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성과 사랑을 모르나!
청소년, 성과 사랑 그리고 관계맺기에 대해 묻고/말하다

“들에서 성교육도 해요?”
“네 맞습니다. 이제 막 시작해봤습니다.”

그동안 들은 실제 성교육이라는 이름의 교육을 해 본 경험은 없고, 청소년 교육을 갈 때 세부교육 내에서 성에 관한 교육을 한 적은 있으나 성적 권리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만 아주 드물게 진행했었다. 특히 교사에 대한 교육을 할 때 교사가 ‘청소년은 성과 가까워선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들의 생각을 개방시키는 것 중심의 교육이 주를 이뤘다. 굳이 ‘들’이 여성단체들이 많이 하고 있는 성교육의 영역까지 해야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들’의 빈곤청소년팀(이하 ‘빈청팀’)에 참여하는 회원들 여럿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교사들이다보니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여러 강사를 초청해 성교육을 해도 대부분 시큰둥하다는 것에서 필요성이 싹텄다. 성교육을 윤리로 접근한 분이 와서 교육하고 가면 청소년들이 자기의 성경험을 오히려 숨기고 가는 결과만 초래하고, 오히려 이것이 성을 더욱 은밀한 주제로 여기게 한다는 점도 걸렸다. 왜 사람들에게 성교육이 흡수되지 않을까. 성이 사실은 관계 맺기의 한 방식임에도 지나치게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것이나 너무 건전하게 풀어 가는 방식이 청소년들에게 지루한 교육이라 각인시킨 것은 아닐까. 막상 성을 통한 관계 맺기를 하는데 대한 교육을 해본 적도 없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 되지만 청소년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성교육을 해도 이해되고 흡수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인식에서 용기를 내어 교육을 만들어보자는 야심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일 년여는 기존의 성교육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성에 대해 무엇이 궁금할지도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해해보고, 또 이들과 성교육을 한다면 무엇에 대해 나누고 싶은가를 논의해갔다. 이 년째였던 2014년에는 이전의 논의를 바탕으로 성교육에 필요한 생활형 키워드들을 뽑아보고 구체적인 교육을 구상해보기 시작했다. 관계 맺기로서의 성교육을 위해 뽑아 본 생활형 키워드들은 대략 이러했다. “호기심과 변태, 고백과 거절, 연애와 시간, 외모, 스킨십과 섹스, 이별과 생활.”

키워드(key word)로 만나는 관계맺기로서의 성교육 이야기

변태없는 나라, 호기심 천국

성을 금기시 하지 않고 대화와 토론의 주제로 삼기위해 첫 번째로 뽑아낸 키워드가 바로 ‘호기심과 변태’였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변태로 얘기되는 것에 대해 짚어주는 것으로서 자신의 몸, 성별 정체성, 성정체성에 대해 자연스러운 탐색하고, 특히 변태에 대한 범주나 개념을 해체하여‘터놓고 질문 던지기’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도록 성교육의 포문을 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변태도 다 같지 않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정한 성적 행동이나 성정체성이 사실상은 낯섦으로 인해 변태의 영역으로 되면 이어서 곧바로 혐오/공포로서 간주된다. 따라서 차별로서의 변태(성소수자)는 폭력으로서의 변태(성희롱하는 사람)와 구분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차별로서의 변태, 폭력으로서의 변태 모두 해체해야 될 개념이다. 차별로서의 변태는 내 안의 다양한 섹슈얼리티의 결을 발견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폭력으로서의 변태는 성폭력의 문제를 일부 변태나 괴물들만의 문제로 개인화시킨다는 점에서 해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 주제 키워드가 잡히게 되었다.

