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동행자로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2박 3일 간의 청소년 지도사 인권교육을 마치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중학교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2박 3일 수련회를 갔었습니다. 집을 떠나, 갑갑한 도시를 떠나 여행을 간다는 마음에 전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었지요. 충청도였나요. 드디어 한 수련원에 도착했는데, 학생주임 교사보다 더 무서운 “교관”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병대 체험과 흡사한 “극기 훈련”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어 숙소에 도착해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들썩 거리는 친구들이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용히 안 해!”라는 교관 선생님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지요. 그렇게 아슬아슬 하루 이틀을 보내고 나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지요. 역시, 집이 제일 편하다는 생각이 마구 들면서.

지금도 일부 청소년 수련시설에는 이런 문화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중앙청소년수련관 직무연수를 통해 만난 10여명의 청소년 지도사 분들은 가끔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들이 자신을 “교관”이라고 부를 때, 참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속내를 털어놓으셨습니다. 이제 막 청소년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을 시작하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편하고 솔직한 관계로 청소년들과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수의 참여자들이 모여 아쉬웠지만,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고민하는 청소년지도사 분들을 만나 지난 2월 3일부터 5일까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중앙청소년수련관의 교육 의뢰를 받아 ‘들’ 상임활동가 은채, 한낱, 개굴 그리고 활동회원 묘랑, 루트가 총출동해 교육부터 뒷풀이까지 뽀지게 하고 돌아왔습니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 수련단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지역 곳곳에 소규모 시설을 갖추고 청소년들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공간이 생활권 수련관입니다. 그리고 대규모 숙박시설을 갖추고 주로 일정 기간의 수련회를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는 공간이 자연권 수련원입니다. 생활권이냐 자연권이냐에 따라 만남의 틀이 달라지다 보니, 자연스레 하게 되는 고민의 내용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치만 수련관/원의 규칙(컴퓨터 사용시간 제한, 흡연 제지, 소지품 검사 등)을 어떻게 봐야할지, 안전을 이유로라도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한 것이 아닌지 등은 공통의 고민으로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2박 3일 간의 교육은 아래의 일정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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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만나다” 시간에는 자신이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권리를 음식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권리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보니 역시나 휴식이나 여행에 대한 권리를 가장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안정적인 주거, 맛있는 밥에 대한 권리 등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것들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의 불안을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자신의 몸과 정신의 자유에서 부터 연대의 권리까지 그간 확장되고 발전해온 인권의 역사를 권리 그림 카드를 활용해 쭉 훑어보고 인권의 원칙과 관련한 ppt로 교육을 마무리했습니다.

“차별에 반(反)하다”는 소수성과 차이/차별을 다루는 꼭지였습니다. 소수자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되는지, 그 중에서도 청소년이 어떤 구조적 과정을 거쳐 미성숙한 존재,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토닥토닥 마음 보듬기” 시간에는 참여자 분들의 생생한 고민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련관에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을 두 명씩 짝을 지어 즉흥 릴레이연극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러 문제적 장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련관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끼리의 싸움, 컴퓨터 사용을 둘러싼 지도사와 청소년 사이의 갈등, 수련관에 있는 상사의 일방적인 업무 지시, 관청 공무원들의 관료적인 태도, 막무가내 반말로 전화 문의하는 수련 시설 이용자 등등 해결하기 쉽지 않기에 더욱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기에 서로 공감하며 토닥일 수 있는 상황이 많았고, 대안적으로 상황을 재구성해보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서로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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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청소년 인권을 다루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소년인권 관련 주요 쟁점 사례들을 뽑아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오후 시간에는 청소년 노동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논의의 초점은 ‘청소년 보호주의를 어떻게 넘어서느냐’였습니다. ‘보호의 반댓말은 방임이 아니라 자력화’라는 말과 함께 청소년 스스로에게 권한이 늘어나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점차 참여자들의 생각도 변화해 갔습니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권리를 논할 때의 핵심 역시 당사자 스스로가 권리의 주체로 서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는 환경에 따라 겪게 되는 인권침해의 상황도 다르다는 것, 그런 만큼 각각의 환경에 적합한 안전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교육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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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운동 생생토크” 시간에는 3명의 초대손님을 모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학생인권, 청소년 노동인권, 탈학교 청소년의 인권, 여성청소년의 인권,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주제로 청소년 인권활동가 따이루 님, 난다 님, 그리고 군포시 청소년 문화의 집 관장인 김지수 님이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2000년대 이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인권운동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활동할 때 떠오르는 난맥들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는 항상 있어왔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읽어내지 못한 것뿐이다.’라는 김지수 님의 발언은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는 참여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탈학교 이후 자신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는지를 조근조근 말해주신 난다 님, ‘착함’을 거부하는 자신의 ‘싸가지 없음’이 청소년인권운동에서 어떠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 말해주신 따이루 님. 두 청소년 당사자 활동가의 이야기는 참여자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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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인권교육의 원칙을 알아보고, 교육 기획을 실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인권교육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또한 인권교육을 하고 있는 저 자신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은 길고도, 짧은 시간입니다. 생각의 변화, 실천의 변화는 참여자 분들 스스로 일궈나가실 부분이겠지요. 저희가 인권교육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화두를 던지는 일입니다. 그 화두가 참여자 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길 바랄 뿐이지요. 교육이 끝난 다음 날 ‘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교육 참여자 중 한 분이 이러한 교육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국립중앙청소년에서의 인권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생활에서 부딪히는 인권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인권을 외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세상과의 소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교육이 끝나면, 교육이 끝나더라도 그 여운이 계속해서 서로의 삶 속에 파고들 수 있길 바랍니다. 자신이 있는 공간이 인권의 현장이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서로가 든든한 동행자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 한낱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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