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내가 여전히 속상한 까닭? 추석 때 만난 ‘때문에’ 때문에!

어, 달이 기울고 있네. 복지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지러지고 있는 달을 보고 있자니 동글동글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르더군. 모락모락 김이 나던 추석 송편이랑 시원한 웃음소리도. 추석 – 참 즐거웠었는데! 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았지.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에 드리워 있던 근심도 덩달아 떠올랐다.

은선이 외할아버지는 뭐 때문에?

은선이 외할아버지는 아직도 농사를 지으셔. 추석이면 손수 농사지은 쌀을 식구들에게 나눠주시지. 올해는 풍년이 들어 더욱 기분이 좋으셨어. 그런데 뉴스를 보시고는 한동안 안 피던 담배를-_-찾으시는 거야. 그 모습에 온 식구들 깜짝 놀라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는데. 여태 나라에서 어느 정도 대 주던 비료 값을, 갑자기 내년부터는 전혀 대주지 않는다니! 그 돈이 어디로 가나 했더니 4대강 사업에 쓴다고??!

물론 은선이는 화학비료를 쓰는 건 지구에 나쁘다고 배운 터라 농민들이 화학비료를 사는 데 지원하던 돈을 없앤 건 괜찮은 거 아니냐 싶었대. 하지만 은선이네 외할아버지 같은 농민들과 식구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속상한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지! 비료 값을 농민들에게 어느 정도 지원해주던 걸 없애는 일이 지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더 나은 대안이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오히려 우리 강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지원하던 돈을 뚝 끊고 끌어간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가뜩이나 농사짓는 데에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계속 줄어 농민들 생활이 자꾸 어려워지고 있는 걸 생각할 때 더더욱 기가 막힌 일이라구!

재민이도, 재민이 막내고모도 ‘때문에’ 때문에!

재민이는 시골에 내려가면서 진짜 신이 났었어. 2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막내 고모를 만날 생각에 완전 들썩들썩~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 꿈인 재민이네 막내 고모는 재민이랑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친척이거든. 고모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임용고사라는 시험을 준비 중인데, 아주 아주 힘든가봐. 무진장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어. 근데 오랜만에 만난 고모는 나를 보고도 심드렁_-_열렬히 반겨주지 않아 좀 빈정 상했지. 가만 보니 고모가 씩씩대고 있잖아?! 무슨 일인가 놀라서 물으니 정부 때문에 화가 났대. 4대강 사업 때문에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라는 게 팍팍 줄었다나 뭐라나. 너무 어렵지? 그러니까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건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거래. 산골이라고 컴퓨터실이 없어서는 안 되고, 학생 수가 얼마 안 된다고 학교를 문 닫지 않고, 선생님이 부족하면 선생님을 더 뽑도록 하는 데에(월급을 줄 수 있도록) 쓰이는 돈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래. 그걸 팍팍 줄였다 하니 선생님이 꿈인 재민이네 막내 고모가 얼마나 화가 났겠냐! 실제로 고모네 동네는 임용고사에 붙었는데도 아직까지 선생님이 되지 못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대. 선생님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선생님 월급 줄 돈이 없어서 말야. 가만, 재민이 고모만 화낼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 재민이도 엄청 화가 났었대.

재민이네 학교도 컴퓨터실이 한 개라 컴퓨터실 이용하는 게 무척 힘들고, 도서관에는 사서 선생님이 없어서 도서관 여는 시간도 몹시 짧다는데. 이런 문제도 정부에서 교육에 쓰일 돈을 제대로 짜지 않고 자꾸 깎아서 그런 거겠지? 그 까닭이 특히나 뭐 때문이라고?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라니! 우쒸~

교육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4대강 사업 중단과 교육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민중 언론 참세상)

교육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4대강 사업 중단과 교육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민중 언론 참세상)

윤서네 큰아버지도 4대강 때.문.에..

여름에 만났을 땐 표정이 무척 밝으셨는데, 추석 때 만난 윤서 큰아버지는 큰 시름에 빠져 있으셨어. 윤서 큰아버지는 신용불량자야. 몇 년 전에 친한 친구 보증을 섰었는데, 친구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엄청난 빚을 지게 되셨었지. 윤서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큰아버지께서 꽤 오랫동안 무척 고생하셨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내년이면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을 뗄 수 있게 되셨다나봐. 내년이면 남은 빚을 다 갚고 신용이 회복된다는 거지. 그러면 윤서네 큰아버지는 작은 택배 회사를 차려 일하실 생각이셨지. 지금은 신용불량자라 윤서 큰아버지한테 어디서도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아 당장은 힘들거든. 그래서 내년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신용보증재단이라는 곳에서 보증서를 끊어 돈을 좀 빌릴 계획이셔. 그 돈으로 택배 회사를 차려 열심히 일하려고 말이지. 근데 그 꿈이 물거품이 될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게 된 거야.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지. 뭐? 왜냐고?