No means No! 고백과 거절

사랑은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고백했지만, 거절 할 수도/당할 수도 있다. 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것도 있고,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고백이 어렵다고도 하지만 때로 또 얼마나 쉬운가. 지금의 10대들의 연애의 의미가 달라졌다. 사랑하는 감정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는가, 그리고 내가 언제 어디서든 카톡을 보내도 되는 존재가 있는가가 연애의 의미가 되고 있다. 그래서 고백도 카톡으로 쉽게 하는 경우도 많다. 감정적 유대보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연애에 대한 서사도 서로의 마음 확인이나 감정 공유 등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남자/여자친구 생겼고, 그래서 재밌고, 근데 이제 헤어져서 심심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한다. 그 안에서 고백은 너무 쉽게 소비된다. 역설적이게 내편을 갖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연애는 반대로 고백을 어렵게 만든다. 고백은 거절을 떠올리게 되는데 거절은 단절로 여겨진다. 제대로 된 거절이 오히려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고립에 대한 공포가 고백을 가로막는다. 또 같은 의미로 거절도 가로막는다. 성인들도 갈등이 있을 때 거절보다는 단절로 해결하는 사람들 많다. 자신의 싫고, 좋음에 있어서 그 상황에 대해 표현하고 이야기해보는 것들을 참으로 못한다. 아예 헤어지거나, 좋은 척 하거나. 협상이 없다. 연습해보는 게 필요하다. 거절을 통해 서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관계 유지에도 굉장히 필요하다. 특히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연습이 성폭력을 막는데도 중요하다. 거절과 단절은 다르다. 고백과 거절의 키워드로 선정한 것은 고백과 거절에서의 고정된 성역할/나이주의의 각본과 패턴을 깨보는 것도 있지만 고백과 거절도 관계 맺기의 한 양상일 뿐 그것으로 세상이 끝나는 무엇이 아님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잘’ 고백하고, 거절하기 위한 연습을 실제 해봄으로써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도 중요한 교육의 목표이다.

연애와 시간

연애와 시간이란 키워드를 설정한 이유는 관계의 의미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사실 오늘날 이것이 청소년만 한정하기 어렵지만) 심심하거나 외롭거나 한 시간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로서 연애가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 ‘나랑 연애하는 거야, 카톡과 연애하는 거야?’라고 묻고 싶어지도록 카톡 할 사람이 없는 외로움, 빈 시간을 채울 수 없는 공허감 등이 반복적 연애를 낳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수신하고 있다는 느낌과 교감은 다른 것임에도 감정을 깊이 있게 이어가기보다는 다양한 소비의 변주로서 연애가 등장한다. 자신의 관계 맺기 패턴이 연애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계 맺기가 어려우면, 연애도 어렵다. 연애관계를 다양한 관계 맺기의 하나로, 인간을 보는 관점 형성과 관계 맺기 연습의 연장선으로 이해한다는 목표에서 이 주제어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잡았다. 이를 위해서는 연애의 시간을 구성하는 기존의 연애 규칙들을 살펴보면서 오히려 이러한 규칙들이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보다 서로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하는 지점을 찾아본다.

스킨십과 섹스

스킨십과 섹스는 기존의 성교육에서도 주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존의 성교육들은 대체로 성에 대한 지식적 접근이거나 금지로서의 성, 안전으로서의 성을 주로 다뤄왔다. 빈청팀에서 고민한 것은 도식적이고 규범적인 교육을 넘어 어떻게 스킨십과 섹스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 였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건전한 연애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일상에서의 관계맺기에 스킨십이 어떤 자리에 있는가’에서 시작했다. 즉 무조건 간단한 스킨십은 되고 섹스는 안된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스킨십이 친밀감을 주는 반면 불편함을 주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이를 위해 스킨십에 대한 청소년 개인의 느낌을 살펴보고 스킨십이 위계적 관계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폭력으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무조건 나쁘게 하거나 금기시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성을 자원으로 삼게 되는 가출 여성 청소년들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죄책감으로만 내모는 것이란 점에서도 우리가 다루는 스킨십과 섹스 이야기에서는 이런 구분을 피하고자 했다. 스킨십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 언제쯤 시도할 것인가의 답은 없다. 다만 스킨십의 진도가 관계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확실히 과정이 사라진 느낌이고 마치 치르고 가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관계의 친밀감을 나누는 과정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의 내용들을 잡아보았다. 물론 ‘변태없는 나라, 호기심 천국’을 거쳐 온 청소년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컨셉으로 성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망설임 없이 맘껏 질문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기획되었다.

이별과 생활

이별을 해도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그런데 고백과 거절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단절에 대한 공포일진대 이별은 그 단어 자체로도 무겁고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별을 두려워하면서도 빈청팀 회원인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은 자신들이 만나는 청소년들은 이별에 소(so) 쿨(cool)한 경향이 많다고 한다. 연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만남을 가져온 사람과의 이별도 그러하다. 정말 쿨한 걸까? 일종의 생존본능 느낌이다. 정 붙일수록 상처 받으니, 부모와의 헤어짐을 겪은 청소년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는 보통 합의 하에 헤어진 것이기 보다, 일방적인 단절인 경우가 많음으로 상실감을 오히려 이별에 대해 크게 의미부여 안하는 방식으로 쿨하게 넘기는 경향이 크다는 거다. 이별과 생활이라기보다, 이별이 생활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별로 인한 공백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상대를 빠르게 찾고, 쉼 없이 연애를 이어간다. 이점에서 이별과 생활은 연애와 시간의 주제와 얽히고 설킨다.
사실 연애와 시간, 이별과 생활이라는 키워드가 굳이 나눠져야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연애와 시간’이 관계의 의미를 성찰하는 시간이라면, ‘이별과 생활’은 이별로 인해 생긴 빈 시간으로 나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맞아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때로 적절한 이별의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막장의 상황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때를 알고, 시기를 놓치지 않는 ‘좋은 이별’의 필요성을 깨닫아 연습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별과 생활을 독립적인 주제로 잡았다.

