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고, 만나야 했던 사람들,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쳇”을 외치다
2010 청소년활동가대회 “쳇(chat)" 후기

만나고 싶었다. 여기저기에서 나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는데, 만나보고 싶었다. ‘청소년활동가대회’를 준비하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가장 밑바닥의 마음은 아마 이와 같았을 것이다. 청소년활동을 하면서 가장 갈증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함께 할)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함께 할 사람이 없다, 는 느낌이 들면 아무리 즐겁고, 의욕에 넘쳐 일을 준비하던 사람도 한켠에서는 쓸쓸함이라거나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청소년활동가대회 “쳇”은 이러한 것들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진행되었다.

청소년활동가들과 ‘로그인’ 하다

'쳇'에 로그인하다
대망의 첫째 날, ‘오덕훈련원’에 도착했다. 와, 경기도에서 조금 벗어나기만 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감탄하며, 짐을 풀어놓고 강당으로 모였다. ‘로그인’을 하며 각자 자기소개를 했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규칙 정하는 시간을 조별로 갖게 되었다. 우리 모둠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2박3일을 보낼까?”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들은 “‘안녕하세쳇?, 밥먹었쳇?’ 등등으로 끝에 ‘쳇’자를 붙여서 말해보자”, “아침에 기상미션을 성공하면 컵라면 한 박스씩 더 갖게 하기” 등의 번쩍번쩍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 모둠만 깔깔깔 웃느라, 시끄럽다고 다른 모둠에서 태클을 걸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각 모둠에서 합의된 규칙들을 정리해 바닥에 깔아놓고 다른 조에 참여한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모둠에서 정리된 이야기들 중,“‘남자친구, 여자친구 있어요?’ 라는 말 대신 ‘애인’이라는 표현 쓰기”, “동성이든 이성이든 서로 불편할 신체적 접촉 자제하기”, “누나/형 등의 호칭 되도록 쓰지 않기”,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반말 쓰지 않기”등의 인권적인 마인드가 가득가득한 약속들이 인상에 남는다. 그렇게 다른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서, 마음에 들면 파란색 스티커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리고 모둠별로 스티커가 붙여진 종이를 가져와 토론을 통해 다시 내용을 수정했다. 최종안이 만들어진 뒤 다시 전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1명이라도 이견이 있으면 그 의견의 적정성을 판단해 수정하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작은 규칙 하나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점이 즐거웠다.

첫째 날 저녁에는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큼발랄 청소년라디오 모난라디오’에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후에는 꼭 인터뷰 형식이 아니더라도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게 되었다. 명단으로만 만났던 어디어디의 누구, 무슨 활동하는 누구, 라고 봤을 때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 청소년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청소년과 여성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청소년노동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홍성지역의 청소년모임 ‘날개’ 분들의 소개를 들을 때는 꽤나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느낌이기도 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쳇, 이런 얘기가 ‘오락’이 될 줄은 몰랐을걸?

쳇워크숍 발표       쳇워크숍 모둠토론

2박3일 동안 진행되었던 “쳇”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섯 가지 주제의 모둠 토론, “오락”시간이다. 우리는 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내 인생의 환승센터>, 밑줄을 쫙 그어야 했던 순간들, 공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눠보는 <내 인생의 밑줄 쫙>, 살면서 혹은 활동을 하면서 설ㅤㄹㅔㅆ던 순간들, 그리고 망설이게 되는 것들,<설렘과 망설임>, 내 인생에서 헤어지고 싶은 순간은 언제였는지, 얘기해보는<내 인생의 빠염>은 “오락”의 다섯 가지 주제들이었다.
내가 함께 했던 모둠은 ‘내 인생에서 헤어지고 싶은 순간들에 대하여- <내 인생의 빠염>’이었다. ‘빠염’은 ‘바이바이(헤어질 때 하는 인사)’랑 거의 같은 의미이다. 청소년활동을 하게 되면서 부딪히는 재정적인 어려움이든, 활동하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권위적인 시선이든, 청소년활동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별을 선고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빠염’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활동가들이었지만 ‘청소년’활동가이기 때문에 함께 겪는 서러움들이 있었다. ‘너 같은 어린애가 어쩌고’, ‘학생 때는 공부나 해, 활동은 무슨…’ 이런 말들을 집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들었던 경험들을 함께 쏟아내었다. 개중에는 정부부서와 연결되어 청소년들이 청소년들과 관련된 정책을 논의하고 토론하여 실제로 청소년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하는 ‘참여위원회’에 소속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참여’라는 말이 무기력해질 만큼 그냥 형식적으로 모임을 지속하거나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권위에 쩔어있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한 분은 정부부서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우린 뭔가 달라’ 하는 ‘럭셔리함’이 오히려 활동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모둠의 이야기는 이후에 각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전지에 정리하여 강당에 붙여두었는데, <내 인생의 환승센터>모둠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찬가지로 청소년기에 공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아무리 나의 활동에 의미를 둔다 하더라도 사회의 견고한 통념들을 쉽게 넘어서기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어서’ 시작했던 이 활동이 지금까지 힘을 얻어 나아가고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활동’으로 그저 ‘환승’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일상에 ‘활동’이라는 삶의 태도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청소년활동, 살아‘가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일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살아있는 꿈을 꾸는 것일까.”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그저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어떤 노래 가사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이는 비단 일상에 쫓기고, 월급에 찌들어 사는 어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많은 것들을 요구해왔다. ‘청소년-어리고 미성숙한 애들’ 이라는 전제를 밑바닥에 항상 깔고 가는 것은 기본인데, 예전에는 ‘오로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최고였다면, 요즘엔 공부‘플러스 알파’가 거의 필수다. 그리하여 리더십, 자발적인 참여, 사회활동, 봉사활동 등을 개인을 평가할 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이런 것들 또한 ‘좋은 대학 진학’이 목표가 된다는 것. 그래서 청소년‘활동’이라 하였을 때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참여하기를 이 사회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활동가대회 ‘쳇’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건지, 살아있는 꿈을 꾸는 건지’, ‘살아가는 건지, 그저 살아지고 있는 건지’, 대학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내가 지금 왜 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그 답을 찾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답을 보여주지 않고 숨긴 채, 숨죽이며 살라고 요구하는 이 사회를 바꾸고 싶어 했다.
살아‘지는’ 것이 미덕이고, 힘이고, 질서라고 말하는 세상에 “쳇!”을 외치는 청소년활동가들은 그래서 ‘살아가기’를 실천하려 한다. 청소년활동의 움직임과 행동에 우리가 함께 하고, 응원해야할 이유이다.

*글쓴이: 난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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