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자립지원 현장과의 쫀쫀한 만남을 꿈꾸며
2016 몽실 팀 3월 숙박교육 보고

2월말 첫 모임을 가진 올해 ‘자몽’(自懜) 기관들과 함께 하는 첫 숙박교육의 날이 찾아왔다. 이번 숙박 교육의 주요 목표는 지난해 몽실(夢實)팀이 진행한 ‘대안적 자립 개념과 자립역량’ 연구 결과를 쫀쫀하게 나누어 올해 자몽 기관들의 사업 속에 녹여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그리고 청소년 자립지원 현장에서 청소년인권의 관점을 접목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삼았다.

시작시간에 맞추어 속속 도착한 이들과 먼저 몸풀기 마음열기 시간을 가졌다. 한걸음 술래잡기, 막대 주고받기, 힘 모아 동시에 일어서기를 함께 하면서 한바탕 웃음과 손길을 나눈 다음, 본격 교육 시작~

2015 몽실연구외전 포스터첫 시작은 한낱이 ‘2015 몽실 연구 외전(外傳)’ 발표로 열어주었다. 미리 참여기관에 지난해 몽실 연구결과 자료집을 읽고, 자기의 마음이 머문 문장을 몇 개 뽑아서 보내달라고 요청했기에 별도의 연구 내용에 대한 발제는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에 지난해 어떤 좌충우돌의 고민과 만남을 통해 연구가 진척될 수 있었던가를 살펴보는 야사(野史)를 안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처음에 막막하기만 했던 자립 개념과 자립역량 연구가 가톨릭대 김인숙 교수의 성매매여성 자활 연구물, 친족성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 장애학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김도현의 ‘자립에서 연립으로’ 발표문, 아마티아 센과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 이론,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 인터뷰, 참여 기관 실무자․활동가들과의 대화 등과 화학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결실을 맺어온 과정을 돌아보는 동안, 지난해 몽실 프로젝트가 보내온 시간이 한편의 드라마로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대안적 자립 개념과 자립역량’을 함께 읽다

이어서 자몽 참여기관의 실무자․활동가들은 몽실팀의 연구 결과 보고서를 어떻게 읽었는지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실무자․활동가의 입장에서 보고서 가운데 마음이 머문 문장은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소개하고 무엇이 내 마음을 붙들었는지, 어떤 이야기나 장면, 사람이 떠올랐는지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성매매 피해 경험을 가진 청소녀들을 지원하는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는 “중요한 건 충분히 비틀거릴 수 있는 시간”을 주요 문장으로 꼽아주었다. 지원하는 청소년들이 자꾸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마음, 같이 넘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실무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다잡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가진 지적장애청소녀를 지원하는 ‘안산YWCA 여성과성상담소’는 “그에 합당한 책임도 홀로 짊어지라는 듯한 냄새를 팍팍 풍기는 자립이라는 단어”와 “사람마다 필요한 자립의 과제는 다를 수 있다”라는 문장을 주요 문장으로 꼽아주었다. 실무자 스스로도 자립을 외롭고 쓸쓸한 과정으로 생각해오지는 않았는지, 의존하고 있지만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오히려 ‘할 수 있음’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라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지적장애청소년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몽실팀이 제시한 자립 개념이 또 어떻게 달라지고 보완될 필요가 있는지도 무척 궁금했으나 이 부분은 다음에 더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부산에 있는 보육시설인 ‘희락원’은 “일상이 없는 삶”, ‘어쨌든, 그래도 라는 마음으로 청소년들을 사회의 고정된 규범과 제도 안으로 유입시키는 것을 택하게 되는 실무자/활동가들의 마음’을 다루는 문장을 꼽으면서 자신의 활동을 비추어보셨다고 했다. 더불어 퇴소시기에 맞춰 취업, 진학, 집구하기라는 선택지밖에 없는 시설 청소년들의 막막한 위치에 대해, 1년에 2~3번씩 정부에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시설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주실 때는 모두의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퇴소 이후 ‘사후관리’라는 것도 청소년들의 자율을 존중하는 방식보다는 통제 중심의 ‘조건부 지원’에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들었을 때, 앞으로 보육시설들과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찾아들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몽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자립훈련매장 ‘커피동물원’은 ‘들’과의 만남이 한편으로는 긍정적 자극이 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잠시 묻어두고 싶은 고민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만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는 솔직한 말씀을 나누어주셨다. 삭막하고 두려움 가득한 자립의 언어에 인권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 의미있다고 여기면서도, 막상 실천 현장의 실무자에게는 인권의 언어가 두려움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 그 두려움의 바탕에는 관심과 간섭 사이의 경계에 대한 혼란이 있는 듯 했다. 이는 다른 기관의 실무자들에게도 자주 찾아오는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무엇이 간섭이고 무엇은 관심이냐’라는 질문이 아니라 ‘청소년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호연의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자립은?

