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사의 3월2일, 인권적인 첫 만남 어떻게 준비할까?
교사 생존 말하기 대회

[이런 자리, 이런 얘기]

3월2일, 아이들과 인권적 첫 만남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모였습니다.
내게도 이런 과거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우리들의 만남은 ‘수다 방’되었지요. 그날의 이야기를 간단히 모아봤습니다.

“첫날은 웃지 말아야할까?”
“굳은 표정으로 끝까지 버텨?”
“ 아니아니, 나도 두렵단말야~!”

3월2일, 학생만 학교가 두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3월2일이 두려운 교사들ㅠ
지난 2월 28일,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더랬습니다. 3월2일 개학이 두려운 8년차, 10년차, 12년차 교사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수다를 떨었습니다.^^ 교직 1년, 2년의 반짝반짝 신참이 아니라, 강산이 변한 만큼의 세월을 학교에서 보낸 왕고참들의 솔직담백한 수다입니다.

돌이켜 보니, 내게도 이런 일이..ㅠ

✪ 신규 때 들었던 얘기는 무조건 때려라. 그리고 교사서는 한 달 안에 끝내라는 얘길 들었어요. 어떻게 교과서를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냐고 물으니까, 그런 얘길 해준 선배교사는 밑줄을 그어주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선배교사의 말에 따라 반에 들어가서 “자와 연필을 꺼내라고 하고 밑줄을 치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1주 지나고, 또 2주 지나니까 서로(아이들하고) 괴로운 시간이 됐어요. 그리고 나서 다음해에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는데, 참여형 교사가 되겠다고(^^)…. 빛깔 있는 교실 뭐, 이런 거 준비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어요. 저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 데에 오래 걸린 것이죠. 지금도 신규 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몸짓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젊었을 땐 고학년 담임을 주로 맡았는데, 선배들이 무섭게 해야 한다고 그랬죠. 뭐, 계속 그러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터가 3월에 좀 부드럽게 만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오랜만에 고학년을 맡아서 그렇게 (시도를) 했죠.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로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때로는) 공부가 뒷전이 되고 생활지도만 하게 되고, 혹은 자주 화를 내게 된다던가, 원래 가지고 있던 완고함이 드러난다든가 말이지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민주적 대화하는 걸, 1년 내내 지속하는데 한계를 느꼈었죠. 이야기로 푸는 게 시간을 많이 요하고, 아이들과 교사가 경험치가 쌓여야하는데 사실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있고 해서 여기 오게 됐어요.

✪ 첨에 담임을 할 때는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죠. 근데 최근에 담임을 하지 않다보니, 예전에 요구했던 것이 과연 요구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담임의 위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담임을 한다면 예전만큼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담임이라는 역할 때문에 규제하는 게 많지요. 그래서 비담임일 때 애들이랑 더 친하다. 담이 통제하는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지금, 나는 학생들을 이렇게 만난다.

✪ 사실 신규 때 준비 없이 아이들을 만나니까, 교사가 선배교사한테 묻거나 그러잖아요. 그러면서 첨에는 통제하다가 7,8월 풀어주면 교사를 좋아하게 된다고 얘기하는 거고, 그래서 처음에 잡으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벗어나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학교와 맞서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대처하지는 못해요.

(예를 들면, 예전에) 3월1일 날, 교육청에서 학생 500명을 동원해달라고 교장하고만 얘기를 끝낸 거예요. 우리 반은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죠. 학년부장이랑 싸우고 가지 말까? 애들한테 큰소리로 ‘나와’하고 말해버리면 될까? 저 혼자는 학년전체가 동원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으니까,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우리 반은 가고 싶은 사람만 가자고 했어요. 애들한테 취지를 설명하고, 원하는 사람만 참석하는 걸로 했더니, 우리반은 10명 정도 왔어요. 물론 다른 반은 다 왔지요.(^^)

우리 학교는 아침 7시50분이 등교인데, 오자마자 듣기 평가를 해요. 근데 우리 반은 원하는 사람만 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날 한 명이 밥을 먹더라고요. 다음부터 아이들이 아침을 싸와서 먹었어요. 그래서 우리 반은 아침밥을 먹는 시간이 됐어요.

