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말이 사라지는 인권교육

인권교육을 진행하면서 ‘말’이라는 걸 드문드문 생각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의미부여가 있겠지만 단순히 많고 적음, 혹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수량만 따져도 어떤 교육인지 짐작되는 그런 경우가 있다.

장면 하나, 말 없는 어느 교육

시설에서 1시간 인권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보통 들에서는 1시간 교육은 하지 않는데,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참여자의 특성상 1시간 교육을 하게 됐다. 이미 교육을 진행하기로 한 후에 알게 된 것인데,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 외에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교육이었다. 역시나 들에서는 보통, 이런 세팅의 교육 요청에 대해서는 애초에 거주인과 종사자를 구분해서 교육할 것을 제안하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미 돼버려 거주인과 종사자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조용한’ 교육으로 남았다.

참여자를 기다리며 교육 피피티를 준비하고 있을 때 거주인 서너명이 교육실로 들어섰다. 자리를 안내하며 실무자들도 함께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거주인들 얼굴에 비친 알 수 없는 표정변화. ‘느낌’만이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딱 들어맞았다. 진행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거주인분도 계셨지만, 무척 짧게 그리고 손으로 꼽을 만큼 적은 횟수였다. 오히려 종사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었다. 적극적 참여자는 교육에서 무척 반가운 사람인데, 어쩐지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참으로 묘한 감정이 스쳤다. 참여자의 특성, 교육의 내용, 혹은 무더운 날씨 등 말이 없어진 또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주인과 종사자가 구분된 교육이었다면 분명 다른 ‘어떤 분위기’가 됐을 것이다.

장면 둘, 말이 쏟아지는 어떤 교육

시설(거주, 이용) 종사자만 참여하는 인권교육에서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익명으로 ‘시설의 인권문제(물론 이런 문장으로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를 받았는데 종사자의 노동인권문제와 민주적 조직운영 등의 문제가 우수수 쏟아져 몇 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 됐다. 그리고 ‘원장님’의 특별한 말씀과 당혹스런 운영지침을 발판으로 인권친화적인(?) 시설이 매우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마지막에는 모둠활동의 결과물을 시설에 남겨두지 말라며, 강의를 했던 진행자 가방에 활동한 전지를 접어서 넣어주는 종사자도 나왔다.

어느 특정 시설/기관만의 일이 아니라는 게 씁쓸할 뿐이다. 더불어 인권교육의 역할과 효과를 고민하는 순간들이지만 여튼, 말이 넘치는 교육이기 때문에 일단은 반갑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당연히 시설의 원장이 불참한 인권교육이다. 시설의 대표 혹은 운영자, 중간관리자가 참여하는 시설종사자 교육은 예상대로 ‘말 없는 교육’이 되곤 한다.

장면 셋, 넘치던 말이 사라진 교육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교육이었는데 저마다 할 말들이 많았는지 쑥덕쑥덕하던 말들은 어느새 웅성웅성하더니 시끌시끌,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순간이 되었다. 종종 있는 일이라 놀랄 것도 당황할 것은 없지만,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다. ‘누구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혹은 ‘화면을 봐 주세요’라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짧거나 혹은 길거나 한’시간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이 상황이 반복되면 진행자의 체력이 바닥나겠지만, 어쨌든 말은 넘쳐난다. 이 순간, ‘짜잔’ 등장하는 교사. “여러분, 이렇게 떠들면 어떻게 해요? 조용히 해야지!” 교사 말대로, ‘말’이 사라졌다. 진행하던 입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게, 돌아가며, 순서대로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갑자기 그 굴뚝에서 시커먼 먼지 풀풀 나는 느낌이랄까.

교사의 등장이 ‘단술’같았던 때도 있다. 하지만 ‘순서대로 돌아가며 이야기 해주길 바라는 굴뚝같은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조용히’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이 사라진 순간 ‘굴뚝같은 마음’을 내려놔야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말이 있고, 없고, 많고, 적음으로 교육이 어떠했지는지 다 설명될 수 없고, 실제로 말이 넘쳐나는 교육이라도 진행자 입장에서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말이 없는’ 교육은 설명이 잘 안된다. 분명 인권교육 시간이었는데, 알 수 없는 2,3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

글쓴이 : 은채(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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