육활동 10회 이상’이라거나 ‘석사 취득’ 이상이라는 대목에서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고학력자의 스펙 쌓기를 부추기는 상술로도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소위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지원제도로 포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좀 더 복잡한 마음이 드는 건 오랜 기간 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 교육활동을 꾸려 온 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지역 청노인넷) 활동가와 만날 때다. 교육 수요가 늘면서 지역 청노인넷은 매년 교육활동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년 째 반복하다보니 청소년노동인권교육 활동가 과정을 어떻게 운영(학교 교육 수요에 맞춤한 강사 과정? 활동가 조직 과정?)할 것인지, 활동가 과정에 참여한 이들과의 관계(강사 관리자? 동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고민이 깊다. 그러나 고민에 집중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일부 활동가는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활동 외에 학교 교육을 소화하느라 소진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활동가 소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교육활동가 양성과정인지, 교육활동가 과정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 지역 청노인넷의 주된 활동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활동가 과정에 참여하는 이의 배경이 다양해 지면서 생긴 크고 작은 갈등도 있다. 그중 하나가 활동가 과정에 참여한 이가 ‘교육 기회를 (다른 강사들과) 균등하게 제공할 것’과 ‘교육하러 온 사람에게 다른 활동(거리 상담이나 현장실습 대응 활동 등)을 기대하지 말 것’ 등을 내세울 때다, ‘과정을 수료했다는 수료증을 달라’는 요구는 활동의 지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거부해 왔기에 그간 큰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단체의 출현과 교육청과 지자체의 위촉과정 운영 앞에 미뤄둘 수만은 없는 고민이 되고 있다. 교육청과 지역 청노인넷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는 끊임없이 청노인넷 활동가에게 자격을 요구해 왔던 터다. 이런 이유로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의 근로기준법 위주 교육이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측면이 있다.

2~3년 전,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전남과 대구, 부산 지역 등에 연락해 함께 운영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때는 활동가들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으로 지나갔다. 문제는 올해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법인 공문이 여가부와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가면서다. 해마다 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혹은 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교육을 요청하던 학교가 더는 요청하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학교 교육 중심으로 활동하던 청노인넷의 활동 위축(?)이라 여겨 위기로 인식할 것인지, 교육활동 점검 및 방향을 재설정할 기회로 삼을 것인지 지역 청노인넷에 새로운 과제가 생긴 셈이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엔 청소년노동인권 운동의 역사가 있다

각종 법률에 근거 해 의무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 대개 주무 부처에서 ‘강사 양성 과정 수료자’나 ‘일정 자격을 갖춘 자’를 위촉해 교육 수요자에게 강사 풀을 제공한다. 주관 부처에서 위촉하는 자는 곧 ‘전문가’다. 이렇게 위촉한 ‘전문가’가 일 년에 일정 시간 정해진 의미 없는 의무 교육을 치르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각종 법률에 근거 해 생긴 교육은 저마다의 역사가 있는 법인데 매뉴얼화된 의무 교육에는 그 역사의 흔적이 없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도 비슷한 순서를 밟고 있다.

현재 시도 군·구, 교육청 등에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조례, 청소년노동인권 증진 조례를 마련해 실시하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은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계속된 현장실습생 사고와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의 노동 안전 교육도, 보호장구도 없이 위험한 일터에 내몰린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사고와 사망 대책으로 마련한 것 중 하나가 현장실습 전 교육이다. 그보다 앞서 청노인넷은 2005년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청소년노동인권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를 발간해 교사와 공부방 활동가, 노동단체 활동가를 만나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이 학교에서 혹은 지역에서 청소년을 만나 노동인권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청노인넷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다. 당시 학교에서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활동 목표가 될 만큼 학교 교육 과정의 노동인권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관계부처 합동 특성화고 현장실습 대책 문서를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2012.4.17.>

 

청노인넷 활동이 쌓여 몇 개 지역에서 활동이 활발해질 무렵인 2011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학생이 쓰러졌다. 지금도 깨어나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있다. 사건 당시 현장실습 제도를 바꾸기 위한 대책회의 활동과 시민의 관심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현장실습 전 ‘산업안전보건과 근로기준법’ 교육을 의무화(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2012.4.17.)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15시간 남짓 온라인 교육이었지만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학생의 97% 넘는 이수율에 비해 ‘영화 한 편 틀어 놓고 클릭 몇 번 하면 다 끝날’ 정도여서 한계는 뚜렷했다. 이렇게 진행하는 교육에서 의무 교육으로 되기까지의 역사의 흔적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 한가지 위안은 교육 의무화를 계기로 청노인넷의 노동인권교육이 학교로 들어가는 일이 조금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2차례의 교육감과 지자체 선거 과정에서 학교 교육 수요는 빠르게 늘었고, 전국에 청소년노동인권 관련 조례도 우후죽순 생겼다. 2017년 2명의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이후 정부의 각 부처(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도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직업계고 학교에서 의무화하면서 시작한 교육이어서인지, 산업체 현장실습을 나가거나 ‘알바’하는 청소년이 아니면 필요한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인지 교육대상은 직업계고 학생이 압도적이다. 당연히 교육활동하는 이들 중 많은 이가 특성화고 학생을 만나 교육한다. 그러나 현장실습 제도를 둘러싼 청소년의 노동인권과 학습권, 비정규직 입직 통로가 되는 문제, 졸업한 이후의 삶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 등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한 경우는 드물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숨어 있는 활동의 의미와 운동의 역사를 모른 채 진행하는 교육의 목표는 어디에 가 있는 걸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닌!

어떤 인권교육을 꿈꾸는지, 어떤 교육활동가가 될 것인지 고민하는 중에 ‘자격’, ‘검증’, ‘역량’, ‘훈련’, ‘실천’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시험대에 오르곤 한다. 또, 남발하는 인권교육 강사 양성 과정과 위촉 실태를 보고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고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우리’는 누구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격검정 시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떨칠 수 없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까지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활동은 ‘동료’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해온 터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란 생각이다.

*작성: 수정_이갈리아(활동회원)
*<함께 하는 품> 39호(평등사회노동교육원 격월간지, 2019. 3월)에도 함께 게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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