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한사람도 버리지 않는다”고요?
씁쓸한 발길로 돌아서야 했던 00고 대안교실에서의 인권교육을 마치고

요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안교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학교 내 대안교실이란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여 대안적 교육 프로그램을 편성·운영하는 별도의 학급’이며, 2013년부터 공교육 내 대안교육 확대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합니다. 대안교실은 말 그대로 대안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사무관은 대안교실정책을 홍보하며 이렇게 대안교육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당근을 싫어하는데 교사가 이것을 억지로 먹였습니다. 아이는 심지어 당근 알레르기가 있는데 말이죠. 아이는 이 일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이후에 당근을 더욱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당근을 먹게 하는 다른 학습방법은 없을까요? 대안교육은 이때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서 ①학습자 중심, ②다양성 존중, ③선택권 존중의 지향을 가지고 교육을 하려는 것을 의미 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취지와 설명을 보면 딱히 흠잡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교육부가 2014년에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교 내 대안교실을 총 1,582개교에서 실시한 결과 17,949명 참여하였고, 참여한 학생 2명 중 1명 이상(58.5%)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체감했다고 답했답니다. 그밖에 56.2%는 결석·지각·조퇴가 감소되었고, 53.7%는 자신의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꼈다고도 말했답니다. 교사들의 평가는 또한 어떠할까요? 교사 중 72.4%는 학교 내 대안교실을 통해 학생과의 관계가 개선되었고, 68%는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느꼈으며, 62.4% 학생들의 무기력증이 줄고 적극성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교사의 77.2%가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이 감소된 것으로 인식하였고, 67.2%는 학교 내 대안교실이 학교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진작에 안했을까요? 교육부가 발표한 기사대로라면 이토록 좋은 대안교실은 더욱 더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획기적으로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교육부 대안교실 사례발표 자료집에 나온 00고 대안교실 운영사례 발표문 표지에서는 이런 표어가 적혀있습니다. “한사람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는 대안교육에 대한 개요가 이렇게 적혀있습니다.대안교실 시스템 개요
읽어보시니 어떠하신가요? 위 단락에 언급했듯 대안교실이 학습자의 다양성과 선택권을 존중하여 학습자 중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느껴지시는지요? 실제 운영사례에서 교실 대상학생 선정도 이러하지만, 실제 교육부가 내놓은 대안교실 추진배경에도 참여 학생은 스스로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소위 ‘학교 부적응, 위기학생’으로 분류된 이들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제도임이 엿보입니다. 대안교실 기본방향

저와 활동회원 림보은 지난 3주간 <♣♣고 대안교실>의 일환으로 마련된 인권교육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듣고 가긴 했으나 생각보다 더더욱 학생들과 마음을 열고 진행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3주간의 교육 동안 눈길조차 주려하지 않는 학생들. 우리의 교육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대안교실 운영을 위탁받은 센터의 담당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히 우리가 갔던 교육에 해당하는 현상은 아닌 듯 했습니다. 간혹 몇몇의 학생들이 잠깐씩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내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실제 이 교실에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가 ‘징벌’의 성격으로 선택하도록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택권’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대안교실이 준비되면 그 중에 자신에게 맞는 것에 수강신청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대안교실에 가는 ‘학생군’으로 선정되는 것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 1학기 동안 대안교실이 운영된 후 이 학생들이 빠진 후에 원교실의 학습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대안교실의 운영을 확대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오후 시간을 내내 대안교실에 참여하도록 말입니다. 원래 교육부의 설명 자료에는 ‘학교 내 대안교실’이라 소개되었는데 실제로는 외부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오전에 학교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가방을 싸서 학교를 나와야 하는 것은 몸도 마음도 피곤한 일일 것이라 짐작됩니다. 일단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것도 교육 시작 시간이 1시20분이니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와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단 몸이 피곤하다는 하소연을 많이들 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끝내주기를 바라지만 위탁받은 센터는 교사들이 수시로 전화를 하여 시간을 체크하는 관계로 학생들의 바람은 늘 좌절되곤 합니다. 평가와 재계약이 걸려있는 위탁기관이 자신들의 철학과 신념으로 교실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마음은 피곤하다는 말로는 설명되기 어렵고, 내색하지는 않지만 학교가 자신들을 내쳤다는 상처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각 학교에서 진행하는 대안교실 사례들을 보면 ‘청소년들이 한번쯤 경험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에 마음을 열고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로 받아들이기에 대안교실의 선택(?)과 참여는 징벌적 성격과 더불어 ‘배제’와 ‘낙인’의 기운이 확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의 마음과 분위기를 전하려하니 첫 단락에 소개한 설문조사가 목에 가시처럼 걸립니다. 참여한 학생 다수가 자신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체감했다고 하니 저와 림보, 센터담당자들이 보고 느낀 것만으로 학생들의 마음과 상태를 다 짐작할 수는 없겠지요. 교사들 또한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이 많이 감소하고 학교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더욱 단정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이 대목에서 마크 트웨인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통계라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저희가 갔던 교육 마지막 날은 갑작스럽게 교육 시간이 한시간이나 확 줄어들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다수의 참여학생들이 이날 벌점을 감면받기 위해 학교에서 지시한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 일찍 나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안교실은 그 나름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을 위해 마련되었다고 하지만, 교사들이 버젓이 그 교육이 진행되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벌점을 감면할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한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이 시간은 의미있는 ‘자발적’ 선택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벌점 감면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시 이렇게 학교에서 내쳐진듯한 기분을 안고 ‘선택’이라는 허울아래 이 교실에 오게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대안교실 이후 학교 부적응이 감소했다는 것은 어쩌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무언의 강제는 아니었을까요.

학생들의 무반응, 이름은 거창하게 ‘대안교실’이었지만 지난 3주간 교육이 조금 일찍 끝나도 빨리 가고 싶다는 학생들을 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시계바늘이 3시 50분에 갈 때까지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는 대안교실의 현실이 씁쓸해서 교육을 마치고 나오던 우리의 발걸음이 턱턱 걸렸습니다. 정말 다른 대안은 없는 건가요?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한사람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이 학생들에겐 어떻게 들릴 것 같은지 말입니다.

# 글쓴이 | 루트(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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