기관발표 두 번째 시간은 “청소년이/청소년 입장에서 읽은 자립 개념과 자립 척도”를 주제로 네 기관이 발표를 이어갔다. 도시형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꿈꾸는아이들의학교’,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녀들과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늘푸른자립학교’, 인천 지역에서 소위 ‘위기’ 청소녀들을 만나 심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성인권 동감’ 그리고 ‘자립팸 이상한 나라’에서 발표를 준비해오셨다. 기관에 따라 청소년의 입장을 추측하며 발표를 준비해온 곳도 있고 실제 청소년들과 함께 읽은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를 한 곳도 있었다. 청소년과 직접 함께 읽은 기관의 발표가 끝났을 때에 그렇지 않은 기관에서 “청소년들과 어떻게 읽는 것이 가능했느냐, 그럴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다”면서 아쉬움 섞인 솔직한 고백을 나눠주기도 했다.

특히 ‘이상한 나라’에서는 (지금은 20대를 넘긴)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나눠주었는데 하나하나가 어록처럼 인상적인 대목들이 많았다. 그 중 쉼터에 대한 이야기. “사회에서 가출청소년들을 위해서 쉼터를 만들었잖아. (중략) 근데 청소년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수도 있는데 그렇게 환경이 안 맞거나 들락날락거리거나 하는 것을 무조건 안 좋게만 보는거야. 얘네들은 충동적으로 그런다고만 생각하고. 아직 청소년들이고 자제력이 없으니까 놀고 싶은 맘이 강하고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걸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비청소년들이 ‘미성숙’하다고 여기는 바로 그이들이 쉼터의 본질과 어른들의 부당한 요구를 간파하고 “애들이 선생님 말을 잘 듣는 건 퇴소당하지 않기 위해서다”라는 누군간 들으면 쓰라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내가 타지에 있고 십대면 가출청소년으로 본다. 학교갈 시간에 학교도 안가고 주소지가 다른 데 여기서 일을 한다고?? 이런 게 나를 좀 의심하는거야. (중략) 일을 못하는 데, 20대가 되면 경력이 안 된다고 안 뽑는다.” 청소년, 성매매여성, (맥락은 약간 다르지만) 장애인 등 유독 자립, 자활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신들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요구를 조목조목 되씹어주는 말들이었다.

청소년들에게 6가지의 자립 개념 중 더 와닿는 말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주체적 자립, 지금 현재의 자립, 조건 없는 자립”이 등장한 맥락은 무엇이었을까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애초에 자립 개념 글이 나올 때 실무자들이 읽을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기에 ‘관계적 자립’과 ‘주체적 자립’은 연결된 개념이긴 하지만 ‘관계적 자립’이 먼저 서술된 맥락이 있었다. 허나 청소년들에게 ‘주체적 자립’이 더 먼저 가닿은 것은 그만큼 주체적인 경험을 쉬 박탈당하는 청소년이라는 위치성 때문일 것이란 분석에 함께 도달하기도 했다.

실무자와 청소년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립 개념 독해가 달라지는 부분은 또 있었다. 자립 지원이라는 행위가 지금 현재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요구가 되지 않도록 고민한다고 스스로 경계해왔는데 글을 읽으면서 여전히 자신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서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치 있는 이야기 멀리 있는 이야기를 해왔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는 발표를 해주신 분의 이야기였다. 같이 만나는 청소년들과 세월호 집회도 가고 싶고 그런 활동을 통해서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한편엔 그런 집회를 위해 당장 오늘 알바를 빼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는 실무자의 고백도 이어졌다.

