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악~~ 왁자지껄, 그래도 활기차게
<그림책>으로 만나는 초등저학년 인권교육

인권교육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만나지만, 10세 이전의 어린이를 만난 경우가 개인적으로는 없었고, 들의 다른 활동가도 경험이 많지 않다. 이번에 만난 초등 1, 2학년은 그런 점에서 두근두근 설렘과 긴장감 도는 참여자였다. 책으로 이야기하는 인권교육도 지금까지는 1-2회차 정도였기 때문에 3회차 교육을 요청한 이번 어린이 교육을 두고,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한편으로 생겼다. 그동안 공통트림(어린이 책을 인권의 눈으로 읽는 들의 소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그림책을 인권교육에 사용해왔었지만 시간이나 내용면에서 늘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리라..하는 기대와 함께!

첫 시간에는 『난 남달라』를 보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여기는 ‘남달라’처럼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특징을 다른 참여자들에게 소개했다. 잘하는 것, 칭찬받는 어떤 행동이나 장점이 아니라 늘 하는 것, 좋아하는 것,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발표했는데, 만화책보며 누워있는 모습, 친구들과 줄넘기 하는 모습, 수영하는 모습 등 기분이 좋거나 좋아하는 행동들을 소개했다. 이어서 『온 세상 사람들』을 함께 보고 세상에는 생김새도, 사는 모습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이나 사진에 어린이들이 적극적이었다. 역시나 자기 이야기를 하는 기회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물론 의도를 ‘살짝’ 벗어나, 경험 이야기로만 흐르는 난감한 상황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주목해서 듣고 있는 다른 어린이들이 있지 않는가… 그/그녀의 얘길 잠깐 듣고 가지, 하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조금만 짧게, 짧게’하는 속마음은 시간 때문..)

두 번째 시간에는 『줄무늬가 생겼어요』 을 함께 읽었다. 이 그림책은 여러 어린이들이 알고 있었는데 ‘다 알아요’하며 흥미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나 아는데!’하며 반겨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느낌은 새로웠는데, 10명 정도 되는 참여자 중에 서너 명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사실은 망설여지는 게 ‘나 다 알아’하며 흥미를 잃는 경우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있어왔기 때문.^^; 책 속의 카멜라처럼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왜 숨겨야 했는지, 다시 기회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서로 얘기했다. 친구가 맞고 있었는데 때리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순간, 엄마나 아빠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졌다. 물론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잘 전달되지 않아, 서로(진행자와 참여자) 겉도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ㅠ 하지만 무엇이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어떤 속마음이든 털어놔 시원한 어린이들이 있으니!

세 번째 시간엔 『달라도 친구』를 읽고,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사람, 나와 너의 차이와 존중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시간에 얘기한 ‘있는 그대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주제에서 조금 더 나아가, 일상에서 ‘다른 너와 내가 존재하는 다양한 세상’을 생각해보고자 했다. 『달라도 친구』는 일상에서 서로 다른 친구의 모습,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그림책인데, 어린이들이 직접 친구와 가족을 떠올리며 다른 점을 찾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꼬물꼬물1

꼬물꼬물2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차이는 다양하게 아름답게(?)만 존재하지 않고 ‘비교’가 됐다. 머리숱이 적은 것과 그렇지 않는 것, 뚱뚱한 것과 빼빼한 것… 이런 것은 차이일 뿐인데, 누군가에겐 기분이 나쁜 비교가 되다. 한 어린이가 ‘비교는 나쁜 거 아니에요?’라고 질문을 했다. (그림을 발표하기 전이었는데 마침 이런 비교를 한 그림이 있었다!) 냉큼 질문을 받아서 어떤 차이는 비교가 되고 어떤 차이는 비교로 느껴지지 않는지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발표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과 ‘발표를 하는 것’은 다르지만 이 차이는 본인들 스스로 불편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이가 비교가 되고, 차별이 되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아쉽지만 이땐 목소리 전달불가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도(들렸는지!) ‘이런 비교’ 그림을 그린 어린이가 그 장면은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나에게 귓속말을 말했다. 질문을 한 어린이도, 귓속말 해준 어린이도 너무 고마운 순간. 차이와 차별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는데, 벌써 마지막 시간이었다.

첫 시간 시작하자마자 ‘언제 끝나요?’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후 계속 들었지만, 어린이들이 말하고 참여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오히려 진행했던 내가 힘에 부쳤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기운찼다. 특히 회차가 더할수록 이야기도 많아지고, 움직임도 많아지고, 활기 넘기는 모습이었는데 만약에 회차가 더 있었다면 ‘목소리 전달 불가’의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살짝쿵 두려움도 들었다.^^; 낯선 사람과의 재미난 활동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인권교육가는 어떻게 시선을 모으고,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결국 이야기의 힘인데, 어떻게 이야기가 서로에게 전해지는 상황을 만들지… 고민, 고민..
고민은 들어도.. 그래도, 설령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라도, 활기찬 게 좋다.

⁍ 정리 ‖ 은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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