실제 성교육 속으로

무려 이년여의 시간을 가지고 논의되고 기획된 교육이 마침내 빛을 보는 시간이 2015년 1월 청소년 대상 지역아동센터인 <무지개빛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이하 ‘무청’)와 <친구네>에서 마련되었다. <무청>에서는 8회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 ‘호기심과 변태’ 2회, ‘고백과 거절’ 1회, ‘연애와 시간’을 2회, ‘스킨십과 섹스’ 2회, ‘이별과 생활’을 1회로 진행되었다. 내가 참여했던 <친구네>교육에서는 총7회로 ‘연애와 시간’을 1회로 줄여서 진행했다. 이 두 교육을 여기에 상세히 다루긴 힘들지만 간략히 내가 참여했던 <친구네> 교육을 중심으로 소개해본다.

앞서 말했듯이 성을 금기시 하지 않고 대화와 토론의 주제로 삼기위해 첫 시간은 호기심과 변태 이야기로 열었다. 그리고 호기심 천국으로 친구들을 초대하고 호기심 천국의 대약속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호기심 천국의 대약속

1) 호기심은 최고의 심성이며, 질문하기는 최고의 미덕이다. 본국에서는 국민의 호기심 보호를 위해 늘 노력하며, 어떤 질문도 무시하지 아니한다.
2) 남들 눈치 보며 참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3) 고정관념은 본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최악의 적이다. 고정관념을 만들어 퍼뜨리려는 집단이 있을 경우, 말랑말랑 열매 장기 복용을 처방한다.
4) 상상력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불안과 걱정은 나눌수록 반이 된다.
5) 단, 질문을 빙자하여 타인을 비꼬거나 모욕하는 것은 경계한다. 

지역아동센터청소년대상 성교육대약속에 기반해서 호기심이 이는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것에 참여한 친구들이 많은 질문들을 서슴없이 적어냈는데 나온 것들을 단순히 성(sex)에만 집중된 질문이 아니었다. 나온 이야기들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보았더니 성적차이, 성차별, 성(sex)에 대한 구체적 질문, 무엇이 성폭력인가에 대한 의문 등이었다. 분류를 한 것은 앞으로 질문을 탐구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맛보기 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나온 질문에 대해 해답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그 질문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이후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차원의 시간이었다. 이어 누군가를 ‘변태’라고 느끼는 상황, ‘변태 같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빙고게임 형식으로 진행해봤다. 다양하게 나온 변태성을 같이 점수를 매겨보며 무엇이 더 심하게 변태적으로 느껴지는지 우리들의 느낌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고 난후, 정말 이것들은 문제적인 것들인지 하나씩 살펴보았다. 노원에 있는 마들창조학교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고등학생들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변태라고 우리가 판단하는 것 속에 기존의 성차별적 인식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거부감들이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반면, 아직 경험이 적은 중학생들이 다수이다보니 어떤 것이 폭력이고, 어떤 것이 차이일 수 있는지 논의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는 남학생의 성드립보다 여학생의 성드립에 대해 더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고, 여학생의 성지식은 변태적인 것으로 반응하면서도 막상 어느 게 우리가 더 이상하게 느껴지냐 물어보면 모두 같다고 말해서 우리의 내면에 뿌리내린 성차별의 잣대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더 파고들어가기는 어려웠다.

고백과 거절의 경우는 참여한 친구들은 연애할 때의 고백을 주로 기대했던 것 같으나 우리가 가져간 프로그램은 일상의 부탁과 거절의 이야기를 함께 섞어 가져가서 연애 관계의 고백의 어려움과 이것이 왜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부탁과 거절에 관련된 드라마와 영화의 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점에서 자기 상황과 감정이입하여 바라보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특히 센터에서의 생활에서 권력 관계를 살피는 지점도 있었다. 하지만 연애관계를 맺을 때 거절에 취약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까지 진행되지는 못했다. 1회차로 끝나야했으므로 정리강의로 거절을 연습하는 게 왜 필요한가, 삶에서 부대낌도 생기고, 감당해야 할 부분들 생기겠지만 그래도 거절이라는 선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또한 어떤 거절은 개인이 용기내서 거절한다고 되지 않는 문제도 있기에(일테면, 위계적 관계에서) 그러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도 덧붙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청>의 경우는 2회차로 진행되어 고백과 거절 2회차는 상황극을 진행했다. 동성 친구간의 고백, 회사에서 상사가 부탁하거나 거절하는 것, 연애하는 사이에서의 스킨십 거절을 다뤘다. 거절의 말을 만드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이것은 또한 ‘내가 거절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구나’를 스스로 확인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다음에 고백과 거절을 다루게 되면 구체적 실행과정을 경험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성교육

