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설렘으로 시작하는 인권교육

그래도 제법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인권교육을 하고 있지~라고 생각해오다가도 ‘아냐, 아직 새 발의 피야’라고 덜컥덜컥 깨닫는 교육이 있는데요. 아니, 많죠! 낯선 사람과의 교육은 새로운 즐거움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풀어야할 숙제를 남기는 것 같아요. (인권교육 워크숍에 ‘고개넘기’라고 붙였던 이름은 진짜 잘 지은 거 같아요. 정상이 없이 이처럼 끝없는 고개를 마주하는 걸 보면..^^)

두근두근 설렘으로 시작한 이번 교육은 청각장애인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청소년과의 만남었어요. 물론 설렘만 있지는 않았고… 긴장과 살짝쿵한 두려움도 있었죠. 그간 많은 교육 중에 청각장애인을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닌데… 20~30명의 참여자 중에 한 두 명의 청각장애인, 한 두 명의 시작장애인이 참여하는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참여자 전체가 청각장애인이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하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있었지요.

최근 몇 년 사이 ‘들’에는 사회복지 기관, 장애인 거주·요양 시설 등의 교육요청이 부쩍 많아졌는데, 제도화된 의무교육의 영향이 크지만 자체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인권모니터링이나 인권교육강사단 운영을 기획하며 요청하는 교육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편이죠. 하지만 들이 이런 기관에 거주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만나 교육하는 경우가 많았던 건 아니에요. 일단 규모와 방식에서 들이 제안하는 것(소규모, 참여형 등)과 기관에서 요구하는 방식이 맞지 않았고, 들의 방식과 맞더라도 여러 명의 강사가 동시 진행하는 규모를 들 자체가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들이 주로 경험한 자립생활센터나 장애인 당사자가 많은 단체 교육에서는 지적장애, 시각장애 등의 한 가지 유형의 장애인 참여자만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여튼, 이번 교육은 나름 마음을 먹고 기대한 교육이 된 것이죠.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청소년 청각장애인분들과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할까?
기획회의에서 준비한 안은, 첫 번째 시간엔 각자가 생각하는 인권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시설/학교의 두 가지 얘기꺼리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이기는 한데, 3회차로 기획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 어떤 얘기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가늠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동화속 인권이야기처럼 인권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사진과 장애인, 학생인권과 관련된 사진을 통해 인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권리카드를 골라 그 이유를 들어봤다.

첫 시간을 마치고나서, ‘교육이 3회라서 참 다행이다’는.. 예상했던 스스로의 소감과 함께, ‘수화든 다른 언어든 통역을 거치는 인권교육의 거리감은 어찌해야할까’하는 고민이 깊게 들었어요. 낯선 첫날, 2시간의 제한된 시간임을 감안해서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구성했는데, 아쉽게도 ‘완전히’ 그리고 ‘충분히’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아쉬운 교육이 된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뭘 몰라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까지 ‘학생’ 청소년, ‘일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청소년을 만나면서 알게 됐던 경험과는 또 다른 ‘청각장애인’ 청소년말이죠. 다행이라면,(그리고 나름의 목표대로ㅠ) 이날의 교육은 다음 교육을 기획하는데 중요한 경험이 됐어요.

두 번째 시간은 시설의 생활규정에 대해 ‘할 말 해보기’를 활동 프로그램으로 꾸렸는데, 역시나 봇물 터지듯 쏟아졌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엄청 문제 많은 시설로 보일까봐… 노파심에 거들자면, ‘그렇게 보이지 않았어요.’ 시설이라는 곳이 가진 ‘원초적’한계와 문제인들 어디든 있겠지만… (얘기할수록 수렁…ㅠ ‘나쁘지 않다’고 하면 그 시설이 문제적으로 비칠 것 같고 그렇다고 좋아 보인다고 할 청각장애인인권교육수는 없고.. 흑)청각장애인인권교육

 

하지만 PPT 화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버거워하는 참여자들이 있었는데, 자리 배치(뒷자리)의 영향도 있지만, 또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수 십 번 들은 얘긴데도 유심히,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순간 느낀 것이, 청각장애인이 화면을 보며 또 동시에 수화를 보는 것은 매우 집중해야 하는 능동적 행동일 것 같다는! 나는 대충 고개 숙이고 있다가도 들리는 말을 따라 다시 고개를 들어 화면을 보기도 하고, 딴 생각을 하다가도 말소리를 따라 다시 듣기도 하는데, 청각장애인은 다를 것 같았어요. 계속 집중해서 화면을 보고 수화를 보지 않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기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기관의 담당자나 장애인권 운동 활동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봐야겠지만, 청각장애인을 만나는 인권교육의 깨달음이랄까요. 또 다른 방식이 고민되어야 하겠다는..생각, 생각..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방식이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인권교육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갈까 하는 게 남는 고민이에요. 통역을 두는 교육은 어쨌든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얼마큼 전해지고 있는지, 참여자들은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완전히, 그리고 충분히 알 수 없으니까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통역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고, 언어(수화)의 특성도 있을 테고…

충분히 소통되지 못하고, 조금은 덜컹거린 듯한 교육이었지만, 첫 시간보다 둘째시간의 공기가 더 편안했으니, 세 번째 시간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어요. 낯설지만 더 만나고 싶고, 알고 싶은 설레는 마음으로!

⁍ 정리 ‖ 은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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