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본소득팀] ‘패륜적 기본소득’을 위하여
소란 연재 - 청소년 기본소득팀에서 읽은 책 한 권 (1)

지난 2년간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의 지원을 받아 활동해온 “(위기)1청소년자립지원사업 자몽自夢과 동행하는 몽실 프로젝트팀(줄여서 ‘몽실’로 불렸음)”의 연구 사업이 올해 독자적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이번 상반기에 “청소년 기본소득 타당성 연구-청소년 자립지원현장에서 현금직접지원이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함께 관련 책과 논문 등을 읽어나가며 공부를 한 뒤에 본격적인 청소년(및 현장 교사/실무자/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연구 결과를 내보려 합니다. 팀에서 같이 공부한 내용 중에 들 사람들과 나누고픈 책 한권씩을 꼽아 이 지면에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지켜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페북과 구글의 수익에 대한 배당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인터넷으로 기본소득 관련 자료를 찾다가 걸려든 누군가의 주장입니다. 요즘 사람들 특히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구글 계정을 하나씩 만들게 되죠. 그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정말로 ‘무료’일까요? 실상은 오히려 페북과 구글이 나의 취향(무엇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주요 검색어는 무엇인지)을 비롯한 정보들(나이, 성별, 위치정보, 업로드한 사진 등)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광고업체에 팔고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팔아 얻는 광고수익(매출의 90%이상)에 대한 우리들의 지분이 있다는 주장이 여러분들에겐 어떻게 들리나요?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은 ‘시민 배당(Citizen’s Dividends)’이란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배당’ 개념을 패러디하여 페북과 구글이 수익을 창출하는 원천인 개인정보에 대한 우리들의 권리를 “정보 배당(Data Dividend)”이라고 표현하면 좀 더 그럴싸하게 들리지 않나요?

‘배당’ 개념은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혁명 시기 사상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평가받는 토마스 페인의 책에 등장하는데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살아갈 땅이 기본권으로 주어져 있지만 그 땅들은 이미 사유화되어 있어서 나누어 갖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정부가 그에 걸맞은 금액(1인당 연 15 파운드)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쓴 「토지분배의 정의Agrarian Justices」의 요지였습니다.

‘본래 모두의 것’이거나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것, 즉 ‘공유’였던 것에서 나오는 이익은 공동의 것이기 때문에 평등하게 배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 배당’의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는 공유자원인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누는 정책이 1976년부터 시행되어 왔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즉 ‘미성년’들에게도 지급되는 이 배당금은 해마다 편차는 있으나 평균 연 1,150달러(약 130만원) 가량이 지급되어 왔고, 작년 배당금은 약 120만 원가량이었다고 하네요. 단지 석유자원이 풍부한 곳이어서, 혹은 알래스카에는 “우리 세금 축내러 오는 이민자”도 없고 “공짜 돈으로 술이나 사먹는 게으르고 뻔뻔한” 사람이 없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곳이어서 가능했던 정책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공유재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소수 기업이 독점하게 둘 것인지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며 그 사회 구성원들이 나눠가질지 합의된 지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누구나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다양한 입장과 담론의 지형(“자본주의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주의적이라며 두려워하는 사람”2)들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가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국가 단위로는 최초로 기본소득 파일럿이 올 1월부터 2년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핀란드의 한 유력 노조가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노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죠. 여기서의 노동은 물론 ‘임금노동’일 것이고요.

basic income freedom is the power to say no

청소년들이 현금을 지급받는다면?

청소년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린이, 청소년을 여전히 미숙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보거나 혹은 위험한 존재로 보는 곳에선 그이들에게 돈을 주면 “필요한 데 안 쓰고 게임방이나 갈 것이다”라는 말이 돌아오기 십상일 것입니다. 마치 여성들에게 경제력이 쥐어졌을 때 집을 나가버릴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뭇 남편들의 말처럼, 기본소득으로 경제적 자율성이 생긴 청소년들이 부모에 반항하고 가출팸을 꾸릴 것이라면서 ‘패륜적’3 기본소득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누군가는 말하겠죠. “생계를 어른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4받는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현금을 지급받는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 기본소득팀에서 찾아 나가보려 합니다.
미국의 한 민간단체(‘GiveDirectly’)가 케냐에서 앞으로 12년에 걸친 기본소득 파일럿을 시작했는데요, 파일럿을 위해 필요한 금액 3,000만 달러(약 330억) 중 17년 3월 현재 2,300만 달러를 모았고 총 26,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루 0.75달러씩 12년에 걸쳐 꾸준히 받는 집단과 2년만 받는 집단, 2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번에 받는 집단 그리고 아무 지원 없는 통제 집단 이렇게 총 네 집단에 걸쳐 실험을 한 뒤 결과를 보려고 한다네요. 한국에서 이런 실험과 논의가 좀 더 가능해지기 위해서 넘어서야 할 장벽들에 대해서도 청소년 기본소득팀이 탐구해보려 합니다.
기본소득 논의에서도 보통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청소년들에게 현금직접지원의 의미를 살피면서 그동안 몽실 활동으로 만나왔던 청소년자립지원현장 뿐 아니라 관련 활동가 및 연구자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밑자료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요. 청소년 기본소득팀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며 쌓인 고민들, 들 사람들과 잘 나누도록 할게요. 기대해주세요.ㅋㅋㅋㅋ

*작성: 날맹(상임활동가)

 


각주

1. 자몽 3년차인 올해부터 ‘위기’를 뺀 ‘청소년자립지원사업 자몽’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2. 다니엘 헤니, 필립 코브체.(2015).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원성철 옮김(2016). 오롯. 136쪽.

3. ‘패륜적 기본소득’ 표현은 2010년 열린 <기본소득과 청소년> 토론회에서 공현이 발표한 토론문 제목에서 빌려옴.

4. 야누슈 코르착.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노영희 옮김(2002). 양철북.  35쪽.

 

[청소년 기본소득팀 연재1] ‘패륜적 기본소득’을 위하여 (현재글)

[청소년 기본소득팀 연재2]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

[청소년 기본소득팀 연재3] “빈곤에 대한 사회적 서사를 다시 쓰는 싸움”

[청소년 기본소득팀 연재4] ‘모든 청소년에게 조건 없는 현금 직접 지급’의 의미 곱씹기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