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마녀의 집은 왜 과자로 만들어졌을까?

그림형제의 <헨델과 그레텔>은 구전동화를 재구성해 1812년에 발표한 이야기이다. 많은 동화에서 ‘마녀’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대체로 시기와 질투, 잔인한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도 굶주리고 정이 그리운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집안일을 시키는, 결국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무서운 존재로 나온다. 마녀는 왜 이렇게 일관되게 ‘나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일까? 마녀로 불린 여성이 직접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림책, 헨젤과 그레텔의 한 장면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숲을 뛰어가고 있다.

‘동화로 보는 젠더 이야기’는 마을교사양성과정 교육 중 하나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헨델과 그레텔> 동화의 내용 일부를 참여자들에게 주고 ‘마녀와 인터뷰를 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지’ 모둠별로 얘기해 본 후 연극 방식으로 직접 마녀를 초대해 물어보는 방법이었다. ‘마녀는 왜 헨젤을 잡아먹으려고 했나요?’, ‘헨젤과 그레텔이 당신의 집에 찾아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아이들이 마녀의 보석 위치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등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왜 과자와 빵으로 집을 만들었나요?’였다. 우연히 실비아 페데리치가 쓴 <캘리번과 마녀>라는 책을 읽다가 이 질문의 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얘기가 나와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정해진 답이라기보다 그 당시 유럽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서 ‘혹시 그런 이유였을까’ 마음대로 생각해버린 얘기일 수도 있겠다.

17세기 유럽은 인구위기와 경제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다. 16~17세 유럽은 공동 경작체제에서 토지 사유화로 변화를 겪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수단을 빼앗기고 화폐관계에 새로 의존하게 되었다. 식료품 물가는 상승하고 굶주림이 싸움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시기에 “식량 범죄”는 중대범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마의 연회”는 마녀재판에서 등장했던 전형적인 주제였다. 서민이 양고기구이, 흰빵, 포도주 등을 먹는 것은 이미 악마적인 행위로 여겨졌다. 마녀사냥의 시기이기도 했던 이때 마녀는 악마에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친다는 고발내용부터 지주의 지시에 ‘감히’ 불복종하는 여성으로 얘기되었다. 이 얘기 속에서 우리는 인구감소와 관련된 사회적 근심을 읽을 수 있고 하층민 여성들이 하녀, 거지, 치료사로서 쉽게 고용주의 집에 들어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유산계급의 두려움도 읽을 수 있다.

인구위기는 국가의 인구관리와 감시 체계로 이어졌다. 국왕 칙령으로 임신할 때마다 등록해야 할 의무가 여성에게 부여되었고 여성이 낙태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형태의 감시를 도입하기도 했다. 미혼모를 감시하고 이들에 대한 모든 원조를 박탈하기 위한 체계도 만들어졌다. 16-17세기 유럽에서 여성이 사형당하는 죄목으로는 마녀행위 다음으로 영아살해가 있었다. 마녀행위의 구체적인 고발 내용도 주로 아동살해와 출산규범 위반에 집중되어 있었다. 18세기 말에도 여전히 유럽에서 여성은 영아살해로 사형을 당했다.

 

달을 배경으로 빗자루를 탄 마녀가 날아가는 장면이다.

<헨델과 그레텔>에서 배고픔으로 숲속을 헤매던 아이들이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먹는 장면과 마녀가 살 찐 헨젤을 잡아먹는다는 설정은 굶주림의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서사가 아닐까?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역사에 대한 다시 읽기를 시도한 책을 읽다보면 그 시대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지주 앞에 당당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여성이 왜 그리고 어떻게 마녀로 만들어지고 죽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동화에서 마녀는 왜 ‘나쁘고 악한’ 존재로 주로 그려지고 이런 여성들에 대한 경고가 어떻게 상징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글쓴이 : 호연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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