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날다] 미디어스쿨에서 두리반을 외치다
미디어스쿨 청소년인권교육 두리반 방문 후기

평상시와 같이 왁자지껄하다. 진행하러 나온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유대화중. 허나 이전과는 다른 대화내용들이다.

“두리반! 또 가고 싶다.”, “건설회사가 나쁜 거야.” 등등 온통 두리반 얘기다. 두리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홍대입구역 4번 출구 부근의 철거지역이다.

미디어스쿨 청소년들, ‘작은 용산’ 두리반을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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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센터 들은 미디어스쿨을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과 2010년 1학기부터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엔 10회기가 넘는 인권교육을 진행하며, 인권이 무엇인지, 우리 몸엔 어떤 인권이 있는지, 청소년인권이 무엇인지 등등을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평가다.

“재미가 없어요.”, “새로운 게 없네요.” 등등 가혹한 평가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2학기 때는 뭐할 꺼 에요?”, “인권교육 계속 할 거죠?”, “저희 때문에 힘드셨죠. 2학기 때 봐요.”라며, 재미는 없었지만, 2학기 때 계속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이 3명이 모여 만든 ‘미디어스쿨 인권교육팀’ 줄여서 ‘미쿨팀’은 고민이 생겼다. 이렇게 장기간 청소년들과 인권교육을 진행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2학기 또한 10회기 이상 인권교육을 진행해야 하는데, 미디어스쿨 청소년들의 각각의 요구를 수렴한 인권교육의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인권교육에 대한 상이한 욕구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무슨 내용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해야 하나’하는 프로그램의 부재도 문제였다.

몇 차례 머리를 맞댄 ‘미쿨팀’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바로 ‘현장학습’이였다. 실제 투쟁하고 있는, 활동하고 있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그녀/그들의 삶을 보고, 느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이제 현재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을 골라 지지방문 형식으로 가보기로 결정하고, ‘현장선택’만이 남았다. ‘미쿨팀’의 생각이 일치한 곳은 ‘작은 용산 두리반’(http://cafe.daum.net/duriban)이였다.

하지만 두리반 방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디어스쿨의 몇몇 청소년들에겐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 방문해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두리반은 약간은 두려운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한번 가보자’는 식의 의견이 모여져 두리반을 방문하게 되었다. 두리반의 이곳저곳을 훑어보고, 두리반에서 상가세입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개발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유채림 선생님에게 직접 ‘투쟁하고 있는 두리반’에 대한 사연을 차근차근 들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고, 미디어스쿨 교실에 서있다.

“힘내라고 얘기했어요! 꼭 잘 해결되면 좋겠어요.”
“**건설 나빠요. 빨리 해결하라고 해요!”

“지난 주 두리반에서 기억나는 것 있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친구들의 대답이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자. 그럼 우리 두리반과 관련한 영상을 한편 볼까해요. 잘 봐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두리반 관련 영상을 플레이한다.

“와. 아저씨다.”, “두리반에서 봤던 언니다.”, “어. 저 친구! 내 초등학교 동창 아닌가?” 등등 몰입도가 최고조이다. 지난주 이미 방문했던 공간이라 친구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 듯하다. 20분정도의 영상이 끝나고, ‘두리반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토론이 잘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 반, 설레임 반을 가지고 화이트보드에 ‘두리반’을 적었다.

두리반과 인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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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리반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두리반에 대한 영상을 보기도 했어요. 왜 두리반이 ‘인권’에 대한 문제일까요?”
“일자리를 뺏겼어요. 칼국수 가게를 못하고 있잖아요. 보상을 제대로 안 해줬으니까요.”
“맞아요. 두리반과 같이 개발단위가 작은 지역에는 상가세입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요.”
“의식주가 침해당했어요. 음……. 사람이 사는데, 전기를 끊었잖아요. 말도 안 되는 행동이죠.”
“멋진 대답이에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한 거죠. 전기가 없는 삶. 참 비참하죠.”

홍대입구역 부근의 작은 농성장 두리반. 그곳은 작년 12월 24일 개발 회사로부터 강제철거를 당해, 일 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 농성장이다.

“또 다른 의견 없어요?”
“민주주의요. 민주주의의 문제에요.”
“무엇이 민주주의의 문제일까요?”
“개발을 하는데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죠. 세 들어 장사하는 사람도 개발에 대한 의견을 들어야죠. 무조건 나가라만 하면 안 되죠.”
“개발 회사에서는 자기 재산이니까 나가라고 하지만, 무조건 자기 재산이라고 사람들 쫓아내는 건 잘못이라 생각해요.”

놀라운 생각들이다. 개발에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 재산권에 의한 기본적인 인권침해 등 ‘두리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문제를 속속들이 찾아낸다.

‘짝짝짝’ 너무나 적극적인 친구들의 반응, 열띤 토론에 굉장히 고무된 상황에서 인권교육을 마치려던 차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꼭 안아주셨어요. 그게 가장 기억이 나요.”

두리반에 지지방문을 간 것이지만, 오히려 두리반을 통해 인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고, 더불어 철거 싸움을 하고 있는 두리반에게 ‘삶에 대한 에너지’를 한껏 받아온 느낌이 들었다.

두리반 방문과 토론이 끝난 후, 두리반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를 초대해 ‘간담회’가 진행된 것이 3주가 지났다. 친구들은 미디어스쿨에서 진행한 인권교육 중에 두리반을 통해 얻은 경험, 두리반에 대해 진행한 토론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한다. 여전히 다른 교육은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다고 얘기하지만, ‘현장’을 통한 경험이 그동안 막혀있던 인권교육을 뚫어줬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은 용산 두리반>이란?

현재 두리반이 위치한 곳은 동교동 삼거리의 도심공항철도(인천공항행 경전철역) 건설현장입니다. 이 공사로 인해 이 일대 땅값은 10배로 치솟았고 땅·건물 소유주는 막대한 이득을 챙기며 팔아넘겼습니다. 이에 아무런 보상 없이 맨몸으로 거리에 나앉게 된 영세 세입자들은 대책위를 꾸려 지에스(GS)건설의 유령회사 남전디엔씨와 법정 싸움을 진행했지만 ‘지구단위계획’이기에 보상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가게들은 강제로 문을 닫고 거리로 쫓겨나게 됐습니다. 그러나 두리반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알량한 300만원의 이사비용도 거부한 채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전디엔씨는 지난 12월 불법적으로 두리반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신주에 올라 전기선을 끊고서 두리반의 전기 공급 해지 신청을 했고, 한국전력은 단 한 번의 현장방문 없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 지하철 공사 현장에 계신 분의 도움으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해 왔는데, 그렇게 7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 남전디엔씨는 한전에 ‘두리반이 도전을 하고 있다’는 허위 신고를 자행하고, 한전은 다시 한 번 그것에 부응해 전기를 차단했습니다. 역시나 한전은 두리반에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지난 7월 21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 출처 : 작은 용산 두리반 카페 (http://cafe.daum.net/duriban)

글쓴이 토리
[인권오름] 제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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