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들춰 매고 교문을 넘다
학교로 간 학생인권교육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서울에서도 체벌금지 정책이 추진되면서 학교 차원에서 인권교육을 요청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체 교사를 모아놓고 교육해달라는 요청도 있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요청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들’에서는 참여형 교육이 단지 교육효과가 높기 때문만이 아니라, ‘참여’ 자체가 인권교육의 원칙이라고 보고 대규모 강연 형태의 교육은 잘 받지 않아 왔어요. 그런데 이런 저런 환경의 변화로 교육 요청은 느는데 학교의 여건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학생인권을 나눌 만한 소중한 계기를 놓칠 수도 없다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일단은 한 번 나가보고 판단하자!’ 이런 마음으로, 들 사람들 여럿이 모여 교사 대상 교육, 학생 대상 교육의 내용을 정리해서 교육을 나가기 시작했어요.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이제는 학생인권이란 언어가 누구도 대놓고 거부할 수 없는 공식(?) 언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게 여기는 교사들, 자기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낯설고 두려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꽤나 무거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학생인권을 들춰 매고 낑낑 거리며 학교 문 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절로 주저되는 이유입니다.
10월 22일, 의정부여고 전체 교사를 상대로 진행한 교육도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주어진 시간도 한 시간. 참여를 이끌어내고 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시간. 어디 한번 해보시지!! 불편한 얼굴로 내내 그 시간을 버티고 있는 교사도 있고, 나랑은 상관없다는 무관심한 표정을 짓는 교사도 있고, 내내 고개를 끄덕여주시는 교사도 있었어요. 교사들 사이에 함께한 인권동아리 학생들 몇 명이 그나마 큰 힘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주요 내용은 이렇게 구성되었어요. 학생인권은 단지 교육의 ‘방법’만이 아니라 ‘학생관’, ‘교육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을 바라보는 사회의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학생인권이 자리잡기 힘들다, 학생인권조례의 철학은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라는 데 있다, 교사와 학생들끼리 대립하게끔 만드는 현재의 구조를 깨고 학생도 교사도 행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참다운 ‘교권’ 신장의 계기로 삼자 등이지요.

그림자료와 함께 준비해간 이야기가 끝난 뒤 찾아온 그 침묵을 해석할 길이 저에겐 없었어요. 질문이라도 활발하게 나오면, 아니 반론이라도 거칠게 나와주었다면 덜 헛헛했을 텐데……. 전교조 지부나 지회 대상으로 교육을 나갔을 때는 그래도 참여자 서로 간에 신뢰도 있고 시간도 넉넉한 편이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가곤 했었는데……. 학교 차원에서 모아놓은 자리여서 교사들끼리 서로 눈치를 봐서 그런지, 제가 교사가 아니기 때문인지, 현재 학교 현장이 당면하고 있는 막막함을 모두 쏟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인지, 그 이유를 찾을 길이 없었어요. 굳이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 하지 말자, 이런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나왔지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반면 지난 11월 초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교육은 엄청난 반응을 마주한 자리였어요. 전교조 지회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였지만, 교육 장소로 제공된 고등학교의 학생들 100여 명이 교사 수보다 훨씬 더 많이 자리를 꽉 메운 교육이었지요. 갑작스레 교사 대상이 아니라 주요 청중이 된 학생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준비해 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는데요.
교육이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느끼고 있는 불만을 활발하게 꺼내놓았고, 그 학교 생활지도부에 하고 싶은 건의 사항도 마구 꺼내놓고 제안한 학생에게 박수를 보내는 열광적인 분위기가 되었지요. 특히 한 학생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우리 인권에 대해 안다고 하더라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학생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그 말이 제 심장도 쿵쾅쿵쾅 두드렸었지요.
뒷풀이 자리에 함께한 교사들도 내공이 꽉 찬 분들이었어요. ‘싸가지 없는’ 우리 반애들 덕분에 학교생활에 참 즐겁다는 교사,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데 교사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줄 줄 아는 교사, 확인하듯 묻지 않고 내 얘기를 꺼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자기 얘기를 꺼내더라고 말하는 교사…….

두 교육의 차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쉽게 결론을 내기는 힘들겠어요. 그렇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죠. 학생인권을 밖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자기 삶에서 스스로 찾아나선 사람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말이지요.

– 경내/개굴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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