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이야기로 만나는 인권
- 인권교육활동가를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 두번째

사람의 감각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감각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서 익히기도 하지만 일상이 작동하는 방식 안에서 습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매일매일 접하는 문화, 미디어, 책 속 메시지들은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등에 대한 기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유아기에 많이 읽고 듣게 되는 그림책이나 옛이야기들은 그러한 사회적 정체성 형성의 주요한 통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좋은’ 그림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인권교육이 될 수 있고, 그림책을 인권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림책은 ‘유아‧어린이용’ 도서라거나 어린이 대상 교육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누구와 무슨 내용을 나눌지, 그림책이 가진 가능성은 훨씬 폭넓다.

 

2017인권교육활동가를위한 역량강화워크숍 포스터인권교육에서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이러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의 단순한 이야기와 그림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11월 21일 ‘이야기로 만나는 인권교육’ 워크숍은 그림책과 옛이야기를 인권의 관점에서 읽고, 인권교육에 활용해 본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어린이책 읽기모임 <공룡트림>과 옛이야기로 인권교육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양아치 님이 함께 워크숍을 준비, 진행했다. 인권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림책을 선정하고 논의한 것은 <공룡트림>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자료를 선정하고 활용해야 할지, 어떻게 접근해야 뻔한 교훈이나 도덕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권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을지, 공룡트림 내부의 온도차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떤 기준으로 자료를 선정하고 활용해야 할까

우리사회가 그림책을 ‘어린이용’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에 그림책들은 대개 어린이들이 알고 갖추어야 한다고 여기는 품성이나 인성, 그리고 도덕적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그림책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들어설 여지를 두지 않고 ‘거짓말 하면 안 돼.’,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진다’와 같이 직접적이고 명료한 결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책들을 인권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인권교육이 전달하려는 가치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면 교육자료로 선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같은 책도 읽는 이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다른 책이 된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은 말 그대로 지각대장인 존과 선생님 사이에 지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어른/교사와 어린이/학생 사이의 위계를 드러내면서 권위를 조롱한다.(참고: [어린이책 공룡트림] 어린이 ‘공포정치’를 고발함 – 그림책 속 어린이 vs 어른 ) 때문에 교사나 학부모들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줘도 될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 어린이와 함께 읽기를 주저하는 마음에 인권의 핵심이 있는 건 아닐까. 내용이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인권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함을 확인하며, 그림책을 인권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실제 활용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책이 차별을 다루는 방식

이번 워크숍에서는 반차별을 주제로 『달라도 친구』, 『치킨 마스크』, 『벌집이 너무 좁아』,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네 권의 그림책을 살펴보았다. 책을 선정한 기준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많이 비치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접할 가능성이 높거나 교육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자료들이다. (참고로 이는 객관적 통계가 아닌 주변인들의 경험과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준은 <공룡트림>이 그동안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낀 일종의 ‘그림책이 차별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림책은 화려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차이를 다양하게 드러내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달라도 친구』는 사람들 사이의 많은 차이들을 나열하고는 우리는 ‘그냥 다를 뿐이야’라고 마무리 짓는다.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님에도 다양성만을 강조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차이를 누구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위로 혹은 개인의 문제로 바꿔치기 하는 경우이다. 『치킨 마스크』도 『달라도 친구』와 같이 친구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공부는 못하지만 꽃은 잘 가꾸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그림책 안에서는 이 두 가지를 동일한 능력으로 취급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게다가 성적으로 우열을 가르는 것을 문제 삼는데, 넌 다른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존하는 차별(성적에 의한 차별)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차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차별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놓친다면 수박 겉핥기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세 번째는 그림책에서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어린이) 당사자인 경우가 적다는 점이다. 『벌집이 너무 좁아』에서 벌들은 방이 하나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몰라 불안해한다.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혼란만 커져간다. 그 가운데 여왕벌이 홀연히 등장해 해결방안을 제시하자 그동안의 공포는 눈 녹듯 사라지고, 모두가 이견 없이 따른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듯이……  누군가의 힘에 기대거나 빌리기보다 위계를 전복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반차별의 출발이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은 차별을 개인의 노력이나 마음먹기 문제로 다루는 그림책이 많다는 것이다. 별표와 점표를 통해 서로를 점수매기는 모습이 마치 칭찬/벌점 스티커를 떠오르게 하는 『너는 특별하단다』는 사회적 기준을 슬쩍 비껴간다. 그러면서 그 기준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에게 ‘신경 쓰지마. 너만 괜찮으면 돼.’라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을 가진 그림책이 적지 않았기에 우리의 논리를 발견하고 채워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고르게 되었다.

모둠별로 관심 있는 그림책을 정한 후, 다음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 그림책을 #반차별 교육에 활용한다면, 핵심적으로 살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책에는 없지만 교육에서 꼭 짚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이 책을 활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해당 그림책을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달라도 친구』
– 화자가 정상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다른 것과 비교하는 형태이다. 키가 큰 화자가 키가 작은 사람과 비교하는데, 무엇인가 잘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그럼 내가 잘하는 건 뭐지?’ 하는 생각으로 이끈다.
– 책을 다 읽고 나서 ‘괜찮아, 차이가 있을 뿐이야’라고 하는데 그게 진짜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다. ‘괜찮을 거야’ 하며 덮는 것은 아닌가.
– 키가 작지만 수영 잘하는 아이? 기준에 반대되는 소수성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을 말하면 좋지 않았을까. 내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 비교를 통해서만 가능한가.

