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뒤뚱거리지 않는, 단단한 징검다리 질문 놓기

동네 산이라도 오르다보면 졸졸졸 흐르는 물길을 만나곤 하지요. 이렇게 작은 물길이라도 신발이 젖지 않으려면 단단한 돌을 찾아 두드려 보듯 발로 디뎌보고 건너게 되고요. 자칫 듬직해보였던 돌덩이 크기에 속아, 삐끗 넘어지지 않으려면 단단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녀석인지 두드려 보아야 하니까요.

인권교육에서도 이런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권문제를 포함한 이야기, 사례를 놓고 토론할 때 토론내용과 함께 제시하는 ‘질문’입니다. 질문의 이름도 ‘징검다리 질문’으로 오래전에 지었네요.

‘사례 토론’의 주요 내용은 교육 전에 참여자들에게 의견을 받거나, 조사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하나의 사례지만 몇 가지 짚어볼 포인트를 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통된 집단이라도 같은 사례에 대해 다른 토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라면 더 없이 즐겁고 풍부한 토론일 텐데, 토론의 주제와 거리가 점점 멀어질 때는 교육을 진행한 사람은 난감하고, 엉뚱하게 토론한 참여자들은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되지요. 모든 사례토론에 질문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아차’했던 몇 차례 경험으로 조금은 촘촘한 징검다리 질문을 제시하곤 합니다. 최근 인권교육 활동을 시작하려는 참여자들과 직접 징검다리 질문을 만들면서, 질문의 방향과 흐름이 다양함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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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에서 ‘성수수자모임의 대관신청을 취소한 도서관’의 사례를 가지고 토론한다고 할 때, 어떤 징검다리 질문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먼저 교육에 참여한 공무원이 사례 속의 담당자(지우씨)라면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지우씨가 구체적으로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수도 있고, ‘나’라면 무엇이 걱정일지 물을 수도 있습니다. 참여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나’라면 무엇이 걱정인지를 물을 수 있겠지요. 정말로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매일 전화하는 민원이 걱정인 것인지 말이지요.

일반적으로 민원이 발생한 경우에 어떤 기준에 따라 처리가 되고, 특히 상반된 민원이 제기된 경우에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상방된 민원이 제기되거나 혹은 어느 한쪽의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더라도 공무를 집행하는 입장은 어떠해야할지, 참여자 스스로 원칙을 상기할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만일 공무원이 대관 취소를 결정할 경우에는 지역사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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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모임에 공간을 대여할 때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혹은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어떨까요? 앞서 질문의 흐름은 공무 집행의 역할에 기준이 무엇인지, 그것이 개인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 아니라는 데에 초점을 둔 토론 질문이었다면 후자는 ‘성소수자’와 ‘청소년’인권이 쟁점으로 부각되겠지요. 사례를 통해 이야기 나누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징검다리 질문도 달라집니다.

한 차례 교육에서 서너 가지의 사례를 가지고, 또 사례마다 쟁점이 다른 토론을 진행할 때 무작정 이야기를 펼쳐 놓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징검다리 질문이 쟁점을 뽑아주고, 토론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제시된 질문으로만 토론이 전개되는 한계도 있습니다. 더욱이 징검다리 질문은 정답을 적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참여자에게 몇 번을 강조해서 얘기하지만, 질문 순서대로 답을 적기 일쑤니까요. 한데, 골똘히 생각하고, 토론해서 ‘질문에 답을 적는 게 뭐 어떤가!’ 라고 최근 바꿔 생각하게 됐습니다. 관련된 사례라고 하지만, 짧은 시간에 몰입해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교육과정이 여타의 교육과 비교해 참여자에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는데(그렇게 직접 얘기하는 참여자도 있고요), 그럼에도 열심히 답을 적도록 징검다리 질문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 글쓴이: 은채(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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