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같이 알아듣고 깨알같이 헤아리는, 비정규노동인권 상담원 양성 교육의 현장 속으로

– 비정규노동자들의 인권 상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걸 먼저 갖추어야 할까?
= 그래,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헤아릴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해.
– 그렇지. 근데 그것만으론 뭔가 부족한 것 같지 않아?
= 필요한 노동법에 관한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어야 하고, 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없다만 판단해주는 게 아니라 법을 넘어 우리가 무얼 만들어가야 할지 방향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겠지.
– 맞아 맞아. 하지만 그걸로도 뭔가 부족한 듯한데……. 아 그렇지! 상담 그 자체가 열려있는 과정이 될 수 있으려면 상담을 하는 사람이 ‘열린 귀’를 갖고 있어야 해.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3주간에 걸쳐 ‘비정규노동인권 상담원 양성 교육’이 진행되었어요.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이제 갓 노무사가 된 분도 있고, 지역에서 비정규노동자 상담실을 만들어보려는 구상을 가진 사람도 있고, 성소수자의 노동권 문제를 다루어보기 위해 참여한 성소수자인권단체 활동가도 있고, 아주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소리로, 경험으로, 연극으로 노동인권감수성을 불러내다

첫날 교육은 비정규노동에 관한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었어요. 먼저 껌딱지랑 막대 춤 추기, 자기 소개를 곁들인 매듭풀기 등으로 간단히 몸 풀기 마음 열기를 진행한 다음, 노동현장의 소리를 통해 노동자의 삶을 이해해보는 ‘소리굴’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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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경기 보조원, 하청업체 생산라인 노동자, 청소년노동자, 일용 건설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어떤 소리들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참여자들이 직접 소리를 만들고, 눈을 감은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맞춰 보는 방식이었는데요. 소리굴을 통과하면서 그들의 노동조건이 어떤지, 그들이 어떤 모욕적인 대우에 노출되어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었어요.

이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한 ‘B씨 표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B씨는 비정규직을 가리키는 것인데요, B씨에게 차별, 대출, 건강, 집, 연애, 일자리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참여자들이 직접 적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았던 자기 경험도 털어놓고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경험들도 터져나오더라구요. 이야기가 쌓여갈수록 마음이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비정규직의 삶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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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들’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여기 할 말 있습니다’프로그램이 진행되었어요. 먼저 장애를 이유로 부당 해고된 사례를 살펴보고, 가해자를 직접 소환하는 방식으로 그것이 왜 부당해고인지를 참여자들이 먼저 입증해보도록 했지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각 모둠에서 성정체성, 질병, 사회적 통념 등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직접 다루어봄으로써, 상담원들이 지녀야 할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이날 하루는 한낱의 열띤 강연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노동인권을 확장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을 짚어간 것이지요.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귀에 콕 박힌 이야기는 우리에겐 가려진 진실을 보는 ‘똘끼’,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생떼’를 쓰는 용기, 당장 되지 않더라도 버텨내는 ‘똥고집’이 필요하다는 명언이었지요.

차이라는 칼날로 법을 해부하고, 법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키우고

둘째 날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포함돼 있는 차별적인 조항들을 살펴보면서 법에 거리두기를 시도해보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왜 가사사용인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을까, 이것은 또 어떤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근거논리로 확장되고 있나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본 것이지요. 이렇게 국내법을 씹으면서 참고할 만한 국제노동인권기준을 살펴보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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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는 실제 자주 일어나는 노동인권 침해 사례를 두고,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한 대안적 시각을 키워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각 모둠별로 받은 사례를 분석해서 핵심 열쇠말을 뽑아보고, 그 열쇠말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토론해서 ‘우리만의 노동법 위키 사전’을 만들어보는 작업이었지요. 감정노동, 기간제, 이주노동, 차별 등등을 두고 정의, 연관 검색어, 특성 등을 적어보는 작업이었는데요. 한 모둠의 작업이 끝나면 그 종이를 다른 모둠이 넘겨받아 보충해야 할 내용을 채워 넣기도 하면서 아주 풍부한 노동법 사전이 만들어졌습니다.

‘귀’가 어떻게 말해? 상담의 달인은 되거든^^

마지막 셋째 날은 본격적인 상담 실습과 상담론을 정리해보는 시간이었어요. 먼저 ‘귀는 말한다’는 제목으로 닫힌 귀를 여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이면의 욕구를 파악해주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를 체험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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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는 본격적으로 상담의 달인이 되기 위해 비정규노동 상담론을 짚어보고 잘못된 상담 사례를 직접 살펴보면서 문제점을 찾아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비정규노동 상담에서는 현장상담이고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쉽사리 문제가 해결되기 힘든 상담이 대다수를 이룹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싸움으로 당장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상담은 아닐 겁니다. 상담원과 비정규노동자가 상호 협력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내적 성장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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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것은 ‘열린 귀’만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프로그램은 우리 스스로를 위한 ‘판타스틱 상담 백서’ 만들기였습니다.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상담자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상담 이후에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면서 전체 교육을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던 거지요.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를 위한 지침이 하나둘 완성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3주간의 빡센 일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참여자들과 함께 만든 알찬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비정규운동 내부에서 교육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듬뿍 싹튼 지금, 비정규운동 안에서 교육활동가들이 만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마당을 어서 마련하라는 아우성도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곧 만들어지겠죠?^^

– 개굴(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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