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내가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상처 때문이었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벨 훅스 저, 2008)

벨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표지이미지

 

내가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상처 때문이었다 . 내 안의 고통은 너무나 격렬해서 나는 살아가기조차 힘들었다. 내 내부와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파악하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이론에 매달렸다. 내 상처가 사라지기를 원했다는 점이 제일 중요했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

벨 훅스 저 윤은진 역, “해방 실천으로서의 이론”,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모티브북, p. 76.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고통을 이겨내기도 합니다. 흑인 페미니스트 벨 훅스에겐 어려서부터 이론이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의 발판이 되어주었나봐요.

그렇지만 이론을 추구하는 벨 훅스의 여정은 전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흑인 페미니스트의 이론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들거나 이론적으로 충분치 못하다며 무시했고, 흑인 공동체에서는 흑인 남성을 비판하며 흑인 민권운동을 방해하지 말라거나 우리는 한가롭게 이론이나 논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며 반발했거든요.

그럼에도 훅스는 이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인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성별에 의한 차별만으로는 여러 인종의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설명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과제라는 점을 주장했고, 그들이 인정하는 ‘이론’이란 그들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권력의 산물이기에 오히려 이론을 현실로부터 분리하여 그것을 도태시킨다고 지적했죠.

그리고 흑인 공동체에서는 이곳이 흠결없이 완전함을 증명하려는 움직임이야말로 비민주적이며 지금 이렇게 모여서 흑인 사회의 가부장성을 비판한 것이 바로 실천이며 이러한 실천이 곧 이론을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임을 주장했습니다.

훅스는 자기 역시 “흑인끼리의 다정다감한 연대감을 느끼는 좋은 분위기를 ‘망쳐 놓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에 침묵한 적이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이 지금껏 우리의 이론과 실천의 발전을 얼마나 가로막아왔는지 돌아보자고 청합니다.

저도 작년에 괴로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결해보고 싶어서 이런 저런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라는 걸 하다보면 재밌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서 절 괴롭혔던 문제와는 오히려 멀어지는 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과연 괜찮은 걸까 하던 참이었지요. 그러다 삶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인 만큼, 그저 관념 속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꾸준히 파고들고 만나는 사람들과 계속 토론하려고 하는 훅스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해서 들 회원분들과 나눠봅니다.

*작성: 단감(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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