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경고! 무분별한 애국심이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2PM의 재범이 왜 떠나야 하나요?

요즘 민석이는 놀토에도 학교에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바로 지난주에 지은이하고 짝이 됐기 때문이지요. 5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이 된 지은이를 속으로 좋아하고 있던 민석이는 싱글벙글 매일 매일이 즐거워 보입니다. 실은 반장인 진우나 운동을 잘하는 찬우보다 지은이랑 더 친해 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민석이의 마음이 둥둥 떠오릅니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갈 때만해도 입이 귀에 걸린 듯 웃던 민석이가 웬 일로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집에 들어섰습니다. 입을 실룩실룩하며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 민석이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5교시 재량활동시간, 담임선생님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자유롭게 탈 수 없으면 장애인들은 학교에 다니기도 어렵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는 사진도 보여주셨답니다. 민석이네 반 아이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사진을 봤습니다. 이때 뒤에 앉아 있던 진우가 “야, 애자다”라고 속삭이며 민석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이 말을 듣고 옆에 앉은 지은이가 진우를 무섭게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진우는 “왜!”라고 입을 빼쭉 내밀었지요. 지은이는 “애자라고 부르는 거 아냐”라고 했어요. “나만 그런 거 아냐. 민석이도 그렇게 불렀다 뭐..”라고 진우가 얼버무렸습니다. 지은이는 민석이랑 진우를 한 참을 째려봤습니다.

쉬는 시간. 민석이는 여자애들 얘기 속에서 지은이의 동생이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요. 무섭게 쳐다보던 지은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민석이는 담임선생님이 장애인에 대해 말씀하실 때부터, ‘애자’라고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진짜로 아까 아까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은이한테 말하지 못했어요.

지은이가 민석이를 용서해 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민석이를 계속해서 아는 척도 하지 말고, 혼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민석이가 예전에는 다른 사람을 놀려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요. 민석이가 지은이에게 차근차근 말하면 아마도 지은이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2PM의 재범

그런데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도 2PM의 가수 ‘재범’은 얼마 전에 가수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게 됐어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개인적으로 친구랑 한국/인을 나쁘게 말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2PM 활동을 그만둔 것이라고 해요. 재범이 잘못했다고 말했는데도 계속해서 재범한테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정도에 따라 감옥에서 죄의 대가를 치를 경우도 있지요. 그렇다면 재범의 일은 어느 정도 잘못한 일인가요? 예전에 쓴 재범의 글과 태도가 정말 반성과 사과로는 용서받지 못할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나쁜 짓을 해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게 됩니다. 잘못해도 사과도 없는 정치인, 잘못했는데도 계속 같은 일을 하는 회사 사장, 그리고 이런 문제에는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도 말이지요. 힘없는 사람에게만 화를 내고, 힘 센 사람의 잘못은 오히려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이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어요.

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이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어요.

‘애국’ 앞에 얄짤없어ㅠ

재범 오빠/형이 다른 나라 사람을 얕잡아 보고 글을 썼다면, 가수 활동을 그만두고 쫓겨나기까지 했을까요? 이번 사건이 이렇게까지 오게 된 것은 재범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의 생각에 ‘한국/인에 대한 비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욕설의 내용보다 ‘누구’를 욕했는가가 문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인을 욕했기 때문에 더 심하게 벌을 주는, 이런 기준은 잘못을 판단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못해요. 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을 무조건 좋아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혹시 ‘애국’은 당연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애국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를 구별하게 합니다. 만약에 이런 나라들이 저마다 애국만 외치면 아마도 이 세계는 경쟁과 싸움밖에 남는 것이 없을 거예요. 역사속의 수많은 전쟁도 애국의 이름으로 이뤄졌던 것을 생각해봐요. 정말 끔찍하지요. 나라와 나라, 서로를 돕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애국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불편함의 진실

재범의 일이 계속해서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야기 되고 있어요. 물론 인터넷에서도 뉴스가 되고 있지요. ‘버릇없는 가수’를 내쫓은 사건이 아니라 ‘우리들의 폭력’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이 문제인지 꼼꼼히 살피는 눈길도 늘고 있고요. 이런 얘기, 2PM을 좋아하는 진수 뿐 아니라 빅뱅을 좋아하는 수민도, 샤이니를 좋아하는 정아도 그리고 2PM을 좋아하지 않는 은정도 함께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의심해볼 기회가 될 수도, 불편한 마음의 진실을 찾게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글쓴이: 고은채(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출    처: 인권오름 제 170 호 [기사입력] 2009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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