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듯
광명시 인권지킴이 역량강화 2차 과정

‘와~ 당신이 기다리고 있었군요.’
지난 10월, 광명시 인권센터가 주최한 <광명 인권지킴이 역량강화 2차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한낱과 제가 지난 봄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총 8주간의 여정을 거치면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과연 얼마나 오셨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자리. 간간이 새로운 얼굴이 눈에 띄었지만,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 기다리고 계셔서 잠시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듯 얼마나 마음이 부풀어 올랐는지 모릅니다.

상반기 1차과정은 그야말로 인권을 처음 만나는 분들과 인권감수성부터 우리 동네 인권 과제 찾기까지 기본을 탄탄히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8주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참여자들은 새 연인을 만난 듯 인권을 달뜨게 만나주었고, 마지막 시간에는 인권에 대한 사랑을 수줍게 고백하기도 하였더랬어요. 이번 하반기에 마련된 2차과정은 참여자들이 빠지게 된 이 인권이라는 연인의 정체를 좀더 깊이 헤아려보고 이 연인을 더 뜨겁고 능동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으로 준비되었습니다.

1차시와 2차시는 세계인권선언의 각 조항을 따라 자유권과 사회권의 의미와 성격을 벼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 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면서도 선언에 갇히지 않는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여성 ‣이주자 ‣시설 생활인의 삶의 존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권과 사회권은 각각 무엇이 있을지 직접 찾아보고 자유와 차별, 평등(사회경제적 존엄)과 차별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누가 가난한 여성인가, 누구를 시설 거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주자란 또 누구인가라는 논의로부터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11존재와 차별은 어떻게 연결되나

참여자들은 ‘가난’과 ‘이주’, ‘시설’을 좁은 의미에 가두지 않고 이들에게 필요한 인권의 목록들을 구체적으로 찾아주셨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신체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정치적 권리 등 자유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선택, 자유의지, 자기결정, 인격체로서의 존엄 등이 주요 열쇳말로 등장한 반면, 똑같은 이들이 누려야 할 사회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기회나 자원의 제공’이 주요 열쇳말로 등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난한 여성이 경제적 독립성 확보 없이 신체의 자유나 정치적 권리를 확보하기 힘든 것처럼, 자유가 물적 토대의 뒷받침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생각은 이제는 제법 알려졌습니다. 반면 가난한 여성이 자기의 삶과 사회에 대한 통제력, 결정할 자유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사회경제적 존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아직 낯섭니다. 사회권을 그저 ‘생존’이 가능하도록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보살핌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와 평등을 제약하는 이론적/경험적 장벽들을 살피면서, 자유를 단지 간섭이 없는 상태가 아닌 ‘삶을 재구성하는 힘’으로, 평등을 단지 생존을 보조하는 버팀목 수준이 아닌 ‘사회경제적 존엄을 획득하는 힘’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길에서 참여자들은 자유권과 사회권이 어떻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쌍생아일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찾아주셨습니다.광명인권지킴이교육 마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3차시는 참여자들 다수가 10대 자녀를 키우는 여성임을 감안하여 학생/청소년의 삶에 인권을 비추어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 탈가정 청소년,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학생/청소년의 인권을 옹호하는 데 있어 머뭇거리는 마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권의 관점에서 이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때로는 걱정 많은 부모였다가 때로는 인권지킴이였다가 마음에 차오르는 이야기들을 솔직히 나누어주셨어요. 그래서 더 인권을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4차시에는 참여자들이 직접 인권도서에서 만난 ‘내 마음을 움직인 문장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들에 어떻게 화답할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를 읽은 참여자는 장애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사회적 관점이 가진 폭력성에 깊이 공감했나 봅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인권 교문을 넘다>를 읽은 참여자는 학생인권에 한걸음 더 성큼 다가온 마음을 고백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들의 서재에는 <인권을 외치다>, <인권의 문법>, <지금은 없는 이야기>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셨어요. 끝 무렵에 참여자 한 분은 인권도서가 아니라 자기 삶에서 자기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폭력의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놓는 분을 보니, 인권이 참여자들의 삶에 문을 두드린 것은 분명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주간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서는 거리엔 낙엽이 흩날렸습니다. 이 인연의 끈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요. 무엇보다 인권을 연인으로 품은 그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또 펼쳐지게 될까요. 설레는 이별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 정리 ‖ 개굴(경내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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