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꿍] 공동체를 흔드는 바람 : 켄 로치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대구 공동육아협동조합 내 페미니즘 공부 소모임 <중구난방>을 사람들과 함께 꾸려온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어가네요. 첫 수업에 엄마들과 함께 나타난 열댓 명의 아이들! 젖 먹고 똥 싸고 울고 넘어지고 그래도 예쁘고ㅎㅎ 그 아이들이 이제는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있고, 우리들의 머리에는 어느덧 하얀 서리가 내리고 있다니, 허~~

그 긴 시간 동안 끝내 서로 피해왔던 주제 ‘공동체’…. 나는 ‘밝힐 수 없는 공동체’에 대해 말하기가 두려웠고, 사람들 역시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공동육아의 하루와 일상이 그만큼 녹록치 않아 보였으니까요.

이제 나이 들어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느리게 <페미니즘 공동체를 묻다>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해 보기로 했어요. 우선 첫 마주침은 <평생을 반(反)권위의 이름으로 싸운 두 사람에게 공동체의 길을 묻다> : ‘켄 로치의 영화와 조지 오웰의 언어 사이를 거닐다’라는 엄청난(!) 제목으로 소박하게 시작했지요.^^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보드게임 <이지혜 게임>을 서툴게 흉내 내서 <데이미안 오도노반 게임>을 만들어 봤어요. 첫 질문에 장미(별칭)가 “데이미안이 영국으로 떠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길이냐?”라는 현명한 선택으로 행복을 찾아 떠나갔구요.ㅎㅎ 추운 겨울 공동육아의 투쟁위원장(정식 직함 아님^^)을 훌륭히 수행한 눈사람이 끝까지 남아 데이미안과 함께 죽음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갔답니다.ㅠㅠ

 

당신도 함께 게임을 해 보실래요?

시놉시스 : 런던의 병원으로 떠나려던 젊은 의사 데미안은 영국군이 죄 없는 친구를 사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아일랜드에 남기로 결정한다. 반군이 된 데미안은 형 테디와 친구이자 연인인 시네이드 등과 함께 아일랜드의 독립을 얻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영국이 아일랜드 일부 지역에 자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형제와도 같았던 이들은 분열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일부 자치라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테디는 영국 군복을 입고서 데미안과 동지들의 은신처를 수색하고, 영국군이 그랬듯 형제들을 총구 앞에 세운다.

 

<데이미안 오도노반 게임>

 

  1. Go to London?(런던으로 떠나야 할까요?)

프란시스 : (데이미안)형이 가고 나면 (하키) 풀백이 허전하겠는데?

콩고 : 런던엔 언제 가나? 의사 선생

데이미안 : 주말에

씬 : 런던까지 대체 뭐 하러 가겠다는 거야? 아일랜드엔 치료할 환자가 부족한 거야?

프란시스 : 영국왕 똥구멍 핥아주러 가는 거지 뭐.

데이미안 : (웃으며) 자네 독설이면 국왕 치질도 고치겠군.

씬 : 여기 사람들 치료가 먼저 아니야?

Go : 전도가 유망한 잉글랜드 런던의 대형 병원으로 떠난다. → Happy

Back : 아일랜드에 남아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며 달걀 꾸러미, 밀가루 등을 받으며 산다. → Continue

 

    2.Tell him your name in English!(모국어로 네 이름을 말해! 이 아일랜드 돼지야)

네드 : 데이미안, 넌 겁쟁이야.

데이미안 : 내가 겁쟁이라고? 그리고 넌 영웅이라는 거야? 네드? 왜? 하키 스틱으로 영국이랑 붙어보게?

네드 : 그게 너보단 나아.

프란시스 : 그만해 데이미안. 미하일은 어쩌고?

데이미안 : 미하일이 죽은 건 영어로 이름을 말 안 해서야.

Go : 영국 군인에게 친절하고 또렷하게 공식 국어인 영어로 이름을 불러준다. → Happy

Back : 자랑스러운 우리말 게일어로 이름을 말한다. → Continue

 

  1. Railway only?(기차로만 런던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댄(기관사) : 죄송하지만 저희 조합의 지시에 따라…

영국 장교 : 네놈들 얼어 죽을 조합엔 관심 없어.

