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애인권교육’인가요?
장애인권교육과 장애인식개선교육, 장애이해교육 사이

KTX 일부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고속철도의 경쟁체제도입에 찬성하십니까?’
EBS에서 두 질문을 가지고 두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질문의 응답으로 두 지역 모두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비율이 높아졌고 한 지역에서는 반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가만히 살펴보면 두 질문은 결국 같은 내용이다. 동일한 질문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180도 달라졌다.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EBS는 사람들은 어떤 언어를 마주하면 자신의 사고체계에 따라 연상하고 결정한다면서 이를 ‘언어의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개 우리는 위 질문을 접했을 때 ‘사기업-이윤추구-비용상승’을, ‘경쟁-서비스 질 개선-비용하락’을 연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생각의 프레임, 언어의 프레임 점검하는 일은 인권교육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람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가, 한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태도 나아가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애인권’, ‘장애인권교육’이라는 말도 기존에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던 프레임을 깨고 사회적 틀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가진 신체의 결함이나 손상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징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장애’로 구성되는지, 무엇이 그 사람의 삶을 불편하고 어렵게 만드는지를 살피고, 장애-비장애와 같은 일종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장애를 고민하고자 하는 지향을 담고 있다.

장애인권 관련한, 이를테면 ‘장애이해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도 비슷한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관련 단체나 교육가의 범위가 넓다보니 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 조금의 의심을 안고 지내오던 차 우리의 문제의식에 행동을 촉구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하나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한장협)에서 진행하는 인권교육접근성이 부족한 50개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구체적인 사업명은 확인되지 않음)이다. 한장협은 2012년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인권교육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매년 30여명의 시설종사자를 인권교육강사로 양성해왔다. 이들 가운데 일부를 선정, 보수교육을 진행한 후 50개 시설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루 동안 한 사람이 시설종사자 4시간, 이용인 2시간 일정으로. 충분히 준비하고 가겠지만 한 명의 강사가 진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지 않을까. 시설이용자의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임을 고려하면 충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복지부 지침의 변경으로 시설종사자들이 자신이 속한 시설의 종사자 교육을 50%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장협 인권교육강사양성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 시설원장 내지는 중간관리자가 많았음을 감안할 때 자신이 속한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 든다. 한장협이 인권교육이 인권교육답기 위한 조건과 환경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 이즈음 우리가 접한 한 단체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시간표는 인권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한 단체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내용

한 단체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내용

 

내용적으로 장애를 한 개인의 문제로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종류와 유형별 특성을 이해하고 에티켓을 갖추면 되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내용별 배정시간을 보면 강의형식으로 진행될텐데 이런 경우 장애인을 대상화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와 인권교육센터 들은 우선 이웃단체들과 함께 장애인권교육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키로 하고 인권교육 온다, 즐거운 교육 상상, 인권교육센터 봄, 노들 장애인야학, 바통에 제안서를 보냈다. 모두들 장애인권 관련한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나 마땅히 나눌 기회가 없었다며, 7월 9일 토요일 오후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워크숍은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 박옥순의 진행으로 우선 우리의 고민을 내어놓는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 장애이해교육, 장애인식개선 등에서 개인적으로 곤혹스럽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 장애인권교육과 관련해서 나누고 싶었던 내용들이 있나요?
√ 장애인권교육 의뢰나 교육 중, 혹은 마치고 나서 ‘이건 좀 아니잖아’ 싶었던 순간들?

각자의 경험을 포스트 잇에 적어 확인하면서 내용별로 분류하니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도로 유형화 되었고, 유형별로 모둠토론을 통해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워크숍 풍경입니다
1. 교육내용의 방향성 관련: 징벌성 인권교육, 의뢰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시각장애인 교육과정 중 일방적으로 통합교육 요구 등)
√ 장애를 대상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권리주체로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
√ 징벌성 교육 요청, 이 교육을 해야 할까? 교육의뢰자는 징벌적 교육으로 의뢰했지만 우리가 하는 교육은 인권교육이라고 설명하며 내용을 잘 가져갈 수 있다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학교교육은 1회성이었고 문제학급에서만 진행할 때 그 반은 문제아반이 됐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학년, 혹은 학교전체가 인권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 학생의 인권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당사자 외 다른 학생들의 입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 아이를 도와주어야 해’, ‘해를 끼쳐서는 안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 권리 중심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학생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의 인권감수성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반만이 아니라 주변으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2. 의뢰기관의 관계: 인권교육을 사업으로 접근하는 경우, 의뢰기관의 일방적 통고, 교육 후의 피드백 등을 고려해 의뢰기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 인권의 가치와 맞지 않는 내용, 대규모 강연 등 반인권적 교육환경일 경우 조정이 안되면 거절한다. 단, 거절 사유가 인권교육의 지향이 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그 사유를 전달한다.
√ 인권교육기관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인권교육가양성과정 중 인권교육의 원칙이나 방법론 등의 교육만 요청해 오거나 주최하는 쪽에서 인권교육에 대한 장기적 전망 없이 프로젝트로 접근, 인권교육강사양성과정의 기획과 진행을 모두 통째로 맡기는 경우 여전히 고민스럽다. 전체 일정을 파악하면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 교육 후 피드백(인권침해 문제나 개선상황을 남기기)은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기관이 피드백을 받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해당 기관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교육을 받은 당사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거나 외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시설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3. 장애인권교육 vs 장애이해교육, 인식개선교육, 장애예방교육
√ 각 교육요청 내용과 제목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용어를 함께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 장애예방교육이 범사회적인 용어인가? 그렇지는 않지만 장애인이 되는 것의 공포를 확산하는 문제가 있다. 안전교육차원이라면 안전교육을 하라고 제안한다.
√ 장애인권교육이든 장애인식개선교육이든 학교교육세팅, 즉 장애인이 대상화되고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권교육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가, 인권교육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학교를 포함한 시민사회대상 교육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시설이나 장애인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당사자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에서는 장애인권을 부각시키는 것이 사회의 구조적 맥락을 살피는 데 유효하다. 장애인권교육을 폐기하자는 건 그 맥락성을 놓치는 것 아닌가?
√ 장애이해교육, 장애체험, 장애인식교육은 장애인을 대상화하고 낙인효과가 존재한다. 장애는 신체, 정신적 손상이라는 것을 동일시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이해교육, 인식개선교육은 설정자체가 장애인을 대상화하고 비장애인을 주체화하고 있으므로 이런 세팅 자체가 위험하다. 장애인식개선이라고 했을 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것, 장애인의 강점을 강조하고 개성을 이야기하면서 차별을 등장시킨다. 장애인권교육이라는 말이 운동에서 등장한 이유가 이런 것들을 없애기 위함이다. 장애인권교육 안에서도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아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함께 산다는 측면에서 장애인의 삶, 장애인의 삶의 조건을 어떻게 교육 안에서 다룰 것인가가 남는 과제이다. 어떤 내용과 어떤 서사로 어떤 위치에서 이야기할 것인가.
√ 장애이해 필요하지 않아? 장애유형의 이해라고 할 때 이것은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가 쟁점을 명확히 하면 좋겠다.

장애2

워크숍을 통해 불명확하고 모호했던 장애인권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합의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지만 이후의 활동까지 모색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앞의 숙제는 기존의 장애인권 교육의 모습과 감수성을 바꾸어야 하는 일인 만큼 당장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분명해진 만큼 이 일을 기점으로 가능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고 변화를 시도해 볼 예정이다.

 

⁍ 정리 ‖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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