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길잡이가 되어 준 질문

어느 날, 들쥐들은 동그마니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레드릭을 보았습니다. 들쥐들은 또 다시 물었습니다.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프레드릭이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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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의 담담하고 또 당당한 이 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글로 표현은 안됐지만, 다른 네 마리 쥐의 뒤끝 없는 반응도 좋았구요. 그림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네 마리 쥐의 표정은 당황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겨울에 보여 달라고 해야지’하는 궁금한 속마음 일수도, 아니면 모호한 끄덕끄덕일 수도 있지요. ‘알 수 없거나’ 혹은 ‘상상 가득한’ 이런 상태도 마음에 드는 그림책<프레드릭>입니다.

분주히 곡식 낱알을 나르는 네 마리 쥐들과 달리 프레드릭은 반쯤 뜬 눈으로 햇빛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은다고 말 합니다. 곡식은 추운 겨울 웅크린 다섯 마리 쥐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고, 프레드릭의 이야기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줍니다.

<프레드릭>은 어떻게든 인권교육에서 이야기 해보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드는 그림책이지만 좋은 그림책이 언제나 인권교육의 좋은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씁쓸한 경험만큼, 쉽게 손에 들지 못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여행 가방 꾸리기’를 생각하면서 <프레드릭>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여자는 초등 3학년이었구요.  ‘여행 가방 꾸리기’는 집 밖에서 잠을 자는 여행을 상상하며 가방을 꾸릴 때, 꼭 필요한 것, 생활할 때 없으면 안된다고 여겨지는 것을 떠올려 보고, 사람이 살아갈 때 꼭 필요한 것을 인권의 특성, 목록과 연결지어 보는 인권교육프로그램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종종 가방에 넣었으면 하는 것 중에 신용카드, 돈 등이 등장합니다. 물론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되물어 보게 되지만 역시나 옷, 음식, 집 등의 사물이 주요하게 나옵니다. 무엇이든 넣을 수 있는 요술 여행 가방이니 만큼 이런 물건 이외의 것들도 등장합니다. 프레드릭을 읽고 나면 여러 가지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을 앞두고 지인에게 프레드릭을 보여주고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사실은 너무 좋은 책이라고 막 자랑(?)한 것이었는데, 책을 본 사람의 첫마디는 “그래서, 얘네들 다 죽나요?” 정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당혹스런 말이었어요. ‘이 훌륭한 책을 보고, 다 죽나요?가 소감..이라니ㅠ’하고 허탈한 웃음이 흘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때는 그림책을 보고 뒷일이 항상 궁금하고 때론 가장 오래 마음을 붙잡기도 했더라고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없으면 불안해졌던(^^) 기억 말이에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단번에 ‘안심’을 주는 누군가의 말 대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 볼 의도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죽었나? 어떻게 살았나?’는 이번 참에 의도한 방향이 아니었거든요.

“다섯 마리 쥐들이 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것은 무엇일까요?

‘이야기, 색깔, 옥수수, 밀 등으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어요’라는 진행자의 정리보다 ‘친구, 우정, 따뜻한 정, 사랑, 옥수수, 밀, 색깔, 이야기, 믿음 등’ 참여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이 질문을 떠올려 준 지인의 소감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프레드릭을 읽은 후 꾸린 여행가방 역시 여느 여행가방보다 알록달록했고, 필요한 이유도 풍성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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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은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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