댄 : 영국군은 태울 수 없으며, 무기나 군수품도 안 됩니다.

영국 장교 : 대가릴 날려버리기 전에 어서 기차에 올라타! 올라가란 말 안 들려?

Go : 소달구지를 타고서라도 간다. 지긋지긋한 아일랜드여, 안녕. → Happy

Back :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일랜드 공화국 정부를 지지하고 보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국내외의 모든 적들에게 맞서 싸우고 아군에게 언제나 충성과 신의를 지키며 이에 한 치의 숨김이나 회피도 없을 것이니 신이여 도우소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 IRA에 가입한다. → Continue

 

  1. execution(배신자의 처형)

데이미안 : 5년 동안 해부학을 공부했는데, 이렇게 사람 머리에 총을 쏘게 돼버렸군요. 크리스가 꼬마 때부터 녀석을 알고 지냈는데… 조국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 ……

데이미안 : 거기로 올라가. 그래, 거기. 편지 쓴 거 있으면 줘, 크리스. 어서!

크리스 :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엄만 글도 못 읽고…. 그냥 사랑한다고, 제가 어디 묻혔나 말해주세요.

핀바 : 내가 할까?

데이미안 : 아니.

핀바 : 정말 괜찮겠어?

Go : “난 못 하겠어.”라고 말하고 산을 내려간다. → Happy

Back : “크리스의 어머니가 다신 널 보고 싶지 않구나.” 그러셨어. 시네이드, 난 마지막 선을 넘어버렸어. … 난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어. → Continue

 

  1. Bread and Weapon(빵이냐 무기냐 또는 빵과 무기냐?)

테디 : 그런 식으로 판결해서 상인들과 사업가들을 모조리 우리 적으로 만들 생각이야? …… 그렇지만 무기를 사려면 그 자의 돈이 필요해. 무기도 없이 어쩌라고? 하키스틱으로 싸울까?

데이미안 : 힘으로 마을을 되찾은 것도 우리고, 그래서 우리 독립법원 최초의 판결을 그런 식으로 마구 훼손해도 된다는 거야?

Go : 비록 고리대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아일랜드 공화국 군대에 무기를 대주는 민족자본을 지켜야 해. → Happy

Back : 다들 지주놈 편만 들고. 한 푼도 없는 가여운 부인은 외면했어. 네가 어떤 명령을 해도 난 따를 거야. 절벽에서 뛰어내리라면 뛸 수도 있어, 그런데! 법원만은 존중해 줘. 이게 우리들의 정부니까. → Continue

 

  1. In the name of the Peace(평화의 이름으로)

아일랜드 평화의회 : 신 페인당(우리 민족당)과 (영국)정부 대표단과의 만남.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성공! 양국 지도자들 평화 협정에 서명. 이로써 새로운 아일랜드 자유국 탄생. 관세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권한도 되찾다. 아일랜드 대표단은 조약에 서명했으며, 새 자유국은 대영제국의 자치령으로서 새로운 국회의원들은 모두 영국 왕실에 충성 서약을 할 예정이다. 국왕은 이에 매우 기뻐하셨다!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 영토로 남을 것이다.

Go : 조약에 찬성한다. 세계 군사 패권을 쥐고 있는 영국 정부와 전면전이라도 벌이자는 건가? 현실주의자가 되라. → Happy

Back : 교활한 분할 통치(Divide and Role) 전략이다. 북아일랜드가 없다면 아일랜드도 없다. 전 세계 식민지인과 연대하여 싸우라. 현실주의자가 되라. → Continue

 

  1. Ex-communication(파문)

가톨릭 신부 : 제 생전 이런 걸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 땅에 동족이 만든 군사법정이 생기다니요. 붙잡힌 무장 세력의 추방과 사형이라니요? 대체 지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주중에 길에서 이런 유인물을 발견했습니다. ‘공화국에서는 런던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는 귀족들의 땅을 회수하여 소작농과 소농들에게 고루 분배하며, 모든 농업과 산업이 정부의 통제 하에 노동자와 농민의 복지를 위해 운영될 것이다.’ 이 자들은 여러분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도 모자라, 다음번엔 가톨릭교를 국영화하자고 할 것입니다. …… 나가! 파문이야!