4대강 사업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들어간대. 안 그러겠어?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나게 큰 한강이랑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강바닥을 다 파고 둑을 쌓으려면. 거기에 쓸 어마어마한 돈을 모두 우리의 세금으로 채워 메울 거래. 그러려면 세금들을 다 끌어 모아야 하잖아. 그래서 여건이 어려운 사람이나 회사에 빌려줄 돈을 정부가 보증 서주고 빌려주는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합쳐서 신기보라고 하는데)을 2010년부터는 아예 책정하지 않을 거래. 올해까지는 2조가 훌쩍 넘는 돈을 보탰었는데 말이지. 그러면 가진 게 별로 없는 윤서 큰아버지는 더욱 일을 시작하기 힘들까 걱정돼. 근심어린 윤서 큰아버지 표정에 윤서도 마음이 무거웠대. 보통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사용되던 세금을 마구 집어삼키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울화통이 터져! 터져!

종헌이 사촌 형도..!

종헌이는 사촌 형을 못 만나 너무 아쉬운 추석이었어. 종헌이 사촌 형은 대학생인데, 추석 연휴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못 왔거든. 이번 2학기에는 근로장학금을 타게 되었다는군. 종헌이는 근로장학금이 뭔가 했는데, 말이 장학금이지 대학교 도서관이나 행정실 등에서 일하고 돈을 받는 거였어. 그마저도 1학기에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종헌이네 사촌 형은 밀려서 안됐었대. 학교에 등록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부에서 빌려주는 학자금을 지원받았었는데, 이번엔 근로장학금이 되어 다행이라고 여겼어.

대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니! 그런데 내년에는 정부가 대학생 장학금을 더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줄인다는 거야. 종헌이네 친척들은 벌써부터 사촌 형 걱정이었지. 이게 다 4대강 사업 때문이라며 정부에 화를 내기도 하고 말이야. 점점 비싸지는 대학 등록금. 돈 없는 사람은 대학에 가지도 말라는 건가?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하며 4대강 사업에만 세금을 마구마구 쏟아부으니! 종헌이는 4대강 사업이 정말 미운 추석이었어.

< MB 열 가지 반서민 예산> (4대강 사업 때문에 삭감된 주요 민생예산) 뒤죽박죽 이상한 숫자들에다가 어려운 말도 무지하게 많아 하나도 모르겠죠?!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더 이상하답니다ㅎ 누구나가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원들인데, 내년에는 모조리 깎아버리겠다는 뜻입니다. 도리어 늘려도 모자랄 판에 줄이겠다니! 도대체 정부가 왜 있는지 따져 묻고 싶습니다. [출처 : 4대강사업저지국민본부 http://nocanal.org/law/ ] 또는 [4대강 죽이기 사업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 http://nocanal.org/bloglounge/go/148]

< MB 열 가지 반서민 예산> (4대강 사업 때문에 삭감된 주요 민생예산) 뒤죽박죽 이상한 숫자들에다가 어려운 말도 무지하게 많아 하나도 모르겠죠?!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더 이상하답니다ㅎ 누구나가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원들인데, 내년에는 모조리 깎아버리겠다는 뜻입니다. 도리어 늘려도 모자랄 판에 줄이겠다니! 도대체 정부가 왜 있는지 따져 묻고 싶습니다. [출처 : 4대강사업저지국민본부 http://nocanal.org/law/ ] 또는 [4대강 죽이기 사업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 http://nocanal.org/bloglounge/go/148]

 
그리고 또, 4대강 때문에, 때문에!

아주 오래된 임대아파트 단지에 사는 선우네. 4대강 사업 때문에 줄어든 복지 예산을 따져보면 내년에 하기로 한 보일러 공사가 과연 가능할까 싶다. 또, 엄마랑만 사는 현정이는 정부에서 지원받아 여태 무료로 급식을 먹었다. 형편이 어려운 현정이가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나라가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근데 내년에는 정부에서 급식비 지원이 줄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엄마의 한숨 섞인 말을 들었다. 여태 나오던 급식비가 어디로 갔나?

은선이 외할아버지, 재민이 막내고모, 윤서네 큰아버지도, 종헌이 사촌 형이랑 현정이는 완전 속상하다. 때문에!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해 들어봤나요?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전철에서도, TV에서도, 라디오에서도 마구 광고하고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의 큰 강들(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파헤치고 댐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그래야 강이 살아난다고 떠들고 있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4대강 사업 = 4대강을 죽이는 일’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열 가지도 넘게 조목조목 아무리 따져도, 정부는 끄떡 않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을 제멋대로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아이고, 정말 복장 터질 일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은선이 외할아버지랑 재민이 막내고모, 종헌이 사촌 형이나 현정이와 같은 사연에 귀 기울이고, 더불어 한 목소리를 내야겠어요. 왜냐고요? 우리가 옳으니까요. 잘못은 분명히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질기게 속상해하고 화 내자구요, 흥!흥!흥!!

*글쓴이: 괭이눈(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출    처: 인권오름 제 174 호 [기사입력] 2009년 10월 14일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