『치킨 마스크』
– 치킨마스크는 왜 자신의 능력을 교실 밖에서 찾았을까? 다른 가면을 써 봤지만 자신의 능력을 못 찾다가 화단의 꽃을 통해 발견하는 장면이 마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부모들이 ‘다 너희를 위한 거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고 더불어 내가 있을 곳은 교실 밖이라는, 왕따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 사회적 기준에 따른 비교의 장면이 많은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존재들이 이를 갈고 닦는 과정에서의 불편함, 고민이 들어가면 좋겠다.
– 비교하지 않고 바라봐 주는 게 필용하다. ‘달라도 좋아’라는 것을 교훈으로 주려고 오히려 위험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 교육에 활용한다면 참여자들에게 ‘무슨 마스크를 쓰고 싶니?’라고 질문할 수 있겠다. 그리고 비청소년 교육에 활용하면 좋겠다.

『벌집이 너무 좁아』
– 이주민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기획의도로 삼고 있다.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등 겉모습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질문하는 데 효과적일 것 같다.
– 정말 침입한 벌이 있었을까를 고민해봤다.
– (침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의견을 내는데 벌집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들의 의견이 설득력이 없는 것일까, 그런데도 왜 전문가들이 자꾸 등장하지? 그런 고민이 생겼다.
– 마지막에 여왕벌이 이 문제는 방을 더 지으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안하는데 영향력 있는 권위를 학습하도록 하게 한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 이 책은 벌이 내는 소리가 다 다르다는 걸 이야기한다. 벌 소리가 다 다르다고 하는데, 벌집이 민주적이지 않으면 어떻게든 색출을 했을 것 같다.

『너는 특별하단다』
– 별표와 점표가 사람을 구별하는 이분법과 유사하다. 여론이 미치는 힘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점표가 붙은 사람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집단화되는 경향도 잘 드러난다.
– 별표를 붙인 사람에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점표를 붙인 사람에게도 가서 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논쟁이 선명해지고 차별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 책에 “너 하기 나름”, 개인의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문제의 책임을 개인한테 돌리는 부분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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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이 반차별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저마다 달랐다. 각 모둠에서는 그 길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책이 생략하거나 간과한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주었다. 모둠발표에 덧붙여 준비팀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나누면서 어떤 책은 인권교육자료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하고 어떤 책은 활용이 점쳐지기도 했다. 참여자 중에는 선정된 책이 모두 ‘반차별 교육에 활용하면 좋은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그렇지 않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망스런 마음이 이해가면서도, ‘교육용 책’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인권의 관점과 질문을 통해 자료로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페미니즘을 만나다

그림책에 이어 양아치와 함께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읽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인권교육에 활용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지면 좋을지, 무의식처럼 숨겨진 의미망을 읽어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미션이었지만 강한 것은 약하게, 슬픈 것은 웃기게, 밝은 것은 어둡게 위치를 바꾸면서 접근해보라는 진행자의 이해하기 쉬운 설명에 힘입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다른 얼굴들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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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가부장제, 남성, 권력자이다. 떡을 달라고 하다가 옷을 달라고 하고 팔, 다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 시대를 통틀어 여성을 억압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아빠의 부재가 보이기도 했다. 아빠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호랑이가 아빠일수도 있고, 돈 벌어오는 아내를 갈취하는 존재일 수 있다. 그리고 옷을 하나씩 뺏어가는 게 섹슈얼한 코드로 읽혀진다. 여성을 수동적, 달라는 대로 주는 존재로 그리고 있고, 신체만 먹히는 게 아니라 성폭력의 의미로 읽힌다. 신체를 먹힌다는 것이 존재의 부재를 연상하게 하고, 성폭력을 당하면 회복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오누이의 모습과 역할, 왜 누이는 기어이 올라오는 방법을 알려줘서 난처한 상황을 만드나? 왜 오빠는 늠름하고 보호하는 존재인가? 전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참기름은 무엇을 상징하나? 권력자 앞에서 모면을 위한 미끄럼질에서 도끼로 발전한다. 전위란 이야기 속에서 나무가 남근을 상징한다는 것, 오빠의 역할과 오누이의 역할이 현실과 반대될 수 있겠다. 남근과 참기름. 비벼서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다. 오빠는 현 체제에 순응, 누이는 남근에 저항하는 것을 통해 상황이 변해야 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호랑이는 가부장제의 상징, 여성은 억압받는 존재인데 엄마와 호랑이는 다른 존재인가? 엄마들이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할 때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다. 이후의 대화법도 다 통제어, 지시어가 많다.
▸아이들이 꾀를 낸 것이 이 이야기의 특색이 아닐까. 어린이들이 무기력하고 스스로 할 수 없는 존재에서 처음 기지를 발휘하여 빠져나온다. 이 상황은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위험해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음양의 조화, 해는 남성이고 달은 여성이라는 것을 바꿨을 때 쾌감이 있었다.
▸고갯길은 홀로 가는 길이고 누구와도 연대할 수 없는 길이다. 여성들의 문제를 사적인 문제로 치환하는 것이랑 만나는 것 같다. 집도 마찬가지로 공간에 위폐시키는 것도 아동의 고립을 상징하는 것 같다.

진행자는 옛이야기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의 은밀하고 모호한 속삭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옛이야기 속에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응축과 전위, 2차 가공이 많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응축과 전위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는 진행자가 전하는 것이 정확하고 좋을 것 같아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만을 소개한다.  ‘이야기로 만나는 인권’의 다음편(?)을 기대하며… ^^’;

-글쓴이: 이묘랑(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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