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숨쉬는 부천 만들기가 될까? 되었으면…
부천여성회 학부모 인권교육과 인권교육센터 들과의 만남

경기도에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는 등등의 말에 공감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어떤 일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렇게 고민 속에서만 있을 때 부천여성회가 일을 벌였다. ‘인권이 숨 쉬는 부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인권강사양성과정을 열어 부천시의 지원을 받았고, 내가 그 프로그램의 코디를 담당하게 됐다.

사실, 난 이 프로젝트에 반대 입장이었다. 부천여성회가 학생인권 활동 혹은 인권교육 활동을 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과감한 혹은 위험한 선택이 아닌가 싶었다. 자칫 인권교육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흐름에 편승할 위험도 상당하다고 생각됐다. ‘학생인권’의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흐름을 만들기 전에 ‘강사양성’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무척 못마땅했다. 또 한 측면에서는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단위들이 과감하게 일을 벌이지 않으면 ‘학생인권’의제가 지역에 녹아날 수 있게 할 계기점을 만들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저런 고민들 사이에서 긍정적 측면을 확대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의 코디를 담당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렇지만 긴장감은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학생인권이 실현될 수 있는 씨앗 뿌리기의 계기점이 되도록 할 것이냐.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인권과 학생인권이 진정으로 꽃필 수 있기 위한 교육이 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중심으로 고민했다. 첫 교육을 ‘극단 해’의 도움을 받아 6시간 짜리 연극워크숍으로 진행했다. 마음과 몸을 푹 녹여 ‘인권’이라고 하는 새로운 감수성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3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교육 장소가 또 고민이었다. 올해 초 부천여성회에서 부설 마을도서관을 직접 꾸며 만들었는데 조금 좁긴 했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 위해 적합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인권교육 활동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4월부터 7월까지 15개 강좌를 계획했고, 그 중의 절반 정도를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와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했다. 꽤 긴 교육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기찬 시간들이었다. 교육 전 후의 시간에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인권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마음을 빼앗겨 기꺼이 지금까지 통제자로서의 교육관을 접고, 집에서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였다는 벅찬 ‘증언’이 오고갈 수 있었다. 엄마가 ‘학생인권’을 공부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고 등을 토닥여 준다며 기뻐했다. 마침 ‘인권, 교문을 넘다’라고 하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인데, 그 책을 들고 다닌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살갑게 다가오더란다. ‘학생’의 편에 서서, ‘어린이/청소년’의 편에 서서 인권을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 참으로 절실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 깊이 다가왔다. 마침, 우리들의 그런 ‘증언대화’가 오고갈 때 도서관 작은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 왔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 바람이 분다!” 그러자, 누군가가 다시 맞받아친다. “아, 바람은 불고. 나는 흔들리네!” 우리는 지금껏 어린이/청소년들이 흔들리고 불안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보고 불안하고 흔들리는 것은 어른들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말이었다고 할까. 학생인권 교육을 통해 학생의 입장을 받아 들이게 됐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자니 통제하지 않고 믿고 바라보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보니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이 가득해진 것은 사실인데, 과연 이 아이가 혼자서 잘 해낼지 불안하여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더라는 것이다. 정작 흔들린다는 그는 불안해 보이기 보다 행복해 보였다.

부천

 

15주의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10여명의 참가자가 남아 인권교육 활동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8월 한달 동안 매주 모여 교안을 짰다. 불안하고 서툴렀지만 마음과 머리를 모았다. 아직 인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내가 과연 인권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과 설레임이 뒤섞인 채로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9월. 부천 내의 초등학교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두 명씩 한 팀이 되어 한 교실에서 ‘차이,차별’을 주제로 교육활동을 했다. 사실, 준비하는 코디 입장에서 15주 정도의 교육만 가지고 교육활동을 바로 한다는 것이 위험하고 섣부른 일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불안했고, 과연 잘 하는 일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잘 하는 일이 되기 위해 120%의 노력을 했다. 참가자들 모두 그랬다. 자료를 찾아 읽고, 자료를 만들며 분주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첫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인권교육 활동을 통해, 인권교육 활동을 하는 진행자 역시 인권교육을 받는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인권교육을 준비하는 내내 참가자들 모두 인권에 대해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해 마음을 썼고, 인권교육 속으로 들어가서 어린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공감하는 활동을 통해 벅찬 기쁨을 느끼는 표정이 가득했다. 물론, 한계도 많았다. 준비해간 자료를 해석하는 것이 진행자마다 달랐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에 근거하여 교육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다. 인권과 닮은 것 같은데 인권이라고 하기에 뭐한 두루뭉술한 가치들 속에서 어느 곳을 향해야 좋을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갈팡질팡한 혼란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또 얼마나 좋은 씨앗인지! 인권교육 활동을 한 후에 모두들 더 수다스러워지기 시작햇다. ‘다문화’, ‘장애인’, ‘인권의 가치’, ‘학생인권’ 등 더 깊있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인권에 대해서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좀 더 많이 공부해 보자고.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들 10여명이 부천여성회 인권교육팀으로 남아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자고 그렇게 마음을 모았다.

참 신기하다. 인권교육은 정말 신기하다. 인권교육은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이 하나다. 가르치면서도 배우고, 배우면서도 가르친다. 한 존재 안에 그 모둔 욕구가 넘쳐 흐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교육이구나.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아슬아슬하지만 이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하다. ‘인권’과 ‘인권교육’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인권교육은 그 자체로 인권인 것 같다. 인권교육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함께 해보기로 한 10명이 부천에 인권이 살아 숨쉬도록 하는 작은 씨앗이 되어 앞으로도 계속 꽃필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기 보다, 그 열매가 실은 얼마나 부실한지 또 깨지기 쉬운지를 보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정성들여 가꾸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구나 하는 고민과 계획들이 머리를 마구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럴 수 있기 위해 앞으로 더 ‘세게’ 인권과의 만남이, 인권교육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 마로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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