청소년들이 읽기엔 어려운 것 같다, 좀 더 쉽게 글을 다시 써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때 어렵고 쉬움의 기준이 단지 단어나 문장의 난해함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기존의 자립 개념과 척도들이 청소년들을 치유가 필요한 병자, 보호가 필요한 약자로 전제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글의 문제의식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공감을 표한다. “자립도, 위기도, 자활도 싫다. 우리는 독립이다. 나는 독립했다”처럼 말이다. 여성주의를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이해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익숙해져 있던 가부장 논리에서 비켜난 낯선 서사를 맞닥뜨렸을 때의 해석할 수 없음을 어렵다고 표현하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대안적 자립 개념과 자립 역량을 주제로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단어 몇 개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글의 시작을 비롯한 구성 자체를 청소년의 관점과 서사를 기반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는 몽실팀 혼자 고민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기관들의 힘을 빌려 직접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교육을 통해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을 받아 새로운 말을 만들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과정들이 들 활동의 강점이자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자몽 몽실 워크숍 중 참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청소년 문화, 있다 없다?!

지난 2월의 첫 모임에서 참여자들은 청소년과의 소통에 목말라하며 그 징검다리로 청소년문화를 알고자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어떤 이들의 태도나 행동을 이해하는 밑바탕은 그이들을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을 잘 살피는 일에서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녁시간은 조금은 가볍게 청소년 문화라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또래들끼리 몰려다니거나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공유하는 현상을 들었다. 반대로 이런 특성들 또한 청소년 내부의 성별이나 지역에 따른 차이도 커서 청소년 대부분이 공유하는 문화라 일컫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체 청소년을 하나로 묶는 특정한 문화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만나는 청소년들이 보이는 어떤 경향성은 있지 않을까. 그러한 경향성이 때로는 문화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한 소통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전제로 참여자들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모둠별로 베스트 5를 꼽아보도록 요청했다.

  1. 내가 현장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의 말
  2. 내가 현장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의 행동
  3.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폰이란?
  4. 청소년들이 꼰대를 판단하는 기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말로는 참여자들이 보기에 부모님 같지 않은 부모님,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지만 ‘그래도 아빠잖아요. 엄마잖아요.’ 하며 부조리한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그가 나를 사랑하니까요.’라며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수용할 때, ‘그냥요~’라는 대화를 단절시키는 듯한 대답, 나아가 더 속이 터지는 것으로 침묵을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말과 다른 행동, 만만한 대상에게 함부로 하는 것, 계속 게임하거나 누워있는 모습, ‘아자르’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사진을 주고받는 일, 뻔히 틀길 거짓말을 하는 것들을 들었다.
우리가 꼽은 말이나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것을 청소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어떤 것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취할 법한 태도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꼭 청소년이라서가 아니라 관계나 구조 속에서 취약한 이들의 처세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행동들을 보이는지 아닐까.

학교나 단체 생활 속에서 스마트 폰은 긴장을 야기하는 물건이기에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폰이란’ 무엇일지 질문을 던졌다. 스마트폰은 공감받고 인정받고 싶을 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인터넷 상에 남긴 글이 오해를 불러 친구사이에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종과 요금제가 또래 사이 계급을 가르기도 하고 때로는 돈벌이나 생계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이 시간에는 각 내용이 의미하는 바나 현장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내려놓고 가볍게 내가 가진 생각들을 풀어놓는 선에서 마무리 하고 이튿날 오전에 진행될 ‘청소년 인권’교육으로 미뤄두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꼰대를 판단하는 기준 베스트 5는 참여자 모두를 끄덕이게 했다. 무엇보다 ‘자기 얘기만 하는 어른’, 이 때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면서 ‘다 네가 아들, 딸 같아서’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니 ‘너는 내 얘기를 잘 따르기만 하면 된다(답정너)’는 훈계조로 ‘무한 반복’하는 사람.

조금쯤은 청소년이 이해가 됐을까. 아니 사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청소년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을 잘 이해하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 한켠에 내 기준과 방식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가진 틀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청소년 문화’를 이유로 대상화하고 선긋기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런 마음을 확인하고 내려놓는 데서 우리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자립지원현장과 청소년인권은 어떻게 만나는가

