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권교육 첫걸음, 인권교육 활동가를 위한 워크숍
사뿐사뿐 인권교육 ‘들’어오세요

2월에 총회를 마치고 꾸려진 역량강화팀 멤버들과 함께 올해에도 인권교육 활동가를 위한 기초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씩 총 3차에 걸쳐 진행을 했는데요, 새로운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관계들도 생겼고요. 작년까진 워크숍 준비를 역량강화팀 소속이 아닌 상임활동가들도 모두 결합하여 함께 했다면 올해는 처음으로 역량강화팀 자체 활동회원과 상임활동가로만 준비를 시도한 도전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준비과정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들기도 했던 워크숍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권감수성-어느 존재의 일과표 만들기

인권교육가 역량강화워크샵여느 때처럼 워크숍의 출발은 인권감수성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인권의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진들을 조각내어 참여자들에게 나누어 준 뒤 그 조각들을 찾아 모둠을 구성하여 논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사진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아동학대치사 사건, 올해 장애인의 날 시위 사진처럼 최근의 이슈들을 가져오기도 했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캠페인,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모습들을 가져와서 논의를 유도하였습니다. 이번에 인권감수성 프로그램으로 새로 시도해 본 게 ‘각 존재의 일과표 만들기’였는데요,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한부모 여성,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2 청소년, 파트너와 함께 거주하는 20대 동성애자, 시설 거주 지적 장애인, 폐지를 주워서 생활하는 독거노인. 이 존재들을 각 모둠에서 하나씩 골라 일과표를 상상, 구성해보면서 어떤 권리들이 필요할지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 활동에서는 각 존재들이 처한 현실을 상상하고 필요한 권리들을 촘촘하게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각 존재에게 필요한 권리들이 사실은 현실에서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권리라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는데요, 참여자들에게 어떻게 남았을지, 미리 준비해놓은 정리강연을 염두에 두느라 시간에 쫓겨서 논의들을 더 치고 들어가지 못한 건 아닌지 (진행자로서-날맹) 조금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별의 감각을 깨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는 일상의 습관적 행위와는 일정한 갭이 있습니다. 외모차별, 인종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이기 십상이고 다문화가족은 다양한 가족의 하나로 분류합니다. 다양한 가족이 남자 아빠, 여자 엄마와 그 사이의 자녀들이라는 구성원에 따른 형태라면 다문화가족은 어째서 다양한 가족으로 분류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차별에 반대한다는 도덕적 수사는 무엇이 차별인지 말하고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공허해 집니다. 누군가 차별받아 억울하다고 해도 ‘그게 무슨~’하며 흘려들음으로써 반차별은 풍경으로 부유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어떤 사유로 인해 받은 차별인지를 가늠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차별이 내게는 어떤 감정으로 떠올랐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여러 제도나 정책 속에 내재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차별을 강화하고 재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차별을 개개인의 감정과 언어를 통해 풀어보고자 하였으나 모둠 논의를 지난 후 공유하다보니 정리된 내용들로 채워져 오히려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답니다.

차이와 차별: ‘찌질한 것들’의 탄생과 역습

앞선 차별 논의가 참여자들이 직접 경험하는 이야기들로 시작했다면 두 번째 시간은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는 차별의 모습들을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 ‘집’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
–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사람들의 모임
– 나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 한국인임을 의심받는 사람들의 모임
– 사회적 잉여로 취급 받는 사람들의 모임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준, 평균이라는 것을 점검해보면서, 기준 자체를 의심해보고, 기준이 작동하는 방식과 이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전에도 소개드렸던 프로그램이라 짧게 정리해 봤습니다. ^^

인권의 가치-세월호 사건에서 안전과 자유의 의미를 묻다

어떤 용어의 의미는 그것이 누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아리송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원래 뜻과는 상이하게 읽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례를 통해 그 사례 속에서 여러 가치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가해자 소환 방식을 활용해보았습니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이 ‘학교안전대책을 요구하는 학부모운영위원’과의 논쟁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안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수학여행을 취소하자는 학부모운영위원을 상대로 통제와 보호, 자유와 안전 이런 가치들을 둘러싼 해석의 경합을 벌였습니다. “보호가 있어야 안전하다”를 넘어 “자유로운만큼 안전하다”는 논리를 어떻게 설득해나갈 수 있을지 토론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그에 이어서는 ‘다문화교육강사’를 소환하여 다양성, 배려, 관용과 같은 가치에 대한 토론을, ‘갈등해소와 통합을 주장하는 밀양시장’을 소환해서는 민주주의와 공동체, 평화, 질서를 누구의 입장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인권 몬스터 카드 만들기와 쟁점 토론

이번 권리목록 시간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봤는데요, 보드게임처럼 권리카드를 나누어 가진 뒤 (2인 1조로) 떠오르는 인권을 몬스터카드로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카드에는 권리이름과 권리 속성(몸의 자유인지 평화적 생존권인지 등), 권리 설명, 권리의 효과, 발동 조건을 적어 넣는 칸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때 카드의 발동 조건이란 이 권리가 실현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의미합니다. 참여자들이 각자 만든 카드를 칠판에 그려진 권리 분류에 맞추어 붙여놓은 뒤 서로가 생각하는 분류가 어떻게 다르게 이동될 수 있는지 그리고 발동조건으로 어떤 다른 카드가 필요한지 토론하면서 인권의 상호불가분성에 대한 것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신선한 방식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권리 목록 시간에 나온 이야기들 그리고 앞서 다른 팀에서 제기되었지만 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들을 잡아서 쟁점 토론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인권의 가치 때 뜨겁게 다뤘던 ‘안전과 자유’를 잡아 이 시간에도 토론을 이어갔는데요, 자유가 언제부터 그리고 왜 안전이라는 말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던 걸까 하는 질문으로 촉발된 논의는 자유가 불복종, 저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유가 개인의 선택 차원을 넘어 관계적 맥락에서 고민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 등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밖에 ‘복지와 인권’, ‘민주주의와 다수결’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는데, 아쉽게도 시간 부족으로 더 많은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진 못했습니다.

