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꿀알바’와 노동인권

새해 첫 교육은 고등학생과 함께했다. 화성 동탄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국어 과목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관심 분야를 정해 책을 읽거나 관련 인물을 초대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준비 한 학생이 3명이고, 이들이 관련 책을 읽었고, 교육 중 던질 질문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교육 바로 전날에야 알게 되는 등 교육 준비를 위한 소통이 쉽지 않았다.

예상시간보다 일찍 교육 장소에 도착했는데 3명의 학생이 예행연습(?)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실 앞에는 반짝이 스티커가 듬성듬성 붙은 설문 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질문 판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설문 판과 질문 판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연락을 주고받았던 교사가 오고 교육을 신청 한 다른 학생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3명의 학생이 탁자 앞에서 이 교육을 준비한 배경과 설문 결과를 발표한 후 오늘 진행 순서를 설명했다. 내가 준비 한 내용을 먼저 하고 포스트잇에 적혀 있는 질문에 답을 해 달라고 했다. 교육 준비하면서 교사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던 것-준비 배경,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등-을 하나둘 알아가면서 긴장도 풀리고 기대감도 상승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간 내 친구가 불안해했어요

교육을 준비한 학생들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7년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 일어난 사망 사건이었다. 사건을 접하고 특성화고등학교에 간 친구가 생각났다 했다. 그 친구도 사건을 알고 있었고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친구는 대학 진학보단 취업하겠다는 계획으로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했는데 졸업 전 일하다 죽음에 이른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했다. 불안해하는 친구를 보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내 친구가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떤 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런 상황에 부닥치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했다. 친구를 만나 질문하고 신문기사와 책을 찾아보며 친구의 불안함은 친구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 교육을 준비한 이유였다.

 

알바를 해본 경험을 묻는 설문판

학교 식당 앞에 설문 판을 두고 진행한 결과를 보면 답변한 학생 중 알바 경험이 있는 학생이 꽤 있었다. 여기 온 학생들은 어떤 기대를 안고 왔는지, 알바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알바를 했는지, 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안 좋았던 점이 있었는지를 질문하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발판 삼아 이야기의 층을 쌓아 가며 일하는 사람의 인권을 살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바 하기 전 알고 싶은 노동법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 법에 기대는 것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하는 사람의 인권을 위해 우리가 더 고민할 게 무엇인지도 나눴다.

 

도입 부분만 내가 준비해간 내용으로 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으로 채웠다. 포스트잇에 적어 놓은 여러 질문으로 풀어내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교육 준비하면서 오리무중 같던 상황이 실제 교육 시간에서 하나둘 확인이 될 때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변경해야 할 내용이 생겨나곤 한다. 어떨 땐 쉬는 시간에 PPT 몇 장을 추려내는 것으로 가능할 때가 있고 이번 교육처럼 과감하게 이후 내용은 싹둑 쳐내고 현장의 질문을 소재 삼아 풀어내야 할 때가 있다. 미리 준비한 내용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싹둑 쳐내는 과정에서 꼭 나누고자 준비한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으려면 몇 배의 긴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참여자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앞에서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꿀알바’, 뭐 있나요?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 게시판>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판  

  • “꿀알바”, 뭐 있나요?
  • 알바 해 본 적 있으세요? 있으면 행복한 알바였나요?
  • 제일 힘든 알바가 뭐 있나요?
  • 최고의 악덕 포주(사장?)가 있나요? 있다면 어땠는지?
  • 부당대우를 받으면 어떻게 하죠?
  • 알바 하기 가장 좋은 나라는?
  • 가수는 근로자인가요? 노동자인가요?
  • 목사님도 최저임금을 받나요?
  • 시급이 가장 높은 나라는?
  • 시급 1만 원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나라마다 최저임금은 어떻게 정하나요?
  • 현장실습이 폐지(?)됐지만 조기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노동인권(활동)가가 된 계기는?