사실 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의 문제도 학생들의 선택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면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텐데…. 개인교사가 맞서야하니까 계속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학생 쪽으로, 어떤 때는 학교 쪽으로 기울면서 1년을 지냈던 거 같아요. 현명하게 대처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이런 기대, 저런 바람, 학생과 교사 사이는…!

✪ (학생과 교사에게) 서로 친절하자는 메세지를 줬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상처주지 않고 무례하지 않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교사가) 함부로 하기 쉬운데,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죠.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학생이 저보고 나가라, 저리가라고 말하면 제가 그렇게 움직이겠어요? 강자가 누구겠어요? 이렇게 (학생과 교사의) 힘이 다른데, 강자가 약자한테 친절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친절함을 악용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교장교감교사도 친절하고, 학생들도 교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해요.

✪ 저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가 강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불꺼달라고 하면 불꺼주고, 커텐 쳐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합니다. 교사는 권위가 있어야하고, 당당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권위는 학생이 만들어주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학생과 교사는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고, 강자와 약자로 보고 싶지는 않아요.

✪ 아이들 존중의 첫걸음은 이름을 외우고, 불러주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데, 예전에 과목을 들어가는 반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고,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천장을 보고 수업하고 아이들 이름을 잘못 부르고 있죠.(ㅠ) 나이가 들어선지, 연차가 쌓일수록 아이들을 다루는 스킬은 늘어 가는데 열심히 하지 않고, 어느 순간 느낀 것인데 아이들을 무서워하고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상처받을까봐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올해 목표는 아이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름을 외우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이에요.

✪ 요즘은 말을 통해 상처를 많이 주는 것 같아서 (초기에)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서 글로 받습니다. 그것을 지키는데 그것만 해도 심한 상처는 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가정, 친구,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가장 깊은 상처(말, 태도 눈빛..자세하게)를 적게 해서 그것만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교사가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매도 거의 들지 않고, 화도 안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울컥울컥하는 게 생기고 있거든요. 교사가 아이들에게 상처받은 걸 푸는 과정, 모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첫 시간에 제 인생에 대해 아이들에게 얘기해줘요. 교사가 꿈이었고, 학교 문화를 비판하면 아이들이 호감을 가지지요.(^^) 문화나 생각의 틀을 깨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첫 수업을 합니다. 학교교육의 틀 안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많아요. 자신의 틀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는 게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얘길 많이 합니다.

이렇게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한 다음에 우리의 원래 주제인 ‘인권적인 학급규칙’이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인권’과 ‘규칙’이라는 말이 서로 연관이 깊은 듯 하면서도 사실 긴장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규칙을 만들 때의 원칙 같은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1) 규칙의 개수는 작을수록 좋다.(지키는 사람이나 지도하는 사람이나)
2) 내용이 분명해야한다.
3) 규칙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규칙을 정한 이유나 배경, 원칙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4) 벌칙의 내용은 위반행위를 개선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야한다.
(지각이라면 지각을 고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과 벌칙이 연관이 있어야한다)
5) 규칙이면 뭔가 강력하게 그 집행을 담보하지 않으면 우스워지므로
규칙으로 만들 부분과 매너로 호소할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서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다면 규칙이라는 게 별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서로 존중하자고 하면 끝인 것을 가지고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게 점점 부질없이 느껴진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서로 존중하자’는 것 이외에 우리에게 어떤 규칙이 필요한 것일지 의문이 많이 든다는 얘기도 나왔구요. 사실 지각도 어찌 보면 자기 손해인데 그것을 공동체의 규칙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아이들을 관리하는데 ‘이게 규칙이잖아’하며 가장 편하니까 합의가 불가능한 것을 자꾸 합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 스스로 되묻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권적인 첫 만남’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려고 했던 첫 만남의 마음가짐을 1년 내내 유지하는 것이라는 어느 분의 말이네요. 나중에는 ‘나는 인권적인 1년을 어떻게 보냈나?’로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 : 은채(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우돌(교사,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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