두 번째 날 아침은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존재를 인권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를 함께 이야기했다. 전날 저녁에 함께 이야기한 청소년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청소년이라는 구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청소년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함으로써 변화를 만들어온 역사를 소개했다. 또한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주 부딪히게 되는 질문들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지, 또는 어떤 경험을 해보라고 권할지 모둠 토론을 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알쏭달쏭한 질문들을 확인하고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자립 지원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인권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질문을 던졌다.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여러 가지 답을 써냈다.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만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요구받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고 차별을 받을 때, 학교 규칙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내몰릴 때 등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학교에서 내몰리는 청소년들은 보통 성적 경쟁이나 압박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되지만, 학교에서 그렇게 학업 성적과 공부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 보탬이 안 되는 학생들이 쉽게 낙인찍히고 쫓겨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쉼터에서 청소년을 입소 거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규칙으로 청소년들을 내쫓는 것이 학교와 비슷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것은 일터에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급여나 처우 등에서 무시를 당하고 임금을 덜 받을 때, 알바시간을 갑자기 바꾸는 등 함부로 대할 때 등이었다.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받는 차별은 청소년을 아직 ‘덜 된’, 미래를 준비 중인 사람으로 보고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가족이 보호를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가해가 계속될 때 청소년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느낀다는 답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공장소에서 청소년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경찰이 청소년을 막 대하는 경우도 함께 이야길 나누었다. 학교, 가정, 일터에서의 사례 등을 보며 청소년을 아랫사람으로 대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청소년을 배제할 때, 의견을 무시할 때에 청소년에게 ‘인권’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감대 위에서, 과연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프레젠테이션과 강연을 통해 청소년인권운동의 문제의식을 소개했다. 청소년을 ‘미래의 희망’으로 보는 관점,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관점, 그리고 두렵고 반사회적인 존재로 보는 관점의 세 가지 삼각형 속에서 청소년이 어떤 대접을 받게 되는가 살폈다. 청소년을 의존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나 청소년들의 오늘의 삶을 도외시하게 되는 것 등, 각각의 관점이 어떤 뒷면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했다. 과연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라는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에서 ‘성숙’과 ‘미성숙’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지, 특정한 삶의 시기의 특징이라고 이해하지 않고 우열 관계로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청소년들을 더 미성숙하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졌다.

강연 후반부에는 이러한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근대에 들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고,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변화의 결과 긍정적인 점도 있었으나 억압적인 학교의 규율과 청소년에 대한 배제 등 한계도 뚜렷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래서 ‘청소년을 보호하자’라는 이야기를 넘어서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이 함께 가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청소년의 은어나 욕설 등을 ‘언어파괴’가 아니라 ‘문화’라고 한 사례, 공교육도 사교육도 과도한 학습부담이 문제라고 말한 청소년들의 운동 등, 기존의 청소년에 대한 관념에 도전해온 청소년들의 행동들, 말들이 어떤 것이 있었나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는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다보면 우리가 부딪히게 되는 대표적인 질문 4가지를 꼽아서 모둠에서 함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하거나 어떤 경험을 권하고 싶은지 토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갖고 있던 현장에서의 고민들도 같이 나누었다.

  1. “요즘 애들 안 그래도 이기적인데 자기 권리만 내세우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를까봐 걱정이에요.”
  2. “워낙 책임감이 없어서… 인권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자꾸 저지르니까요. 애들을 보호해야 하잖아요?”
  3. “청소년 인권만 너무 말하면… 선생님들도 힘들어요.”
  4. “제가 만나는 애들은 인권에 별로 관심도 필요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각각 인권과 도덕 등에 대한 혼동, 책임이나 보호와의 긴장관계, 청소년과 부대끼는 관련된 종사자들의 권리 문제와 대립적이라는 오해, 마지막으로 인권을 현장이나 삶과 멀리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 등을 담아보았다. 우리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기적’이라는 것과 ‘권리’, ‘배려’ 등은 모두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지적했고, 오히려 자신의 권리가 잘 보장될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는 이야길 했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종사자들이 혼자서 모든 것을 부담하지 말고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리고 종사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힘을 모아 요구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권유도 했다. 네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인권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인권 문제와 뗄 수 없다는 점을 말했고, 일하고 먹고 살기가 바빠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무력감 때문에 인권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 그 맥락을 보자고 했다. 또한 권리를 알 권리도 인권이니 인권교육 등 함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다.

자몽/몽실 워크숍 장면

마지막으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문제점들이 가장 많이 관련된 질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함께 고민해보자는 제안도 있었고, 어느 정도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자는 말도 나왔다. 그러면서 다음 시간에 책임과 책임감, 자유 등의 문제에 대해 더 토론하는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다.

교육시간을 마치고 참가자 분들이 청소년의 인권, 또는 청소년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것에 대한 많은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어서 준비해 간 이야기들이 다소 지루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더 많은 현장의 고민을 안고서 많은 토론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다. 3월 교육으로 2016년 몽실의 첫 걸음을 완전히 연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 만날 자리에서 더 깊이 있는, 청소년인권과 자립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기대해본다.

정리 ‖ 몽실 팀(개굴, 공현, 날맹, 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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