Go : 속상한 마음이 들지만 참아본다. 소통금지(파문)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가? → Happy

Back : 주님의 집에서 어떻게 감히 신부님께 말대꾸를 하냐구요? 파문,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멘! → Continue

 

  1. Go Home(집으로?)

테디 : 맙소사! 데이미안,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집으로 돌아가야 돼. 시네이드와 함께 말이야. 내일 아침이면 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야 돼. 아주 어릴 때부터 네가 원한 건 그런 거잖아. 넌 항상 다른 애들보다 똑똑했어. 다른 애들과는 비교도 안 됐지. 네겐 시네이드가 있잖아? 그 앤 널 사랑해. 너흰 서로 운명이야. 아들이랑 딸도 낳아서 잘 키워야지. 너그럽고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 나도 군복이 지긋지긋해. 평화를 원해. 그걸 위해 나 같은 사람도, 너 같은 사람도 필요해. … 단 한 번도 남에게 빌어본 적이 없지만…. 지금 이렇게 빌게. 온 마음과 영혼으로. 네 형으로서….

데이미안 : 형이 원하는 게 뭐야?

테디 : 무기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줘. 그리고 사면 받자. 집에 가서 너의 원래 인생을 사는 거야. 로리 소재도 원해. 네가 로리 부하들한테 말하면 들을 거야.

Go :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남은 삶을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데 쓸 거야. → Happy

Back : 난 절대 배신 안 해. → Game Over. You dead.

 

Hidden Game : 데이미언과 시네이드

Go :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기적으로 사랑을 해? 남겨진 사람에게 상처만 줄 뿐이야.

Back : 사랑은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거야. 우리 사랑할래. 혁명과 사랑은 같은 의미의 행위니까.

* 이 영화에서 당신은 어떤 모순들을 읽었나요? 또 어떤 모순이 더 크게 다가왔나요?

① 내전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계급투쟁

② 전쟁 : 제국주의 영국에 대항하는 아일랜드의 민족투쟁

③ 폭력 : 인간에 내재한 야만성과 폭력성

④ 경쟁 : 피할 수 없는 형제간의 경쟁의식(Sibling rivalry)

⑤ 성별 : 해방을 외치면서도 남자는 총을 들고, 여자는 펜과 냄비를 들어야하는 성별 모순

⑥ 평화 : 어떤 폭력도 인간에게 해방을 줄 수 없다는 역사적 사실의 재확인

⑦ 기타 :

 

영화 속 철도 기관사 댄(1905년 아일랜드 봉기를 주도하다 처형당한 사회주의 제임스 코놀리의 분신이자 켄 로치 감독 자신의 목소리)은 이렇게 말하지요.

“우리가 당장 내일 영국군을 몰아내고 더블린 성에 녹색기를 꽂는다 해도 사회주의 공화국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모두 헛될 뿐이며 영국은 계속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지주와 자본가, 상권을 통해”

그런데 켄 로치 감독이 이 영화를 찍던 2006년에 아일랜드는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서의 지위를 뽐내며 국민소득 45,000$를 넘어서며 역사상 최초로 인구 증가라는 현상까지 일어나는 ‘부자나라’가 되었지요. 제임스 코놀리의 저주는 틀린 걸까요?

하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아일랜드는 다시 채무불이행의 위기에 빠지며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또다시 이민 행렬에 오르는 나라가 됩니다. 신자유주의 초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의 저임금, 영어 사용, 낮은 지대(地代)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가는, 위기를 맞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겁니다. 지독한 부동산 가격 인상의 상처만 남겨놓고….

 

댄은 풀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같은 아일랜드 군인의 총탄 세례에 쓰러지고 맙니다.

“우리가 싸우는 상대를 알기란 쉽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원하는 걸 알기란 어렵다.”

 

앞으로 <중구난방> 모임은 ‘공동체’라는 어려운 화두를 잘 풀어가겠지요? 다음에 다시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ㅎㅎ

*글쓴이 : 양아치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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