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만났을까?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권교육을 찾아서

각오는 하고 있었다. 나름 준비도 하고 있었다. 이게 안되면 요 방법으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로부터 청소년성폭력가해자 인권교육 요청을 받았다. 법원으로부터 수강명령을 받은 이들이 이수하게 된 40시간의 교육 가운데 2시간, 일일 8시간씩 5회기에 걸친 교육 중 마지막 5일째다. 앞 시간에는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 성에 관한 지식과 법률, 재발방지 등에 대한 교육이 예정되어 있었다. 소위 ‘가해자’라고 불리는 이들과 더 많이 만나고 나누면서 상황을 풀어가고 싶은 마음과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으로 만날 수 있을까 라는 막막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마침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인권교육요청이 있어 들 식구들과 함께 어떻게 이들을 만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벌 혹은 징계로써의 인권교육이 가능한가, 첫 발을 떼기도 버거웠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선언적 메시지를 넘어서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가. 교육 참여자들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쓰다 보니 늘 하던 방식으로의 귀환인거 같은 생각이=.=…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이 받은 상처, 자신이 처한 폭력적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행한 폭력의 상황들과 조우하게 하는 것이 각자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 낼 테니까.

교육장소로 향하면서 끊임없이 재생, 삭제를 반복하며 우리가 만나는 장면을 스케치했다. 쥐가 날 것 같은 뇌를 비웃듯 너무나 발랄한 참여자들. ‘아, 이런 분위기면 조금은 안심이다’라고 생각하며 시작한 몸풀기 마음열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준비한 마을지도 속 큰 나, 작은 나로 이어갔다. 집, PC방, 경찰서, 법원 등 참여자들이 갔음직한 공간을 구성하고, 내가 상대방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했던 경우(큰 나), 상대방으로부터 모욕적인 대우를 받았거나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던 경우(작은 나)를 떠올려보자고 주문했다. 내내 옆 사람과 장난치고 나를 당황케하기 위해(라고 생각되는) 던지던 성적인 농담들이 일순간에 잦아들었다. 왁자지껄 붐비던 시장이 막 폐장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른들이 반말해요.’, ‘경찰이 머리를 막 때려요.’ 채워 넣어야만 하는 정답처럼 몇몇 경험들을 끌러놓았지만 어쩐지 우리는 서로 조심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참여자들이 마음을 닫아버릴까봐 눈치를 보고 있었고, 참여자들은 어쨌거나 이수해야 하는 교육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음으로, 자기도 하면서 -_-‘; 이런 분위기에 한 참여자가 내게 조언을 주었다. “선생님이 순하게 하니까 그런 거예요. 여기(서울보호관찰소) 담당자 오라고 하면 다 열심히 해요.”

역시나 사람들은 권력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힘을 이용하라는 주문이 허탈하기만 했다. 이 분위기를 어찌할까 싶어 참여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고 싶다는 참여자들에 힘입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데 정해진 기한 내 전학을 처리하지 못해서 자퇴하게 된 사연, 학교 다니기 싫어서 그만두기는 했지만 또 지금은 가고 싶은 마음, 친구들이 조금은 그리운 마음들을 툭! 뱉어냈다. 그리고 다시 침묵했다.

끊어질듯 이어진 교육‘시간’이 끝났다. 휑~해진 마음을 끌어안고 나오면서 우리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기는 했는지…… 짧지만 우리 잠깐 접선하기도 했다고…… 여전히 복잡한 마음이다. ㅠ.ㅠ

 
–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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