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해야 하는 것들

교육이 ‘잘’되도록 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겠지요? 우선 교육을 원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과 진행하는 사람의 계획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고, 외부조건이 잘 뒷받침 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교육에 참여한 사람 외에 교육을 중간에서 준비하는 사람의 역할도 의외로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교육내용을 기획하고, 섭외하는 일등을 맡고 있는 주체니까 핵심적인 역할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핵심적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중요한 역할도 맡는 듯싶어요.

요청받는 교육 중에는 00사무국이나 00협의회처럼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데는 전국조직을 가진 기관이나 단체들이 대부분인데, 중앙 사무국 같은 곳에서 인권을 주제로 교육 일정을 잡아 놓고, 회원이나 소속 기관의 실무자를 모아서 교육을 요청하게 됩니다. 들에서는 전체 교육 일정의 일부를 맡기도 하고, 전체 교육을 기획해서 전적으로 맡아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이 처음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중간에서 주관하는 분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기도 해요. 인권을 낯설어 하는 회원들에게 홍보를 해서,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때로는 조직 내에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어찌 보면, 이런 큰 조직에서 제일 처음 인권교육을 전도(?)하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해서,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해 역시 이런 곳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진행했더랬습니다. 인권이란 무엇인지, 인권의 가치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데, 한 참여자분이 첫 번째 교육이 끝나고 무척 흥분한 얼굴로 주관하신 분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내용인즉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씀이었죠. 주관하신 분들은 두 번째 시간이 염려됐는지 교육 내용 중에 나올 사진(다른 지역에서 이미 교육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고 계셨지요)에 대해 우려의 말씀을 하셨어요. 교육에 참여한 다른 분들과 전체 교육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동의할 수 없어 하시는 분이 지역에 돌아가서 전달하게 될 교육평가를 걱정하셨습니다. 더불어 다른 지역에서도 한 분이 편향돼 있다고 평가했다며… 결국 이후 교육에 쓰일 사진 하나가 빠졌지만, 사진 하나가 문제는 아니겠지요. 나머지 수많은 사진과 교육 내용을 어쩔 수가 없으니까. 어떻게 됐을까요?

사실 동의할 수 없다고 하신 분에게는 사진 하나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닐테지요. 당연히 가만히(!) 계시지 않고, 질문을 시작으로 의견을 피력하셨고, 두 번째 시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질문에 답을 하고 그렇게 두 번째 시간은 시작됐거든요. 물론, 나중에 평가에는 밥과 교육장소와 숙소와 더불어 교육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신 분도 계셨지만요.^^;

교육에 참여한 30명, 혹은 50명, 100의 사람이 모두 동의하는 교육이 있을까 싶습니다.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오히려 모두가 그럭저럭 끄덕이는 교육은 피하려고 하니까요. 여하간 이날 교육을 준비하신 분들은 쫌 많이 긴장하신 듯싶지만, 그런 일은 늘 있는 편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도 때에 따라서는 감정적으로 불쾌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기도 한데(-,.-), 이날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데,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불편한 것이 있었습니다. 무엇인지 한 참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건… 아쉬움이었습니다. 교육을 주관하신 분들이 교육 참가자 모두를 만족하게 하려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갑작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을 하는 사람은 진행자로서, 그리고 주관한 사람을 그런대로 감당해야할 각자의 몫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때로 인권교육의 참여자가 혼란과 불만, 고민을 감당해야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은채 (상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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