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눈 내리는 날에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이들은 누구

갑자기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무섭게 눈이 내린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얼어죽고 세상이 멈춘다. 이건 <투모로우> 대략의 내용인데,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는 ‘영화 속 폭설, 현실이 되다!’라는 말을 덧붙여 이 영화를 방영하였다. 앞으로 당분간 차가운 날씨가 계속 된다 하고 오늘 또 눈이 내린다는데. 동네 곳곳에 내 허리만큼 쌓인 눈이랑 수도가 얼어붙어 세탁기를 돌릴 수 없는 우리집을 떠올리니 더욱 걱정되고 살짝 겁도 난다. 여전히 눈 내리는 건 참말 좋지만 좋아할 수만은 없을 정도의 폭설과 한파라니ㅠ 그렇다면 왜 이런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는 거지?

북극의 경고

올겨울,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가 여느 때보다 더욱 크고 차가워졌는데 이웃한 다른 공기덩어리들과의 자리 배치 때문에 예전처럼 옆(동쪽)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아래(남쪽)로만 움직이게 돼서란다. 예를 들어, 여기 풍선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풍선을 빙 둘러싸고 잡고 있는데 풍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 풍선 모양은 위아래로 길쭉한 모양이 될 것이다. 이렇듯 북극에 뭉쳐있는 거대한 공기덩어리가 이웃한 공기덩어리들 때문에, 아래로아래로 계속 밀려나와 유럽과 북미대륙, 아시아 등 지구 곳곳에 영향을 끼쳤다. 얼마 전 우리나라 폭설도 북극에서 쉴새없이 밀려온 찬 공기가 서해안에 있던 따뜻한 공기와 만나 엄청난 크기의 눈구름을 만든 걸로 보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는 매섭게 몰아치는 한파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왜 올해 유독,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가 옴짝달싹 못하고 아래로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 걸까? 앞으로 해마다 겨울은 이럴까? 물론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여름인 남극의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 한다. 해마다 엄청나게 녹고 있는 지구 양극 빙하를 떠올리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과 재해가 자연적인 일이라기보다는 지구온난화 등 사람들이 만들어낸 끔찍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지금의 폭설과 한파를 북극의 경고라고 여기는 것이리라.

가장 책임이 없지만 가장 피해가 큰

북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이누이트/에스키모’는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만큼을 자연에서 얻으며 살아가는 사냥꾼이다. 그런데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 얇아진 얼음 때문에, 물에 빠져 목숨을 잃거나 얼음 위로 다니기가 힘들어 사냥하러 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려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북극곰이나 펭귄 등 북극과 남극에 살고 있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떨어져나 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허허벌판 빙하 조각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북극곰의 모습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지난 해(2009년) 5월, 사이클론(바다에서 생긴 엄청난 비바람으로, 태풍하고 성질이 비슷)이 방글라데시의 몇 마을을 덮쳤다. 온 마을이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집터와 일터를 모두 잃어 대도시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기에, 몇몇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고향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다시 대도시로 돌아가,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전쟁이나 재해 등 곤경에 빠져, 기본적인 생활을 하며 생명을 온전히 이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한다. 특히 지구온난화나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을 ‘기후 난민’이라 하는데 앞으로 그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가? 사람뿐 아니라, 대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생명들의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온 나라/기업/부자들이 경제 성장만 외쳐대며 끊임없이 욕심을 내고, 여기저기서 지구를 마구 파헤치니 지구가 아픈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피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욕심 없는 사람들과 수많은 생명에게 고스란히 떠안으니, 가장 책임 없는 이들이 짊어진 가장 큰 피해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드디어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7년 사막이 된 계화도갯벌 한복판에서 설치예술가 최병수 씨가 깎아 세운 얼음 펭귄(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2007년 사막이 된 계화도갯벌 한복판에서 설치예술가 최병수 씨가 깎아 세운 얼음 펭귄(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모였다…만

그래서 2009년 12월, 점점 달궈지고 있는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이번이 열다섯 번째인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확실히 지자는 회의로, 192개 나라가 참여했다. 나라 대표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환경운동을 해온 수많은 환경단체들도 참여했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약속이 아니라 꼭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약속을 만들고자 했다.

무조건 누구나 지구온난화 온실가스를 얼마큼 줄이자고 하면 불공정하니, 기후가 변하는 줄도 모른 채 온실가스를 무진장 많이 내뿜어 잘 살게 된 나라들(미국이나 유럽 등)과 요즘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나라들(중국이나 인도 등)은 더 많이 책임을 지기로 했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고 있는 힘 약한 나라들을 지원하기로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잘 살고 큰 나라들이, 회의 전에 미리 자기네끼리 몰래 합의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의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환경단체들은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 사실은 기후변화를 책임지는 일을 단지 날씨 문제로만 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힘 있고 잘사는 나라들이, 아픈 지구에서도, 계속 힘 있고 잘 살기 위해서는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를 짓밟고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 그리고 힘 약한 나라들도 힘 있고 잘 살기 위해서 무턱대고 성장과 발전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새삼 알아챈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질 것이고 아플 것이다. 수천년을 살아온 여린 생명들은 사라지고 결국 사람들도 사라질 것이다.

회의장 밖으로 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나라 구분 없이 다 같이 모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에 대해 토의했다. 기후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켜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건강한 지구를 위한 행동에 대해 나누고 꾀하고 계획했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모두’를 위한다며 지구를 아프게 하는 나라/기업/부자들에 대해 큰 소리로 꾸짖고, 남의 것을 빼앗아 더 가진 것에 대해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다.

오늘 내리는 함박눈을 보면서, 누구도 무서워하기보다 행복해하길 바란다.

*글쓴이: 괭이눈(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출    처: 인권오름 제 186 호 [기사입력] 2010년 01월 13일 12: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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