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교육장과 간식이 전하는 메시지

공간-간식

11월 중순에 진행한 어느 교육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교육의 주제는 “청소년인권 들여다보기”. 지역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양성과정의 하나였습니다. 교육장은 공공기관 건물의 연수실이었는데,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육에 필요한 장비들을 다루기가 저는 오히려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오늘은 교육의 내용이라기보다 인권교육의 교육환경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고요.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청소년인권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참여자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한 참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제 얘기에 끼어들었습니다.
“림보를 따라서 저기 카메라가 움직여요.”
헉. 빔 프로젝터가 달린 천장 근처의 cctv가 그 참여자의 말처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교육이 (잠시) 중단되고 모두의 시선은 그 카메라에 꽂혔어요. 카메라가 움직이나 안 움직이나 요리저리 움직여 봤더니… 정말 cctv 카메라가 제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돌아가더군요. 교육이 끝난 후에 한 지인에게 공기관 연수실 같은 교육장은 종종 교육 모니터링 때문이라며 cctv 촬영을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는 저도 좀 당황했고 조금은 기분이 상하기도 했죠.

“어머, 어째 좀 으스스 하네요.”
이런 말을 하고 다시 교육을 시작하려는데, 어느 참여자분이 그 카메라 렌즈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였어요. 뭔가 임시방편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이, 다른 참여자가 다른 위치의 카메라를 발견…
“어, 뒤에도 있어요.” 살펴보니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교실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모두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따라다녔습니다.

어쨌든 그 잠시의 소란은 저와 참여자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톡톡히 하긴 했습니다.^^ 교육은 이어져 모둠별로 토론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테이블 별로 간식거리를 나누어 드릴까 싶어 교육장을 두리번거리는데 간식이 없더라구요. 아쉬워하고 있으니 준비팀의 한 분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이 교육장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있어서 간식은 휴게실에서 먹어야 한대요. 원래 여기 책상과 의자도 모둠배치로 이동할 수 없다는 걸 그냥 (우리 맘대로) 이렇게 하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날 교육에서는 본의 아니게 인권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얘기도 잠시 나누게 되었습니다. 시설이 좋은 교육장이면 좋겠지만, 너무 좋은 cctv까지 있는 건 고민스럽지 않나요? 하긴 교육장이 아니라도 여기저기 감시카메라는 넘쳐나니 이정도 쯤이야 하고 넘길 문제에 예민하게 구는 걸까요? 다행히도 앞으로 청소년들과 학교에서 지역에서 교육을 비롯한 활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참여자들이라, 제가 던지는 고민에 같이 공감해주셨습니다. 나중에 다른 교육을 기획하더라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겠구나 하시면서요.

인권교육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색다른 사고 실험이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 것과 함께, 뭔가 달달한 간식들로 고단한 머리를 식히는 게 또 아주 중요하죠.^^ 게다가 교육 중에 간식을 함께 나눠먹는 일은 참여자들 간의 어색함을 사그라지게도 하니까요.

인권교육을 경험하는 모든 참여자가 존중받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교육의 이런 외적인 환경을 꼼꼼히 챙기고 확인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죠. 지금 하는 이 교육이 인권을 경험하는 첫 자리가 되는 참여자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들 사람들과 떠들던 수다에서 “공간은/간식은 말한다.”고 했던 게 떠오르네요. 교육이 이루어지는 동안, 인권을 경험할 수 있는 인권교육을 위해~! 물론 늘 쉽지는 않지만요.

* 작성 : 림보(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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