인권교육, 뭐가 떠올라?

인권교육의 의미와원칙
두근두근, 인권교육을 시작하는 사람도 교육을 진행해 오던 사람도 모두 새롭게 인권교육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인권교육을 하려고 하는 거지? 정말 내가 괜찮은 교육가가 될 수 있을까? 음~ ‘괜찮은’ 교육가란 어떤 사람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권교육을 둘러싸고 드는 고민-인권교육의 목표, 방법, 교육대상에 따른 고민 등을 마인드 맵을 통해 펼쳐 보았습니다. 인권감수성 키우기, 내 몸의 습을 바꾸는 것이 내가 인권교육을 하려는 이유 아닐까 하는 인권교육의 목표부터 인권교육의 현장에서 진행자와 참여자 간의 존중과 신뢰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뭉게뭉게 이어졌습니다.

인권교육 기획에 앞서 교육에서 만날 수 있는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들’에 대한 고민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둠별로 고민되는 교육기획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해 봤습니다. 오간 내용을 간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어느 지역 복지시설종사자 인권교육을 갔는데 장소가 그 지역 대학 강의실이다. 강의실은 참가자에 비해 좁고 책걸상은 고정형.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운데 심지어 복지시설 원장님이 교육이 궁금하다면서 왔다갔다 참가자들에게 간섭을 한다.
≫ 교육을 진행하다보면 이상의 상황들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해당 기관의 최고 관리자가 교육 안에 자리하고 있을 때 다른 참여자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대표의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을까요? 일단 정중히 퇴장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참여자와 진행자, 참여자와 참여자 간의 평등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교육을 문을 열어보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원장님과 소위 계급장을 떼고 형식적이고 기계적이나마 평등한 관계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인권교육활동가인 당신은 나이가 어린 여성이다. 교육 참여자들은 50대 이상의 교장선생님들로 모두 남성이다. 사실 교육 대상이 무섭고 걱정스럽다. 바꿔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데…
≫ 이미 교육가 또한 참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깰 수 있는 행동으로 시작해 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핸드폰을 많이 수거하는 만큼 교육에 앞서 교장 선생님들의 핸드폰을 수거하거나 반말을 건네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죠. 혹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이 겪는 책임감과 부담을 이야기하면서 위로와 공감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주제의 교육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인권감수성이 부족한가, 나도 뭐가 인권인지 잘 모르겠네…’ 내용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없거나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인권교육은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이 아니므로 교육가가 가면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정석적인 방법은 진행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교육 진행자 또한 절대적이고 유일한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닌 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던지고 참여자들과 열린 토론을 도전해 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네 번째) 의무교육이 늘고 있다. 혹은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한 일종의 벌로써 재발 방지를 위해 배치된 교육을 요청받았다.
≫ 의무교육, 벌의 하나로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이미 분위기가 묘합니다. 벌을 주는데 벌이 아닌 척 교육을 진행해야 하니까요. 그렇기에 참여자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응급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꿈꾸기 위해서는 벌에 앞서 그 상황이 발생한 시공간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엉켜버린 감정들이 왜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폭력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는지, 폭력을 키우거나 용인하는 문화는 아니었는지 살필 때 다른 대안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은 모두가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기에 가해자로 드러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교육으로 역제안을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우리 사회 소수자’를 주제로 한 교육이다. 교육을 위해서 소수자들을 초청, 이야기 시간을 가졌는데 질문에 편견이 반영되어 반인권적이고 불쾌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 어렵고 불편한 상황이라도 질문을 중단시키는 것은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 있습니다. 진행자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스스로 논의를 제어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참여자는 소수자를 초대 손님으로 부르기에 앞서 참여자들과 진행과 관련한 약속을 정했다고 합니다. 불편한 질문이나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 정한 제스츄어-손을 들거나 미리 약속한 카드를 제시-를 통해 스톱할 수 있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는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셨습니다. 때로 반인권적인 질문이 나왔다면 진행자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재해석해 던지거나 질문의 배경을 찬찬히 되물어 가면서 간극을 좁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한편 초대된 당사자가 받을 상처를 고려한다면 미리 쪽지로 질문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으~ 하나 둘 고민목록이 늘어나 인권교육이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직접 기획하고 도전해 봐야죠. 관심 있는 주제별로 모둠을 구성한 후 인권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그릇에 담아야 우리의 목표가 오밀조밀 잘 담길까 모둠원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연, 진행자로 서는 일이 너무 긴장돼 우왕좌왕, 진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때로는 기획대로 진행되어 뭉클해 하면서, 때로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서로를 북돋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좌충우돌하던 시작은 있습니다. 인권교육을 막연한 두려움으로 상상하기에 앞서 사뿐사뿐, ‘들’어 오셔도 좋습니다. ^^

⁍ 정리 ‖ 날맹과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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