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권교육

‘장애인으로 불리며 사람으로 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이가 자기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출근하려 지하철을 탈 때도,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도, 평소 관심 있었던 주제의 강연을 듣기 위해 앉아있는 시립 평생학습원 강당에서도 ‘보통’의 일상 속 그이는 늘 특별한 존재였다. 사람들은 그이가 어떤 일을 완수하면 장애인이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냈고, 그렇지 못하면 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들 했다. 그 일이 그이의 장애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결과를 보는 혹은 해석하는 길은 기어코 그이의 많은 특징 중 하나인 장애를 통과했다. 그래서 그이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저는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는데, 주문은 못 받게 해요. 제가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만난 한 참여자의 이야기는 그이가 가진 정신장애가 ‘평범’한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지, 아니면 정신장애를 빌미로 우리사회가 ‘평범’으로부터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한다. 자신은 주문을 받을 수도 있고, 카운터를 볼 수도 있지만 정신장애가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한 번도 그 일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평가해 달라고 한 적 한 번 없건만 늘 쉽게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 이리저리 재단되고, 무능, 위험 따위의 범주에 갇혀 버린다. 그렇게 일상도 제한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에서 동일한 범주처럼 사용되는 평범한 삶이란 말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범함을 지향한다. 이 때 평범함이란 정신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정체성으로서의 정신장애를 부정한 삶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이 삶 전체를 압도하거나 가두지 않는 상태이다. 평생 함께 살아가야하는 어떤 특성이라면 그것을 고려하면서 나에게 맞는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 훗카이도 우라카와 마을에 있는 정신장애인공동체 <베델의 집>처럼.

201708_지금이대로도괜찮아

<베델의 집>은 조현증,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이다. 지역 특산물인 다시마를 포장하는 작업장과 카페 등의 작업공간도 있다. 여기서는 일을 할 때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안심하고 땡땡이 칠 수 있는 회사와 같은 운영철학을 통해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한다. 한 블로그에서 ‘뉴 베델의 집’ 회의 장면을 보았다. “오늘 몸 상태는 별로입니다. 세시까지입니다.”, “오늘은 순조롭습니다. 여섯시까지입니다.”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그 날 그 날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사전에 공유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 집중해서 일하기 힘든 당사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방식이란다.

<출처: 비마이너. 뉴 베델의 집 2층 사무실에 걸려있는 ‘열심히 일하지 않기’ 액자>

이를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과 공유하니 모든 이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참여자 중 한 분은 <베델의 집>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일하다가 힘들면 땡땡이 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옆에서 누워서 자도 돼요.”라며 자신의 몸상태에 따라 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부러워했다. 지금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그런다면 바로 잘릴 것이라는 말에 그이가 일하는 공간에서 느낄 힘들고 지침이 묵직하게 전해졌다. 행여 쉼이 필요하다는 말이 그이를 향한 낙인을 더 찐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묻어났다.

우리의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해보고자 가져갔던 <베델의 집> 이야기는 아직은 멀게만 느껴졌다. 불안하고 위험한 존재라는 시선, 복지관에 교육을 신청하고 작은 계약이라도 하려면 늘 ‘보호자 동의’를 필요로 하는 현실에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이 위로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오늘 가졌던 부러움과 동경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차곡차곡 쌓아가자는 어쩌면 파이팅, 어쩌면 아쉬움을 서로에게 전해본다.

  • 글쓴이: 이묘랑(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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