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문장] “학급 물품을 내 것처럼 아끼자!”
『아무튼, 비건』(김한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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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이 떠오른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곧 부모를 따라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 반 교실 뒤편에는 공용 연필깎이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여러 아이들이 멋대로 이용하다 보니 곧잘 고장이 나곤 했다. 보다 못한 담임선생이 안내문 하나를 써 붙였다. “학급 물품을 내 것처럼 아끼자!”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그때까지 내가 외국에서 받은 교육에 의하면 그 문구는 응당 이렇게 쓰여 있어야 했다. “남의 것처럼 아끼자.”

‘내 것’이라면 다소 소홀히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남의 것’ 혹은 ‘우리 것’이라면 더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 어린 나에게 이것이 상식이었다. 혹시 잘못 써진 건가 눈을 씻고 살펴봤지만 아니었다. 과장이 아니라, 이 일은 어린 나에게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회였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아가며 겪을 일들에 대한 경고 신호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누군가 ‘내 새끼’라는 말을 쓸 때마다 이 일화를 떠올린다. 우리 사회가 ‘남의 새끼’도 귀하게 대했다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하면서.

-『아무튼, 비건』(김한민, 2018)

내가 ‘나’를 기준으로 한 경계선에서 어느 쪽을 더 신경 쓰고 살았는지, 내가 밀어내는 것과 품은 것의 기준을 살펴보고 내 삶의 방식을 점검 해보게 한 구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지 내가 ‘내 새끼’가 없어서 그 표현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 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도 덤으로 얻었고요.

*작성: 햄(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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