청소년성교육

 

연애와 시간은 요즘 청소년들이 연애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서로 공유하는 정도로 빈칸 채우기 진행했고, 이어서 가치관 경매와 상황극으로 이어갔다. 가치관 경매는 “나의 연애 상대가 이런 덕목을 갖췄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경매 형식으로 사는 것인데 예문 몇 개를 소개하면… ‘남들이 뭐라해도 무조건 짝꿍의 편이 되어주는 것 /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훈훈한 외모 / 짝꿍이 원하는 선물 정도를 해줄 수 있는 용돈 / 상대방이 나를 인생의 1순위로 놓는 것 /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스킨쉽이 준비되어 있는 것’ 등등. 가치관 경매에서 몰리는 것들이 있었는데 돈이나 스킨십, 섹스 쪽보다는 다른 가치들에 몰렸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물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주로 택하지 않았다. 재미난 것은 성별화되는 방향으로 경매가 정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가치관 항목별로 생각해볼 질문을 같이 담아서 제공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킨십과 섹스는 2번 진행했는데 스킨십에 대한 안내도 하고, 소통의 방식으로서의 스킨십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스킨십을 하는 게 자기 몸과 자신의 관계성이기도 하고,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성이기도 하다는 점, 그래서 몸의 느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몸을 크게 그리고, 몸 마다 성적인 의미를 중심으로 써보는 작업도 해보고, 남/녀 따로 궁금한 점을 적는 것도 진행했다. 몸을 그릴 때 다들 성기를 그리지 않으려했는데 특히 남자팀은 끝까지 안 그리겠다고 하며 “이런 곳은 싫어요~”라고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한편 벗은 장애인의 몸에 대한 진지한 관심도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다양한 몸 혹은 섹시한 몸 등 몸의 의미를 좀 바꾸는 작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킨십과 섹스 2회차는 섹스 이야기로 진행했다. 청소년의 섹스를 다룬 제니와 주노를 빠르게 보며 연애하고, 섹스하고, 임신하고, 낳기로 결정한 순간 등에서 비난받았던 이유를 살펴보고 영화와 현실이 다른 지점 등을 써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0대 시절의 섹스와 임신 등에 대한 공포가 많이 등장했고, 책임과 임신/섹스를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규범적 사고들이 많이 드러났다. 책임에 대한 공포만으로 청소년의 성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질 자세를 더욱 갖기 못하게 하고 도망치는 청소년만 나을 뿐이며, 책임을 질 아무런 권리도 부여하지 않고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만 떠넘기는 것에 맞설 수 없다는 점에서 규범적 사고를 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별과 생활 이야기. 1월과 2월에는 지역아동센터 상황상 이별을 자연스럽게 겪는 시기이다. 그래서 다양한 관계를 떠올리며 이별 꾸러미를 꾸려달라고 했고, 친구들 대부분이 연애 관계에서의 이별로 꾸러미를 만들었다. 끝날만 하니까 끝나는 것이고, 이별에 대처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무청>의 경우는 참여자가 대부분 고등학생으로 진행된 반면, <친구네>는 고등학생 2명에 중학생 8명으로 연령대가 낮은 만큼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주제들은 다양하게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개념을 잡고 얘기하는 방식도 어려워하여 중학생 연령 중심이면 프로그램 조정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중학생 친구들의 경우 연애 이야기 쪽으로만 포커스를 맞추고 싶어했는데, 빈청팀이 준비한 교육은 일상의 범주로 넓히는 것이다보니 소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성지식을 전달하는 성교육과 달리 관계맺기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결과 청소년들이 질문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교육 흐름이긴 했던 것 같다. 이번 시범 교육을 바탕으로 프로그램들을 다듬으면 다른 분들과 나누는 시간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외화 워크숍을 할 때 교사들도 오면 좋겠지만, 성교육을 처음 하는 사람들보다는, 성교육을 이미 해왔고, 고민이 얼추 쌓여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면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남은 과제는 이제껏 만든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매뉴얼화된 정리라기보다는 이런 주제가 어떤 목표로 다뤄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잘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 정리 ‖ 정주연(루트)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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