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다시 살피는 ‘참여자 분석’

어느 교육에 참여했다가 다음 시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더불어 빵! 터진 웃음도요. 질문하는 사람의 ‘문제적 관점’을 콕 집어서 되돌려주는 당당한 대구에 통쾌함마저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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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가정의 여성/장애여성이라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장애인/장애여성이라면 결혼을 ‘복’처럼, 다행으로 바라보고,

장애인/장애여성이라면 일보다는 ‘여가’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직업이 있다면 다행으로 여기는.’

시를 보면 여성으로 자녀 돌봄의 책임이 지워지는가하면, 장애인이기에 ‘결혼=남편 복’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으로 겪게 되는 편견과 차별이 잘 묻어나 있습니다. 그 분은 여성이기도 하고 장애인이기도 하고 여성장애인이기도 하고, 사회활동가이기도 하고, 또 어떤 누구이기도 한 것이죠.

사람의 정체성을 어느 하나로 이야기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사람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은 차이와 차별을 다루는 인권교육에서 혹은 인간의 존엄함을 깊이 살펴볼 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한편으로 억압과 차별도 하나의 정체성으로 단일한 이유로 설명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이주민이라서 겪는 억압이 아니라 여성이고 이주민이고 혹은 성소수자이면서 마주하는 복잡적인 억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 수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 속에 등장한 구호에도 역시나 이런 관점과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통합적 이해 속에서 존엄이 제대로 지켜지고, 차별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지요.

그림1

그림2

인권교육에서도 참여자의 경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은 늘 강조돼 왔습니다. 참여자가 직업과 나이, 겉으로 드러난 성별 등이 같다하더라도 정체성은 복합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당사자가 억압을 크게 느끼는 정체성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인권교육가가 사회적 통념아래 획일적 정체성으로 참여자를 규정해버린다면 교육은 준비부터 방향을 잃게 되겠지요. “내 얘기는 아니군” “내 얘긴 할 수 없겠어” 같이 참여자가 멀어지면서요.

‘참여자 분석’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을 알고 끝내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장애인인가? 여성인가? 성소수자인가? 직업이 무엇인가…등으로 파악되는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삶의 지도를 보다 섬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참여자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위의 결과물은 인권교육활동가가 참여한 <인권교육, 새로고침> 과정중 하나로 ‘교차성이론을 중심으로 한 참여자 분석’에서 ‘노인’ 참여자, ‘여성 학부모’ 참여자를 살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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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참여 인권교육을 위한 참여자 분석>

-노동력을 상실하면 인간이 아닌가?

-사회적 역할의 변화(과거와 현재의 사회적 위치 격차)

-고립된 생활

-성 주체에서 배제됨

-남성노인으로서 가지는 가정에서의 위치

-경제정도에 따른 여가생활의 격차

-경제적 능력이 상실된 채 평균수명이 연장됨으로 오는 불안, 막막함.

-노노케어의 부담감(부모, 배우자, 장애인 자녀)

-발달하는 기술정보를 따라가기 힘든 존재(문화지체)

-노인에 대한 거부, 기피(틀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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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인권에 관심 있는 여성 학부모>

-자녀의 양육, 성적의 책임의 주체

-보호자(권력)이며 추궁 받는 사람.

-청소년인권을 지지, 응원하는 괜찮은 시민이고 싶은 사람.

-교사/학교와 원만한 관계를 맺는 학부모

-여성으로의 경험(과거 학생/부모)과 자녀의 경험 교차 : 억압

-자녀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싶은 부모

-자녀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사람

 

교육을 기획하며 참여자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고 늘 해오던 과정이지만 소감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참여자를 파악해 본 적이 없었다.”

“교육준비를 위해 참여자를 파악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공부를 한 것 같다”

인권교육은 교육가가 가진 것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는 과정이라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

 

글쓴이 : 은채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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