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하며

행정 편의를 위한 법률이 아닌, 진정한 지원을 원합니다.
– 김희정 의원 대표발의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하며

공교육을 거부하고 정규 학교에 다니기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생소하지 않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배움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따라 ‘학업중단 청소년’이 아닌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 또한 이제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지원법)은 어쩐지 혼자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여성가족상임위원회에 상정한 본 지원법에 대해 여러 시민/사회/인권단체들과 학교밖 청소년 지원 단체, 대안교육단체 등이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해 지원법이 졸속으로 제정되는 일을 막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희정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본 지원법의 제정에 힘쓰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여러 차례 의견서를 통해 전달한 사안들에 대한 고려나 고민 없이 지난 9월 국회와 다가오는 11월 국회에 똑같은 내용의 법을 상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번 국회에서 본 지원법이 졸속으로 제정되는 사태에 대한 큰 우려 속에, 다시 한 번 법안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합니다.

먼저 본 지원법은 법안의 대상이 되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규정한 제 2조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취학 의무를 유예하거나 제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즉 “정규 학교에 다니기를 중단한”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지원으로는 ‘학업 복귀(제 4조, 제 6조)’, ‘가족 관계 (제 7조)’, ‘취업 (제 8조)’ 등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학업 복귀’에 큰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학업을, 배움을 포기한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오만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입니다. 학교밖 청소년들은 굉장히 다양한 결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비인가 대안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하는 청소년,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는 않지만 사회의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며 자신의 배움을 이어나가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다양성을 모두 무시한 채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다시 공교육으로 불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과연 진정한 ‘지원’법일 수 있을까요?

‘학업중단청소년지원센터 지정 (제 9조)’에 관한 내용에도 학교밖 청소년 지원 체계에 대한 고민부족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는 상담복지센터를 통해 학교밖 청소년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었고, 더욱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해서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경남대안학습공간지원센터 등을 운영해오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입법을 강행하기 전에 이러한 센터들에 대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여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고려 없이 또 다른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혼란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낳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위에서 쓰인 빈약한 지원조항들을 제외하면, 법안에는 사실상 ‘정보시스템 구축 (제 11조)’, ‘정보시스템 운영 전담기구 설립 (제 12조)’ 에 관한 내용밖에 남지 않습니다. 부족한 지원체계도 문제지만, 정보시스템 구축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학교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자료 – 대표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포괄적으로 수집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명백한 정보인권 침해입니다. 국가기관에서 국민의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과 과정을 준수하여야 하고, 그 사실은 대상이 청소년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원법에서는 어떠한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한 조항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필요한 범위나 그를 수집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들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제 12조에서 규정하는 정보시스템 운영 전담기구에 이르러서는, 이 법안이 행정적 편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굉장히 민감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포함한 정보를 모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를 관리하기 위한 기구를 또 신설하거나 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실제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과연 지원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애초에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적이나 출결, 징계 기록 등 표면화된 정보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니 당사자 청소년이 어떤 고민을 갖고 학교를 떠났는지, 현재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아는 데에 도움이 될 리가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을 일단 수집하고 보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학교밖 청소년을 진정으로 지원하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높아진 인식에 비해서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흡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지원법을 통해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지원법의 이름을 뺀 그 어떤 곳에서도 학교밖 청소년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지원하는 내용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경쟁 중심적인 교육 체제와 학교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 없이 학교밖 청소년들을 단순히 공교육으로 진입시키는 법안에 ‘지원’이란 이름이 붙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이름뿐인, 행정 편의만을 위한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정 학교밖 청소년의 지원을 위한, 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기댈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열린 논의의 장을 요구합니다. 학교밖 청소년을 현재 지원법안처럼 ‘미래의 손실’이나 ‘예비 범죄자’로 상정하지 않는, 학교밖 청소년의 수치나 통계가 아닌 ‘삶’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원을 원합니다.

2013. 10. 24.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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