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짓는사람들] “인권이 내게로 왔다”
소란59호(2018년3월) - 김지나 님의 이야기

<노원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 양성 심화과정> 첫 번째 시간!!
배경내 선생님의 수업 제목이었다. 저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인권이 내게로 왔다…. 들에 활동회원으로 가입하고 1년이 흘렀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내 삶 속에 다가오며 많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20살 사회초년생때 나는 예민하다, 융통성이 없다 등등 사회생활을 못한다는 말들을 자주 들었다. 20년이 흘러 인권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그들이 말하는 사회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잘(?) 한 행동이 아니였음을 확인받았다. (나에게)

얼마전 셋째언니가 우리집에 놀러 왔다. 언니의 바지를 보고 “그게 뭐야? 스타킹 신고 치마안입은 사람 같다”라고 얘기했다. 언니는 우연히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아무거나 주워 입는 다는게 짧은 티를 입게 됐다며 얘기했고, 나는 티가 문제가 아니라 바지가 스타킹 같다며 말했다. 두 세번 반복되는 터에 언니는 “바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최근에 살이 쪄서 그래. 니가 살좀 빠졌다고 이제 다 사람 같이 안 보이냐?” 라며 언니는 갑자기 화를 냈고 나는 더 당황했다.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화를 잘 안내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더 당황하여, 놀린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화를 내냐며 나의 행동을 정당화 시켰다. 물론 언니를 놀리려는 의도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화를 안 내던 사람이 화를 내어 당황한 것일까? 아님 누군가를 비난한 생각없이 사람이 되어 당황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언니말이 맞다. 당사자가 듣기에 기분 나빴음 나쁜거지, 왜 기분 나쁘냐니…. 나는 왜 빨리 언니의 기분 나빴다는 표현에 사과하지 못했을까? 창피했다ㅠ

남편과 편의점을 오픈한지 1년이 되었다. 의도했던 대로 학교 앞이라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꽤 친해진 친구들이 많다. 더 친하고 덜 친한 청소년 중그 친함을 더 표현하는 청소년도 있고 표현하지 않는 청소년도 있다.
편의점을 오픈하며 유치원생이며 고등학생까지를 포함하여 나는 모든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것은 존중의 의미라기 보다는 누구에게도 똑같은 태도로 대하고 싶은 나의 바람이다. 그러던 어느날 한 청소년이 어느날부터 말을 놓았을까?
그 청소년 뿐 아니라 나도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말을 놓아 이야기 하는 ‘우리’를 보고 남편이 “니가 걔네들하고 친구야?”라며 이야기 했다. 순간 무안했다.
하지만 언어란 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증거 같은거 아닌가? 그래도 ‘응! 나 쟤네들 하고 친구야’라고 말하기엔 좀 어색했다. 하지만 곧 친구의 의미가 뭘까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 했다. 꼭 나이가 같아야 친구이던가? 사람들은 어떨때 친구라는 관계를 맺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흥! 쟤네들도 아무나하고 친구 안하거든요!’

편의점 오픈 1년을 기념하며 점포 대 점검에 들어갔다. 본사에서 맥주 매출을 높이고자 맥주냉장고를 새로 들이게 되었다. 냉장고가 들어오던 날 술이나 음료를 꺼내면 저절로 앞으로 내려오도록 하는 ‘롤링판’이 오지 않았다.
본사 직원에게 요청하니, 엄청 비싸다며 냉장고도 비싼데 일하는 사람 편하게 하자고 롤링판까지는 살 수 없단다.
롤링판은 일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다. 그런데 그것을 왜 빼냐며 주장했지만, 본사 직원은 근무자들의 불편까지 덜어주자고 돈을 들여 할 의무는 없다며 기업을 대변했다.
나와 한편인 줄 알았던 우리점포 담당 직원이 한순간에 나와의 관계에 선을 긋고 기업의 편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잠시 화를 삭이고 담당직원에게 부탁(?)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존재 하는 기업도 일하는 사람을 배제했다면 그것은 잘못되었다. 기업의 잘못된 습성까지 대변하면서까지 나를 설득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차라리 함께 욕이라도 하면 될 것을……ㅠ

결혼생활 16년~ 남편은 나에게 뭐든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다며 늘 나를 싸움닭 취급을 했다. 1년동안 함께 점포를 운영하며 무엇이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을 달라지게 했을까?
싸움닭이라는 낙인은 그대로 인데 그전에는 이유없는 싸움닭이었다면, 지금은 이유있는 싸움닭으로 그 취급이 달라졌다. 그것은 아마도 1년 동안 함께 일해서가 아니라 1년동안 ‘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인권’은 나 뿐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관점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화이트데이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축하주를 했다. 함께 술을 마시며 번뜩 남편은 한손으로 술을 따르고 나는 늘 두 손으로 술을 받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다시 술을 한 손으로 받고 한 손으로 따라 주었다.
남편은 그런 나의 모습을 황당해 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뭐냐?” 코웃음치는 남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한손으로 따르는 사람에겐 나도 이제 한손으로 받으려고”
그동안 16년을 한손으로 술을 따르며 나를 아랫사람 표현하지 않았던가.
나는 한손으로 술을 받으며 부부의 동등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황한 남편은 이제 두손으로 술을 따르시겠단다. 황당ㅡ.ㅡ;;;;; 계속 두손으로 받아야하나. 흥!

3월~ 딸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학부모 상담기간이다. 작년에 벌점을 많이 받았던데 어떻게 반장을 했냐고 물으시며 이번에도 반장이 되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학칙 담당이시라며 작년처럼 벌점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협조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또한 1학년때는 각 반에서 벌점을 주었으나 2학년부터는 복도에 게시하여 어느 선생님이나 벌점을 주도록 하시겠단다.
뜨악ㅠ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하나…. 일단 벌점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선생님은 한사람이 다수를 통제하려다보니 어쩔수 없다고 하셨다. 맞다! 통제! 왜 통제해야 합니까? 또는 한사람이 한사람도 통제가 안되던데, 다수를 어찌 통제하려고 하십니까? 라고 되물었다. 벌점제도로 학생들을 제제하고 낙인하고 편가르면 통제가 가능하던가요? 라고 반대표를 들었다.
이번엔 학교 제도상 이것이 규칙이라 담당이신 선생님 본인도 어쩔수 없으시단다.
이때다! 담임쌤 본인도 그것이 썩 좋지 않은 방법임에도 구조상 어떨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내 아이에게 무조건 지키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딸과 한편에
서서 딸이 협조할 수 있도록 부탁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담임선생님께 통했을까? 아마도 뒤돌아서서 ‘대화가 안통하는구만, 아~ 반장 엄마가 저 모양이니, 잘못뽑았네’ 라고 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쌤 입장에서ㅎ) 시초라도 되었기를 바라본다.

“인권이 내게로 왔다” 나는 더이상 사회생활 할 줄 모르는 예민한 사람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사람이고, 누군가에겐 싸움만 거는 싸움닭일 것이고, 또 어떤 무리에겐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걸림돌을 자청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런 작은 일상따위로 세상이야 변하겠냐만은… (노원청소년노동인권 활동가 심화과정 3강 류은숙선생님의 수업내용을 대신하여^^) 나도 살고 누군가도 살아갈 이 사회에 서로 공유하는 제도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바로 시민의 책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왼쪽)편의점 앞 청소년들 (오른쪽) 편의점 안에서 청소년들과 찍은 사진

사진: 죄수 단체복을 맞춰 입고온 청소년들과 점포 앞 눈을 쓸어 주던 검정 펭귄들^^

 

 

 

 

 

 

*작성: 김지나(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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