 

질문 판에 붙어 있는 질문을 쭉~ 읽고 하나하나 풀어가 보기로 했다. 나라마다 최저임금은 어떻게 정하는지, 시급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인지, 시급 1만 원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최저임금 관련 질문이 많았다. 돈과 관련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해가 바뀌면서 새롭게 적용하는 최저임금 시급과 인상률에 관한 관심 기사가 한몫했을 거란 짐작이다. 최저임금부터 다뤄보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여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다, 실업이 증가하고 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이 살지 못하면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과 연동하여 물가가 올라가면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등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효과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알바를 하고 싶은 우리가 최저임금 상승에 거는 기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일해 번 돈만으로 한 달을 꾸려가야 할 때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이 적정한 것인지, 협상력을 갖기 힘든 청소년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상승만이 유일한 임금인상 기회가 되는 현실에서 최저시급 1만 원이 그렇게 비현실적인 주장이 되는지, 당장 최저시급 1만 원이 되면 노동자 임금이 올라 사업하기 어려운 것인지, 혹은 임대료, 가맹비, 카드수수료, 원하청 구조와 부족한 사회보장체계 등 진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잠깐 휴식 시간을 갖고 이어간 질문은 ‘목사는 봉사자라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아도 괜찮은 거 아니냐’, ‘가수도 노동자냐’ 등이었다. 이 질문으로 노동, 노동자의 개념, 노동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무시되거나 놓치고 있는 권리, 교육이나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강요당하는 열정페이의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는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살피면서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든,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엔 무엇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허울 좋은 조기 취업을 대신하는 현실에서 취업률 지상주의와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는 놔둔 채 사업주가 노동법만 잘 지키면 해결될 문제인지, 학생에게 보장해야 할 수업권과 진로 선택권은 무시하고 땜질식 처방만 내놓는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로 친구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이야기했다.

 

우리가 원하는 ‘꿀알바’의 기준

학생들의 눈이 가장 반짝거리는 질문은 “꿀알바, 뭐 있나요?”였다. 어떤 걸 꿀알바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되돌려봤다. 몇 명이 답을 해줬고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며 반응을 살폈다.

“한두 시간만 해도 되고, 서로 약속을 정하고 바꿀 수 있는 과외 같은 거요.”

(아, 원하는 시간에 적은 시간만 하는 일이면 좋겠군요?)

-네, 학교 끝나고 가서 일 마치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 피곤해요.

(주말에 하면 괜찮을까요?)

-주말에만 하면 좋겠다~

-아니지, 주말은 좀 쉬어야지~

-주말에 하는 건 10시간 넘게 일하는 게 많대.

-과외는 자주 ‘짤려서’ 더 안 좋을걸?

(자주 (과외선생님을) ‘짤라’ 보셨나요?)

-흐흐흐

 

“쉬운 일인데 임금 많이 주는 일이요.”

(버거운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거죠?)

-네, 시급이 너무 짜요.

-쥐꼬리만큼 주면서 이것저것 시키는 게 너무 많아요.

(청소년이 괜찮은 일자리를 만날 기회가 흔하지 않은 거죠?)

-쉬운 데 돈 많이 주는 데가 어딨냐?

-관공서 같은 데는 그렇대.

-그런 데는 대학생만 되고 우리는 (자격이) 안 될걸?

-‘……’

 

“‘칼퇴’ 하는 데요.”

(주변에 ‘칼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봐요?)

-내 친구는 맨날 늦게 끝난대요.

-일이 늦게 끝날 수도 있잖아요.

-어쩌다 그래야지, 맨날 그러면 안 좋을 것 같아.

 

“착한 사장님이요.”

-맞아.

-맞아, 나도.

(어떤 사장님이 착한 사장님이에요?)

-반말이나 욕 안 하고 잘 대해 주는 사장님이요.

-어리다고 무시 안 하는 사장님이요.

-최저임금 안 떼먹는 사장님이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장님이요.

 

학생들이 말하는 ‘꿀알바’의 기준은 무엇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잘 대해 주는 사장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 ‘착한 사장’이라야 최저임금 이상 임금을 주고, 아무 때나 연장 노동을 시키지 않고, 반말이나 욕을 하지 않으며, 원하는 일과 원하는 노동시간을 협상할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꼬박꼬박 ‘사장님!’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넘기 힘든 위계관계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꿀알바’를 알아채는 잣대만큼은 확실히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꿀알바’를 찾는 청소년을 향해 ‘쉬운 일이나 찾는다’는 편견이 얹히기도 하고,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에 관해 이야기할 때 괜찮은 일자리를 향한 욕구는 자주 밀리지만 학생들의 ‘꿀알바’ 찾기를 응원해마지않는다.

 

*글쓴이: 수정_이갈리아(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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