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인권에 접속
탈성매매 여성 쉼터 인권교육

탈성매매 여성들과 주홍글씨를 내려놓고 보편적 권리로서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쉼터에 입소한 이후 성매매로 귀결되는 경험과 기억들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작업들을 반복했을 그녀들이기에 인권교육을 거쳐, 인권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각자의 서사를 스스로 재구성하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단 해보겠다고 자진하여 탈성매매 쉼터의 6회기 인권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교육은 ‘인권감수성 키우기 – 반차별 – 권력관계와 폭력 – 여성주의 미디어읽기 – 노동인권 – 내가 생각하는 인권’을 큰 주제로 삼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첫째날은 우선 우리몸과 연관된 인권항목을 찾아보는 인권실루엣을 진행하였습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하여 서로의 모습을 찍은 후 연상되는 권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나누었습니다. 전체 사진을 찍거나 신체 일부를 찍은 경우는 그 부분만을 활용하거나, 나머지를 그려 전신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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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신다기에 어느 정도는 기계적 참여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권리들을 찾고 때로는 서로 논의하기도 하였지만 막상 자신이 찾은 내용들을 공유할 때는 쓰윽~ 제게 내밀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 돌아올지 모를 비웃음이나 야유가 걱정되는 듯 ‘선생님만 보시면 안되요?’라고 질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맞을까, 틀릴까 정답으로 재단되고 그에 따른 결과들을 감당할 준비를 필요로 하는 일인 양. 각자의 경험과 환경이 만들어온 다채로운 사고와 표현들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채점 안에 갇히는 것만 같습니다.
두 번째 반차별 시간에서는 각자의 차별 경험들을 나눠보았습니다. 첫째 시간보다는 훨씬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그런데 쉼터 쪽에서는 교육내용이 참여자 모두에게 충분히 이해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쉼터 밖으로 나가 이런 저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세 번째 프로그램을 좀 변경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계획을 변경하여 2회의 교육은 여성인권영화제 ‘신의 사무실’, 별별이야기 2 관람으로 변경하고 영화를 본 후 의견나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쉼터가 요청한 교육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획한 인권교육은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문제들이 교육 중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해소되지 못한 채, 참여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쉼터 관계자의 말에 의해 변경되어야 했을까. 인권교육을 맞춤교육이라고 한다면 어디서 그런 어긋남이 발생한 것일까. 지금을 이렇게 말하지만 참여자들이 어려워 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프로그램 변경 요청을 후딱 받아먹은 난 또 뭐란 말인가? 왜 당시는 참여자과 얘기해볼 생각은 안하고 쉼터 관계자의 말만을 맹신했을까?
교육 4회기가 되면서 퇴소와 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교육참가자는 4명이 되었습니다. 단지 이해의 문제라면 좀 더 충분하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 같았고 한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오히려 실마리는 기획의도와 목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람과 함께 우리 일상 속의 경험들을 풀어내고 그 모습들을 인권을 통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병원, 쉼터를 비롯한 생활 주변 공간에서 어떤 차별들이 일어나는지, 각종 광고나 드라마 속에 드러나는 성역할이나 교묘한 차별적 시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 경찰서에서 조사서를 작성할 때 설명을 해주지 않고 무조건 사인을 하라고 강요한다.
– 조사서 작성 내용이 틀렸다고 수정해달라고 해도 그냥 사인하라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 산부인과에 가면 ‘성경험’을 질문하는데 왜 묻는지, 어떤 이유로 필요한 정보인지에 대한 안내가 없다.
– 슈퍼에 가면 주인이 사람을 가려서 대우한다.

등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서너번의 만남이 있고 난 이후인지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쉼터의 비밀(?)을 풀어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교육일, “우리가 누구는 좀 잘해주고 이런 것도 차별이에요? 저 친구들이 이런저런 일 가지고 쉼터를 국가인권위에 신고하네, 차별이네 아주 난리예요. 선생님이 마지막 시간에 이런 부분에 대해 정리를 좀 해주세요.”
“하하하, 예”
‘인권교육이라는 건 처음이어서 다 처음 알게 되는 내용들이었어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라는 교육 마무리의 나눔보다 오히려 나를 웃게 만든 말이었습니다. 적어도 6번의 만남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은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과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 그것에 항거할 수 있는 힘은 길러진 것이라고 위안삼을 거리가 생겨서^^

–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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